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판승 표적 된 종립선원 봉암사
사판승 표적 된 종립선원 봉암사
  • 서현욱 기자
  • 승인 2020.07.1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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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헌종법특위 ‘선원법 개정안’ 철회했지만 “자정노력 봐서”라니
조계종 중앙종회 본회의.
조계종 중앙종회 본회의.

‘영원한 수좌’ 적명 스님이 입적하자 봉암사가 사판의 그늘에 휩싸이고 있다.

“수행하는 중이 빼입고 뽐내며 사진 남기는 일은 중다운 게 아니오. 중이 중다워야지”라던 ‘수좌 적명’ 스님이 갑자기 불자들의 곁은 떠난 지 7개월여 만에 봉암사가 사판의 억압과 통제에 놓이게 됐다. 조계종 중앙종회 종헌개정 및 종법제개정특별위원회(특위)가 준비하던 ‘선원법 개정안’은 이판의 고향 같은 봉암사를 사판의 손길로 운영하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또 봉암사 주지는 법계 중덕이상, 승랍 15년 이상, 전문선운 15안거 이상 성만한 자로, 주지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도록 하려 한다. 주지추천위원회는 관할 교구본사주지(직지사) 1인, 전국선원수좌회 대표 2인, 중앙종회의장단 추천 1인으로 구성하고, 추천위가 고른 주지 후보를 관할교구본사주지가 총무원에 품신하도록 하고 있다.

특위는 낸 개정 이유는 종립특별선원 주지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사찰과 선원 운영의 역량을 갖춘 주지 후보자를 추천하겠다는 것이다. 또 종립특별선원 운영과 관리의 전문성을 제고하겠다는 게 주된 이유다. 여기에 체계적 운영을 위해 정기 감사를 의무화해 업무와 회계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주지 후보 추천 역시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개정안이 나온 데는 일부 수좌들이 주지 추천 과정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또 관할 교구본사가 봉암사의 성보 등을 관리감독하기 어렵고, 망실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개정안을 만드는 이유로 꼽힌다.

1947년 성철·청담·자운·월산·혜암·성수·법전 스님 등이 부처님 법대로만 살자며 결사로 오늘의 조계종을 태동케 한 삭제할 수 없는 역사와 상징성은 수좌들이 꼭 한번은 수행해야 할 곳으로 자리 잡았다. 조계종사에서 봉암사의 수행전통은 결사로 시작돼 자율적으로 운영되어 왔다. 종단이 예산을 일부 지원하고, 종립특별선원으로 지정했으니 어쩌면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회계관리를 투명화하면서, 이를 책임질 ‘주지’를 객관적으로 추천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지만, 실상은 불의한 종권에 맞설 수좌들을 정치력 있는 사판을 내세워 억압하고 통제하겠다는 뜻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봉암사가 권승들의 과녁이 된 것은 결국 전 총무원장 재임을 반대하고, 적폐청산에 나섰던 수좌 스님들의 주요 거점인 봉암사를 좌지우지해 손과 발을 묶겠다는 데서 비롯됐다고 해석된다. 여기에 중앙종회가 해종행위특위를 구성해 전국승려결의대회에 참석한 스님들을 옥죄며 엄포를 놓은 것으로는 수좌들을 통제하기 부족해 아예 수좌들의 본향을 압박하겠다는 의도가 포함됐다고 보는 것이다.

현행 선원법은 종립특별선원 봉암사의 특성을 고려해 일정 부분 자율적 운영을 보장했다. 총무원의 감사 역시 필요한 범위 내에서 업무와 회계를 감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주지 역시 조실이 없는 봉암사에서 수좌 스님이 대중들에게 의견을 물어 주지후보를 추천하도록 해 왔다. 그런데 특위가 마련한 개정안은 수좌회와 봉암사 수좌를 포함한 주지추천위를 구성하도록 해 객관성을 확보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수좌들이 직접 선택하던 주지 대신 사판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는 추천위가 주지를 추천하도록 하려 한다. 이는 권승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주지 후보자를 제칠 수 있는 길을 법적으로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기감사를 의무화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회계와 업무 감사를 정기적으로 하겠다는 것은 재정과 사람을 통제하겠다는 의미다. 관리감독을 강화해 종립특별선원의 운영이 보다 건전하게 되겠다고 하는 발상은 이미 봉암사가 재정과 운영에 문제가 있었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2년 전 전국승려결의대회 이후 조계종 총무원은 봉암사를 감사했다. 필요할 때 감사를 할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정기감사를 의무화하는 것은 상시적으로 봉암사를 통제하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특위가 선원법 개정안을 마련하자 수좌들이 즉각 우려했다. 수좌회는 봉암사와 상의해 중앙종회에 선원법 개정안을 발의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중앙종회 측이 단독으로 법안을 폐기하거나 철회하는 것을 확답하지 않았다. 결국 수좌회와 봉암사 측이 실세인 전 총무원장을 찾아가 선원법 개정안을 철회해 줄 것을 사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선원수좌회 관계자는 “수좌회는 중앙종회 의장 스님을 비롯해 관련 종회의원들과 선원법 개정안 철회를 조율해 왔다.”면서 “수좌회와 봉암사 관계자가 전 총무원장을 만나 법 철회를 요청했다.”고 했다.

봉암사 관련 A스님은 “봉암사 주지와 수좌회 대표가 전 원장을 찾아가 선원법 개정안 철회를 요청했지만, 전 원장은 ‘이번 종회에는 발의하지 않지만, 다음 종회에는 발의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수좌회와 봉암사 관계자가 전 총무원장을 만난 이후 열린 회의에서 특위는 “봉암사 자정노력을 본 뒤” 법안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전 원장이 입법과 성안된 법안의 철회까지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종법을 바꿔서라도 봉암사를 통제하겠다는 사판의 손길에는 전 총무원장의 그늘이 어른거린다. 특위가 봉암사의 자정노력을 본 뒤 법 개정 성안 및 발의 여부를 따지겠다고 했다. 어찌 보면 선원법개정안을 7월 임시회에서 발의하지 않겠다는 뜻이지만, 중앙종회 11월 정기회에 발의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이어서, 적명 스님이 떠난 봉암사는 사판의 표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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