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현주소
불교의 현주소
  • 이기표 원장
  • 승인 2010.11.1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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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표의 세상이야기]
#경부고속철도 완전개통을 4개월 여 앞두고 있던 지난 6월 21일, 울산시는 역명(驛名) 자문위원회를 열고 ‘울산역’ 명칭에 ‘통도사’를 병기(倂記)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한국철도공사에 통보했다. 이유는 통도사가 울산역에서 10Km 이내에 위치해 있고, 통도사가 있는 양산시 주민 대다수가 울산역을 이용하고 있으며, 통도사는 우리 민족역사의 산물이자 세계 불교인들의 성지로서 지역관광산업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에 울산지역 개신교계가 크게 반발하자 철도공사는 울산역과 통도사를 병기하지 않고, 역 이름 밑에 ‘통도사’란 글씨를 부기(附記)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8월 26일자 행정안전부 전자관보를 통해 공고했다. 하지만 정작 울산역 청사가 완공된 뒤의 옥상 간판에는 ‘울산역’만 표기되었을 뿐, 부기하기로 했던 ‘통도사’는 완전히 누락되고 말았다. 더욱이 울산역에 비치된 주변명승지 소개책자에마저도 통도사는 완전 배제되고 말았다. 물론 개신교계의 반발을 의식한 때문이다.

#그로부터 한 달여 뒤인 10월 27일, 김황식 국무총리가 신임인사차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했다. 이재오 특임장관과 함께였다. 그 자리에서 총무원 간부스님들은 대구 팔공산 역사문화공원조성사업이 무산된데 이어 고속철도 울산역 명칭에서 통도사가 누락된 것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고 한다.

팔공산 역사문화공원조성사업이나 울산역명에 통도사를 병기하는 것에 대하여 대다수 지역민들이 지지를 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의 관보에까지 공고를 마친 사안을 특정종교계가 반대한다고 해서 없던 일로 해버리는 정부의 태도는 스스로의 권위와 신뢰를 저버리는 처사다. 오죽해야 총무원 간부스님들이 신임인사차 찾아온 총리에게 쓴 소리를 했을 것이며, 더불어 개신교계의 이웃종교 폄훼행태에 정부가 부화뇌동하지 말기를 주문했을 것인가.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날 총무원을 찾아온 총리와 특임장관 모두가 개신교 신자로 알려지자 많은 불자들이 ‘불교가 어쩌다 이처럼 궁색한 처지가 되었는가?’를 한탄하고 있지만 그것이 한국불교의 현주소다.
전체인구 5천만 가운데 불교신도가 2천만이라는 나라에서 행정부를 비롯한 입법부와 사법부 고위직 불교신자는 채 3할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예산권을 거머쥔 현역국회의원 299명 가운데 개신교나 천주교신자가 200 여명이 넘는데 비해 불교신자는 겨우 50명 내외다. 불교세가 강한 영남지역에서조차 불자국회의원이 20명 정도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불교인들의 정치적 결속력이 타 종교인들의 그것에 비해 허약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몇 안 되는 불자정치인들마저 ‘불교계만 믿다가는 낭패하기 십상’이라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산다. 불심에만 의존하다가는 낙선하기 쉽다는 뜻이다. 불교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으려면 불교인 스스로 결속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불자인재를 많이 배출할 수 있고, 인재를 많이 배출해야 울타리가 튼튼해진다.

타 종교가 유난히 불교를 특정하여 폄훼공작을 일삼는 것도 우리에게 그만한 허점이 있다는 얘기다. 그것이 무엇이겠는가. 종단 내부의 갈등이지 않겠는가. 주지가 바뀔 때마다 자리싸움이 치열하고, 사소한 일에도 시비와 비방이 끊이질 않는다. 그러한 풍토를 개선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화쟁위원회까지 설치했지만 무용지물이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총무원은 화쟁위원회에서 모아진 공론(公論)을 엄정하게 집행함으로써 기구의 위상을 높여주기를 기대한다. 봉은사분규를 비롯한 내부 갈등요인부터 제거하지 않고서 어찌 결속을 다질 수 있으며, 다른 종교가 얕잡아보는 것을 피할 수 있겠는가.

   
1956년 남해에서 태어난 그는 불교방송 부산사업소장, 진여원불교대학 학장을 거쳐 부산보현의집 원장을 맡고 있다. 부산노숙자쉼터 협의회 회장을 비롯해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급식 등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Fact 포럼 대표, 한국전력공사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제로에서 시작하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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