한국계 교육감 미셸 리의 신화는 과장?
한국계 교육감 미셸 리의 신화는 과장?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10.10.22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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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시사큐비즘]
   

워싱턴 D.C.의 한국계 미국인 교육감 미셸 리(Michelle Rhee)가 얼마 전 사퇴했습니다. 미국의 심장부가 워싱턴 D.C.라고 한다면 그곳의 교육감이 한국계이고, 더구나 한국 언론의 방식대로라면 코넬대학 출신의 비교적 젊은 여성이었기 때문에 한국 언론에서 더한 각광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하여튼 한국계 교육감 미셸 리의 신화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리 교육감의 교육 개혁이 신화가 된 이유

한국 보수 언론은 왜 그리 미셸 리를 교육 개혁의 상징으로 떠받들었을까요? 물론 탁월한 뉴스가치가 있었지요. 리 교육감은 취임 직후부터 과감한 교육혁명을 추진, 2008년 초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로부터 '올해 주목되는 인물'로 선정됐고, 2008년 11월에는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 인물을 장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뉴스가치에다가 한국인이라는 측면, 즉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으로 보는 측면이 있었겠지요. 하지만 보다 본질적으로는 한국 보수 언론의 교육관에 적합한 인물이었습니다. 성적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적 교육 시스템, 수요(학생,학부모) 중심적이라는 미명 하에 교육의 비즈니스화를 추구하는 이 정부와 전임 공정택 교육감의 교육 철학을 주장할 때 인용하기 적합한 인물이 바로 미셸 리가 아니었나요? 그것도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 D.C.에서 이미 이렇게 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도 따라가야 한다, 이런 방식의 논리는 한국의 보수 언론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논거이지요.

사실 미국의 공교육 환경은 우리의 그것보다도 훨씬 열악하고, 정작 리 교육감은 이런 현실을 타파해 학생들의 학력 증진을 통한 인생의 자기결정권과 계층이동성을 높이는 데 극단적일 정도로 개혁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리 교육감의 철학은 분명 본질적으로 우리나라 보수 세력의 교육관과는 차이가 있습니다.(실제 리 교육감은 정치적으로도 민주당 지지자(Democrat)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교원노조와 적대적 관계라는 점, 학력의 객관적 척도로서 성적을 강조한다는 점, 교원이나 학교 구조조정에 적극적이라는 점 등에서 우리 보수 언론과 코드가 맞는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그렇기에 미국에서도 비교적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워싱턴포스트(WP)지 역시 그간 리 교육감에 대해 틈나는 대로 호의를 표시했던 거겠지요.

리 교육감 신화의 과장을 폭로한 WP 칼럼

미셸 리의 사임을 두고 미국 사회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사임 기사를 두고 WP에만도 무려 1,200개의 댓글이 달린 모양입니다. 대부분은 리 교육감을 옹호하는 글들인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를 내쫓은 워싱턴 D.C.의 정치 관계자들을 비판함과 동시에 리 교육감의 업적들을 찬양하는 것이었겠지요.

그런데 이런 댓글들은 오해에 기초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평소 리 교육감에게 호의적이었던 WP가 이 문제를 칼럼 형식으로 다루면서 반박합니다. 칼럼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미셸 리의 신화가 상당부분 과장되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려주고 있습니다.(“Rhee's and Gray's critics fail in D.C. history”(워싱턴 D.C. 역사에 관해 낙제점인 리 교육감과 그레이 시장에 대한 비판자들), 2010-10-16 자 Colbert King의 Op-Ed(기명칼럼) 참고)

한 마디로 워싱턴 D.C.발 신자유주의적 교육 개혁은 리 교육감의 작품이 아니라 전임 교육감의 작품이었고, 리 교육감은 이를 충실히 계승하는 차원이었다는 거지요.

아래에 칼럼을 인용하고 사실관계를 요약했습니다.

교육 개혁은 전임 교육감의 기획 작품이었다

첫째는 무능 교사‧교장 해고와 학교 통폐합이 전임자의 기획이라는 것입니다. 리의 개혁보다 더 과격한 개혁이 바로 전임자의 의도였다는 거지요.

“...리 교육감의 지지자들은 그녀가 200명의 무능 교사를 해고한 것이 용기 있는 행동이고 학교 개혁의 첫 신호탄이라며 칭송했지만, (미셸 리의) 전임자인 클리포드 제니가 사실 먼저 그런 일들을 하고 있었다. 사실 제니는 아드리안 펜티 시장이 그를 밀어내고 2007년 6월 취짐하기 전까지 수백 명을 해고하려 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니에게 추가로 730명을 해임할 것을 권했던 인물은 리 교육감 밑에서 부교육감을 지냈고 현재 교육감 대행직을 맡고 있는 카야 헨더슨이다...“

“제니는 또한 교장들의 해임에 관해서도 맹공을 받았다. 그는 워싱턴포스트지에 워싱턴 교육계의 140명 이상 되는 교장 중  25~40퍼센트가 ‘함량 미달’이라고 밝혔다.“

“제니는 또한 학교들의 폐교에도 관여했다. 그는 위원회에 100여개 교 이상의 학교를 리모델링할 것과 다른 19개 교를 통폐합할 것을 제안했다. 그의 계획은 공식적으로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그는 2006년 여럼 9개 교를 통합했고 펜티가 그 계획을 완화한 2007년에 또 다른 페교 계획을 시행하려 했었다.“

조선일보는 왜 WP 기사를 첨삭해서 보도했을까
- 한국에서 리 교육감의 신화가 왜곡되어 알려진 이유

둘째, 시험 성적에 대한 개혁 부분도 역시 전임자의 성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시험 성적과 개혁을 리 교육감이 시작했다는 주장에 관해서 말하자면, 2008년 7월 10일 자 WP의 예전 사설에 실린 다음 문구를 참고하라 : “학업 성취도가 뛰어난 초등학생들의 퍼센테이지는 지난 해 측정치에 비해 읽기 영역에서 8%, 그리고 수리 영역에서 11% 증가한 것으로 나온다. 중학교의 경우 두 영역에서 모두 9%였다... 제니의 개혁들이 주효했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리 교육감 역시 전임자에게 흠집을 내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대신 그 개혁들을 계승하는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

* 참고로 여기에서 당시 조선일보 보도를 인용할 필요가 있겠네요. 2008년 7월 13일 22:58시 입력된 “"워싱턴 DC 학생들 성적 크게 향상… 저도 놀랐어요“ -한국계 교육감 미셸 리 "교육개혁 성과 나타나"”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WP 기사를 인용해 리 교육감의 업적을 추켜세우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확인해보니 조선이 인용한 기사는 앞선의 칼럼에서도 인용한 WP 기사와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의 원문에서 인용한 부분은 각각 상당한 차이가 있는 내용입니다. 이런 식의 보도들이 한국에 오해를 확산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당시 WP는 분명히 리 교육감이 '전임자의 방식을 계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칼럼도 역시나 그 부분을 확실하게 재인용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조선일보 기사는 마치 이 모든 개혁작업이 리 교육감의 독자적 업적인 것처럼 강조하고 나섭니다. 창조냐 계승이냐의 근본적 차이를 무시한 채 한국에서 리 교육감의 신화를 만드는 데에만 골몰한 것 같습니다. 다음은 당시 조선일보 기사가 인용한 WP 부분입니다.

“아드리안 펜티(Fenty) 워싱턴 DC 시장은 "리 교육감이 취하고 있는 조치가 결실을 맺고 있으며 학교 시스템 개혁이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왜 팩트들이 신화에 가려져야 하는가

이번 WP 칼럼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습니다.

“아, 그러나 왜 팩트들이 신화에 가려져야 하는가?”

이를 부연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워싱턴 D.C.발 교육 개혁의 시작은 전임자의 업적이다, 리 교육감은 이를 충실히 계승했을 뿐이다, 이것이 팩트다, 그런데 리 교육감은 신화화되고 있다, 굳이 파고 들자면 리 교육감은 전임자의 기획에 충실했을 뿐이다, 물론 다른 면에서 수많은 장점은 있었다, 그러나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리 교육감을 신화화하는 건 옳지 않다, 팩트는 팩트다, 리 교육감의 신화가 팩트를 가려선 안 된다, 그 팩트라는 것은 워싱턴 D.C.의 교육개혁은 전임자의 기획이고 작품이라는 점이다.

자 이제 우리 사회도 리 교육감의 신화에서 조금은 깨어나야할 듯 싶네요. 그렇다고 아메리칸 드림의 성과를 이룬 미셸 리 교육감의 신화에 가까운 업적을 부정하고 싶진 않습니다. 실천도 능력이고, 이를 언론으로부터 평가받는 것도 확실한 업적입니다. 그래서 자랑스럽습니다. 다만 이를 가져다 극단적으로 과장하고 아전인수격으로 한국식 교육 개혁에 활용하려던 일부 언론이 있었다면 이 부분만큼은 반성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왜 팩트들을 신화라는 이름으로 가렸는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질문합니다.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영남대 로스쿨, 전남대 로스쿨,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 학기는 이화여대 법대에서 2,3,4학년을 대상으로 '현대사회와 법'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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