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장현] 연등회, 길을 잃지 마라
[구장현] 연등회, 길을 잃지 마라
  • 구장현/진각종 연등축제 담당자
  • 승인 2020.06.2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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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계의 자랑이자 대표문화행사인 연등회.

지금의 연등회는 1996년 ‘연등축제’라는 이름으로 새 모습을 갖춘 이래, 이제는 국가무형문화재가 되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목전에 두고 있다.

연등회가 이렇게 단시간 내에 이 땅을 넘어 세계적인 위상까지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은 종파의 벽을 초월해 등(燈)과 축제가 지닌 본질적인 가치, 바로 ‘공양의 정신’을 구현하고자 하는 불교계 많은 종단과 협력단체 등 참가단체들의 하나 된 공감과 실무자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의 상황 앞에서 보여 준 연등회의 대응은 유연함과 순발력은 고사하고 ‘참여’라는 연등회의 초심마저도 찾아보기 어려운 참으로 아쉽고도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물론 이것은 세계적인 질병의 유행 속에서 행사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던 결정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긴급 상황을 대처하는 연등회의 단방향성 문제해결방식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의사결정체계 등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연등회 성장의 가장 큰 동력은 바로 참가단체 및 그 실무자들의 개성 넘치는 에너지와 열정적인 노력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연등회의 소통성과 다양성 수용 부족에 대한 문제는 진작부터 언급하고 싶었다.

그런데 보존회는 축제의 틀을 안정화하고 매뉴얼화 하는 데만 집중하는 듯 보였기 때문에 1996년 시작부터 지금까지 거의 한결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참가단체들과의 소통 형식 역시, 거시적인 방향성을 토론하는 적극적 방식보다는 매년의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수준의 소극적 소통만을 해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 동안은 과감한 문제제기를 할 기회가 없었다.

우리 종단(진각종)을 비롯한 천태종, 한마음선원, 조계사, 구룡사, 도선사 등은 이른바 5개 등단의 핵심 참가단체로 불리는데, 이 단체들은 지난 25년 동안 연등회의 성장을 이끌며, 이제는 연등회의 변화와 발전을 함께 말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자기역량을 갖추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과 위상에 비해 이 단체들이 연등회에서 행사할 수 있는 직접적인 권리와 역할은 거의 없다.

이 문제는 참가단체와 관련된 제도에서 좀 더 연관해서 언급하고 싶은데 그 첫 번째는 바로 ‘전승자’ 제도다.

이 제도는 연등회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이 제도의 취지는 각 단체들의 경험 있는 실무자들의 노고를 존중하고, 그 역량을 발굴, 확대하여 구체적 인적자원으로 활용하는데 있다고 본다. 허나 전승자들의 위상은 이전의 실무책임자 수준과 다르지 않았고, 따라서 특별한 의무도 권리도 혜택도 사회적 경력으로도 되지 않는 이름뿐인 제도다. 해마다 보존회에서는 연수사업으로 일본 아오모리 내부타 마츠리(등 축제) 등의 세계적 등 축제들을 계속 참관해 왔다던데, 왜 전승자들은 이러한 사업의 유무여부도 잘 모를 뿐더러 연수 대상자로도 될 수 없었는지 전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전승자 제도 외에도 목적을 알 수 없는 모호한 제도는 또 있다. 바로 ‘연등공방’ 제도다.

보존회에서는 매년 봉축기간을 즈음하여 각 참가단체가 임시 또는 상설로 운영하는 등 제작 공간을 ‘연등공방’이라는 통일된 이미지로 명명해주었는데, 연등회 참가신청서를 받으면서 그 존재만을 파악하고서는 제도 활성화를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 어떤 현실적 교류, 육성, 지원정책은 전무하다.

연등회가 향후 제대로 발전하려면 ‘전승자’와 ‘연등공방’제도를 실적으로만 사용하지 말고, 실제화 하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승자와 연등공방의 위상을 올바로 세우고, 그들의 노하우와 역량이 각 단체 내와 보존회 모두에게서 존중받을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는 것은 연등회의 내실 있는 다음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난 ‘전승자’와 ‘연등공방’의 위상 불안정과 활용부재의 문제가 금년도 연등회의 준비과정에서도 드러났다고 본다. 보존회는 코로나19라는 초유의 긴급 상황 속에서 전체도 아닌 소폭의 10여개 핵심 실무단체와의 소통을 행사 일정 변경 전후로 각각 한 번 밖에 하지 않았다. 소통의 양에 있어서도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소통의 양도 그렇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도 많은 아쉬움을 남기는데, 이 회의에서 보존회는 두 번 모두 금년도 연등회가 처한 분명한 상황설명과 다각도로 준비한 꼼꼼한 대안도 없이, 각 단체들의 준비상황과 입장만을 반복해 묻는 공허한 진행만을 반복했다.

그래서인지 회의를 마친 후 헤어지는 길에 비공식적으로 잠깐 나눈 일부 실무자들과의 후일담에서는 보존회의 부족한 상황 인식과 대안 부재에 대해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그러면서 금년도 행사는 모두가 염려하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보존회가 단호한 결정과 절제된 대안으로 국민을 설득하면서도 참가단체들이 준비해 온 지난 1년여의 정성이 아름답게 회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바람을 남겼다.

이러한 바람과 더불어 짧은 키워드 수준의 대화였지만 나름대로의 대안들도 오갔는데, 이러한 건강한 의견들이 회의석상에서는 왜 언급될 수 없었는지 보존회는 이 점을 반드시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광화문에서 진행된 장엄등 특별전시회에 대해서도 한마디 언급하고 싶다.

이 행사는 연등회 취소를 최종 결정하던 종단협의회 이사회에서 긴급하게 결정되었다. 이 때문에 보존회가 준비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었다고는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25년 역사를 자랑하는 연등회라면 이 정도 상황은 거뜬히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따라서 시간이 촉박하고 긴박한 상황이라고 해서, 행사를 둘러싼 종합적인 상황의 공유는 두고서라도 전시기간, 작품설치/철수 일정, 전시 위치 등 반드시 꼭 교감해야 할 필수적 실무내용이 왜 꼭 직접 문의해야만 겨우 알 수 있었던 건지는 좀 납득하기 어렵다.

또 전시의 기획, 운영적 측면에 있어서도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먼저 전시 장소에 있어서 인구 유동성이 적은 북측 광장보다 지하철 광화문역 출입구와 버스 정류장이 인접한 인구유동성이 많은 세종대왕 동상 주변의 남측광장을 고려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또 작품의 전시방향에 있어서도 봉축 상징탑을 향한 방향으로만 작품을 전시하기 보다는 도로 넘어 인도 측을 향하게 하여 장엄등을 다양한 방향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관람자들을 배려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다음으로 전시장소가 누구에게나 열린 개방공간인 만큼 전기, 작품훼손, 장엄등 상하차 등 각 단체들이 보다 안전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오랫동안 정성을 들여 만든 장엄등이 상하지 않도록 전문 관리 인력을 배치해 줄 수는 없었던 것일까.

그리고 작품의 배치에 있어 보존회가 직접 외주를 맡겨 준비한 선두등단의 장엄등 만큼, 참가단체들이 직접 만든 작품을 소중하게 여기는 배치를 고려해 줄 수는 없었던 것일까.

끝으로 봉축위가 자기 입장보다, 각 단체들이 나름 지닌 특성과 상황들을 폭넓게 수용하기 위해, 대화의 기회를 좀 더 많이 마련해 줄 수는 없었던 건지 많은 궁금증과 아쉬움을 남긴다.

비대면 비접촉의 시대, 이른바 언컨택트 시대에 이미 들어선 우리 사회는 코로나19로 인해 그 변화의 시기가 10여년 정도 강제적으로 당겨졌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연등회는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실감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연등회가 이 급작스러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면 좀 더 전문적인 실력과 체계, 그리고 수용적인 마인드로 참가단체들의 역량을 성장시키고 이끌어내어, 다양하면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과 시도가 무엇보다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대 한국불교문화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시작점이자 새로운 이정표가 된 연등회. 참여의 폭을 넓혀 새로운 변화를 이끄는 연등회의 다음 성장을 간절히 기대해본다.

구장현/진각종 연등축제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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