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立)하라! 진(進)하라! 심지(心地)를 청정히 하라!”
“‘입(立)하라! 진(進)하라! 심지(心地)를 청정히 하라!”
  • 서현욱 기자
  • 승인 2020.06.30 15: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학원 설립조사 만해 한용운 스님 76주기 추모다례재 엄수
묘소·심우장서도 다례…“풍란화 같은 삶과 자취 좇는 계기”
29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AW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재단법인 선학원이 주최한 ‘만해 한용운 스님 76주기 추모다례재’가 엄수됐다. 추모법어를 하는 이사장 법진 스님.
29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AW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재단법인 선학원이 주최한 ‘만해 한용운 스님 76주기 추모다례재’가 엄수됐다. 추모법어를 하는 이사장 법진 스님.

코로나 19 감염증 확산 사태에도 암울한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가시밭길을 걸으며 칼날 위에 서 정의를 구한 만해 한용운 스님을 추모하는 마음이 한 자리에 모였다.

29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AW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재단법인 선학원이 주최한 ‘만해 한용운 스님 76주기 추모다례재’가 엄수됐다. 코로나 19 초유의 사태에 예년에 비해 참여 인원을 절반으로 제한하고, 갖은 방역조치 속에도 만해 스님을 기리는 마음은 한결 같았다. 이날 추모다례재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조화로 만해 스님의 76주기를 기렸고, 이낙연 국회의원(서울 종로)의 축전을 비롯해 여야 국회의원들과 서울 종로구청장과 성북구청장이 축사로 만해 스님의 뜻을 실천하기를 갈망했다. 선학원이 주최하는 만해 스님 관련 추모행사는 매년 정부기관 등 보훈단체들이 후원한다. 올해도 국가보훈처와 광복회, 한국독립유공자협회, 민족대표33인기념사업회, 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 만해기념관이 만해 스님의 76주기 추모행사를 후원했다.

다례재는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생활 속 거리두기’를 지키며 진행됐다. 행사장 입구에서는 참석자의 발열 여부를 검사하는 측정 장비가 설치됐고, 참석자 명단을 작성하고, 손 소독제를 비치했다. 행사장 테이블 좌석 배치 역시 생활 속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좌석 간 1미터의 거리를 두고 앉도록 했다.

내년 설립 100주년 앞두고 만해 스님 76주기 추모다례재

올해 만해 스님 76주기 추모행사는 ‘입(立)하라! 진(進)하라! 심지(心地)를 청정히 하라!’를 주제로 진행됐다. 민족독립과 민족불교의 전통을 수호하게 위해 뜻을 세우고(立), 일제의 간악한 탄압에도 흔들림 없이 정진하고(進), 만해 스님처럼 교단 정화와 한국불교 중흥, 구국의 뜻을 세워 정진해 간다면 나와 한국불교, 나라와 세계를 모두 청정하게 할 것(心地)이라는 마음에서다.

만해 스님의 추모행사는 매년 주제를 정해 나아갈 방향을 확장하며 실행해 왔다. 2016년 ‘거짓의 시대, 만해를 생각한다’를 주제로 불교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적폐 문제를 만해 스님의 유지로 풀어보고자 했고, 2017년 ‘희망의 날들, 만해를 생각한다.’로 새로운 희망 찾기에 고민했다. 2018년에는 ‘부처가 되려거든 중생을 여의지 마라, 극락을 가려거든 지옥을 피치마라,’를 통해 당동벌이의 삶을 사는 승가에 사부대중의 중요성을 갈파하고, 불교공동체의 회복과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몸을 사리지 말고 굳건하게 맞서야 함을 설파했다. 2019년에는 ‘가시밭을 걷고 용감하게 그 일을 하라. 칼날 위에 서는 데서 정의를 구하라’를 주제로 고난에 맞서는 실천의 방법을 강조했다. 올해 주제인 ‘입(立)하라! 진(進)하라! 심지(心地)를 청정히 하라!’는 내년 설립 100주년을 맞는 상황에서 만해 스님이 일제에 항거하며 주석한 선학원이 새로운 100년을 위해 뜻을 세우고 나아가 실천해야 하는 과제를 드러낸 주제였다.

이날 추모다례재는 코로나 19의 고통, 분단이 낳은 얼음장 같은 한반도의 고통, 국민을 잊은 정치적 고통, 사회 곳곳의 갈등과 고통, 켜켜이 쌓인 불교적폐가 낳은 고통 등을 만해 스님의 가르침을 실천해 극복하자는 의미가 더해졌다.

추모사를 하는 영담 스님(고산문화재단 이사장)
추모사를 하는 영담 스님(고산문화재단 이사장)

“어려운 시대 횃불이자 지름길 돼 사회 구제”

영담 스님(고산문화재단 이사장)은 “만해 큰스님의 말과 행실을 그대로 본받아서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대에 횃불이 되고 지름길이 되어 사회를 구제하는 불자가 되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상출 서울북부보훈지청장은 “조국독립을 위해 헌신하시고, 앞장서신 만해 스님의 고귀한 뜻을 이어가는 것은 미래세대에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물려주는 길이 될 것”이라며 “이 자리에 함께한 우리 모두가 스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우리가 나아갈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달라.”며 보훈 의지를 드러냈다.

만해 스님이 입적한 심우장이 있는 성북구청장을 지낸 김영배 국회의원(서울 성북구 갑, 더민주)은 다례재에 직접 참석해 “엄혹한 시대 꿋꿋이 호국과 정의, 진리의 길을 걸어가신 만해 선사이기에 그 발자국을 따라 걷고자 하는 우리의 감회는 각별하다.”면서 “우리에게는 선사의 삶과 정신을 되새기고 후손에게 전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며 “우리 아이들에게 만해 스님의 생각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 사회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만해 스님 존경하고 그리워해도 닮을 수 없지만
평화·행복 세상 만들려던 과제 기억하고 묵묵히 실천”

만해 스님의 생가가 있는 충남 홍성의 홍문표 국회의원(충남 홍성예산, 미래통합당)은 미리 낸 추모사로 “만해 스님의 정신적 유산이 우리 후손들에게 면면히 흘러 갈 수 있도록 이 자리에 참석한 모든 분들이 노력하자”며 “저 역시 대한민국의 어른이신 만해 한용운 스님의 정신을 이어 받아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화합의 길을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했다.

추모사를 하는 김영배 국회의원(서울 성북갑, 더민주)
추모사를 하는 김영배 국회의원(서울 성북갑, 더민주)

기동민 국회의원(서울 성북구을, 더민주)도 미리 보낸 축사로 “해방된 나라에 분단의 아픔이 새겨졌다. 국내외 혼란과 위기도 계속되고 있다”면서 “만해 스님의 가르침을 따라 어렵고 힘든 일을 걸어가고 헤쳐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민족의 역사를 이끌어 온 만해 스님의 뜻과 의지를 이어 받는다면 우리는 새로운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며 “저 역시 국내외 갈등을 극복하고 만해 스님의 숭고한 뜻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낙연 국회의원(서울 종로구, 더민주)은 축전으로 “‘님은 갔습니다’라는 시를 남기고 스님은 떠나셨다. 하지만 오늘의 대한민국은 만해 스님의 희생과 헌신 위에 만들어졌다.”면서 “스님은 떠나셨지만 우리는 만해 스님을 떠나보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만해 스님을 존경하고 그리워 하지만 만해 스님을 닮을 수 없다.”면서 “스님께서 만들자 했던 세상이 평화와 행복으로 가득한 세상이라는 것을 안다. 우리는 그 과제를 기억하고 묵묵히 실천해 가겠다. 그것이 스님에 대한 진정한 존경이며 추모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만해 스님 76주기 추모 다례재.
만해 스님 76주기 추모 다례재.

“함께하기에 이겨내고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만해 스님이 민족독립에 헌신하며 주석한 선학원이 자리한 서울 종로구의 김영종 구청장은 “3·1 독립운동 100주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협심하여 조선독립을 기도하여야 한다.’는 만해 스님의 뜻을 이어받아 국민 모두가 함께 국난을 극복하고 새 시대의 문을 열었다.”며 “다음 100년의 우리 후손들도 ‘함께하기에 모든 것을 이겨내고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만해 스님의 정신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실천하기를 희망한다.”고 추모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성북구에 위치한 심우장은 서울시 기념물이었다가 작년에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550호로 승격됐다”며 “만해 스님의 정신을 이을 수 있도록 관리를 잘 하겠다”고 말했다. 또 “총독부가 보기 싫다고 심우장을 북향으로 지은 일이나 서대문형무소에서 옥사한 독립투사 김동삼 선생의 주검을 운구해 심우장에서 장례를 지냈던 만해의 정신으로 코로나19 위기도 극복하자”고 호소했다.

만해 스님 독립운동의 중심지, 선학원

선학원과 만해 스님의 인연은 지중하다. 선학원이 한국불교의 왜색화를 막고 민족불교를 수호하고 정화불교의 중심지로만 알려져 있지만, 선학원이 민족불교를 ㅅ호하는 그 중심에 만해 스님이 있었다. 법원 판결문에서 나타나 듯 일제에 항거하다 옥고를 치른 만해 스님의 출소에 맞춰 선학원이 건립됐고, 서대문형무소에서 나온 1921년부터 1931년까지 10여 년간 선학원에 주석하며 선리참구는 물론 항일독립운동, 불교혁신운동, 계몽 운동, 문학 활동을 치열하게 전개했다. 오세암에서 탈고한 시집 <님의 침묵>이 선학원에 주석하며 간행했고, 6·10만세운동, 신간회 활동, 민립대학 설립운동, 조선불교청년회(현 대불청) 설립, 만당 결성 및 참여 역시 선학원에서 주석하며 이루어 냈다. 선학원이 만해 스님의 민족독립운동 중심지였다.

이에 법진 스님은 “나날이 심화되는 안팎의 장애와 환경으로 어려움에 처한 한국불교와 나라의 현실을 지켜보면서 풍란화 같았던 만해 스님의 삶과 자취가 더욱 그리워진다.”고 추모했다.

향을 올리는 만해 스님의 영애 한영숙 여사와 법진 스님.
향을 올리고 절을 하는 만해 스님의 영애 한영숙 여사와 법진 스님.

법진 스님은 “일제가 사찰령을 제정해 조선불교를 말살하려 하자 남전, 도봉, 석두 등 선지식은 사찰령을 앞세운 일제의 조선불교 말살 정책과 친일을 일삼던 사판계에 맞서고자 만해 스님을 구심점으로 선학원을 설립했다.”고 밝히고, “만해 스님은 1921년부터 1931년까지 10여 년간 선학원에 주석하며 선리참구와 항일독립운동, 불교혁신운동, 계몽운동, 문학 활동을 치열하게 전개했다.”고 했다.

“5대 이사장 적음 스님 52평 희사 등으로 심우장 건립”

이날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은 성북동 심우장과 선학원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인연을 공개했다.

법진 스님은 “만해 스님이 말년에 주석한 심우장 역시 선학원 5대 이사장인 적음(寂音) 스님이 1933년 초당을 지으려고 마련한 땅 52평의 희사하고, 우국지사 등이 힘을 보태 마련한 수행처”라며 “만해 스님은 심우장에서 애국지사들과 교류하며 독립운동을 이어갔고 1944년 6월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하고 입적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에 법진 스님은 “올해 추모 사업의 주제를 만해어록에서 추린 ‘입(立)하라! 진(進)하라! 심지(心地)를 청정히 하라!’로 정했다.”며, “만해 스님이 민족의 독립과 민족불교의 전통을 수호하기 위해 뜻을 세우고(立하라), 흔들림 없이 정진하셨듯이(進하라), 우리도 교단 정화와 한국불교 중흥, 구국의 뜻을 세우고 정진해 나간다면 나와 한국불교, 나아가 나라와 세계가 모두 청정하게 될(心地를 청정히 하라)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또 “목숨을 보전하려고 굴종의 삶을 사느니, 이상(理想)을 이루기 위해 죽음마저 마다 않고 정진하는 삶이 아름답다”는 만해 스님의 가르침을 소개하고, “오늘 이 자리가 만해 스님의 풍란화 같은 삶과 깊고 너른 자취를 배우고 쫓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만해 스님의 행장을 낭독하는 지광 스님(선학원 총무이사)
만해 스님의 행장을 낭독하는 지광 스님(선학원 총무이사)

추모다례재에는 이사장 법진 스님과 만해 스님의 영애 한영숙 여사와 유족, 재단법인 선학원 임원진, 각 분원 분원장 스님, 고산문화재단 이사장 영담 스님, 김영배 국회의원, 김상출 서울북부보훈지청장, 김영종 종로구청장, 이승로 성북구청장 등 정·관계 인사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법진 스님의 헌향과 한영숙 여사의 헌다로 시작된 1부 추모다례재는 △삼귀의 △반야심경 △추모 입정 △행장 소개 △추모사 △추모 법어 △헌화 △음성공양(제천 강천사 문수합창단) △사홍서원 순으로 엄수됐다.

이어진 2부에서는 가야금 그룹 ‘별가야’와 퓨전국악팀 ‘국악드로잉’의 공연으로 만해 스님을 추모했다.

심우장 추모다례재에는 이사장 법진 스님과 한영숙 여사, 총무이사 지광, 교무이사 종근, 재무이사 정덕, 이사 보운·종열 스님, 감사 영은 스님 등 재단법인 선학원 임원, 기동민 국회의원, 김춘례·최정순 서울시의회 의원, 전보삼 만해기념관 관장, 김종민 성북경찰서 서장, 윤진섭 성북미술협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추모공연을 하는 가야금 그룹 ‘별가야’
추모공연을 하는 가야금 그룹 ‘별가야’
추모다례재에 앞서 만해 스님의 묘를 참배하는 선학원 임원진들.
추모다례재에 앞서 만해 스님의 묘를 참배하는 선학원 임원진들.
만해 스님이 입적한 심우장을 찾아 다례재를 올리는 한영숙 여사와 선학원 관계자들.
만해 스님이 입적한 심우장을 찾아 다례재를 올리는 한영숙 여사와 선학원 관계자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34-733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법인명 : 뉴스렙
  • 제호 : 뉴스렙
  • 등록번호 : 서울 아 0043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7-09-17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뉴스렙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렙.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etana@gmail.com
  • 뉴스렙「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조현성 02-734-7336 cetana@gmail.com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