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 21세기의 처방전
참선, 21세기의 처방전
  • 이기표 원장
  • 승인 2010.11.23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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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표의 세상이야기]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한국선수단의 훈련종목 가운데 ‘참선(參禪)’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고 한다. 집중력을 향상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특히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유도와 사격에서 메달폭풍을 몰아칠 수 있었던 것도 지속적인 참선을 통해 선수들의 집중력을 키운 효과로 알려졌다. 작년 한 해 동안 각종 국제대회에서 유도와 사격이 거둔 성적은 겨우 한두 개 종목에서 메달을 따는데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거의 전 종목을 휩쓸다시피 했다. 그리고 그 원동력이 되어준 것이 참선이었던 것이다.

참선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하는 좌선(坐禪)이 일반적인데 집중력은 물론 지혜와 직관력을 높이는 불교의 대표적 수행법이다. 여기에 깊이 몰입하면 움직일 때와 가만히 있을 때가 다르지 않은 동정일여(動靜一如)의 경지, 또는 잠잘 때와 깨어있을 때가 다르지 않은 오매일여(寤寐一如)의 경지에 까지 도달한다고 한다. 마음이 그만큼 청정해져서 일체의 사심과 잡념, 망상과 욕심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불안감이나 초조감이 없어지고 오로지 평안한 평상심만이 유지되는 것이다. 집중력을 요구하는 운동선수들의 정신훈련과정에 참선을 접목시킨 것도 그 때문이다.

21세기의 가장 큰 사회적 병폐로 자살을 꼽는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의 자살률은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매년 7만 여명이 자살을 시도하고 있으며, 매일 36명꼴의 자살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사업에 실패했다고 자살하고, 가정불화로 자살하고, 몸에 병이 있다고 자살하고, 성적이 떨어졌다고 자살하고, 부모에게 꾸중을 들었다고 자살하고, 인생이 재미없다고 자살하고, 심지어는 자살카페를 통한 충동이나 권유로 자살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느 교원단체에서 어린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5% 이상이 자살충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기성사회에 큰 충격을 준바 있다. 실제로 청소년들의 이유 없는 자살이 급증하는 추세다. 이는 산업의 발전에 비례하여 인간정신은 피폐해지는 결과로, 나의 생명이 얼마나 존귀한 존재인지조차 분별하지 못하는 자아상실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대부분의 인류학자들은 ‘21세기가 안고 있는 공통적 병폐로써 날이 갈수록 그 증상이 악화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악성종양보다 무서운 ‘21세기의 병폐’를 치유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자살충동을 갖게하는 가장 큰 원인은 사회적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라고 한다.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욕심 때문에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다가 마침내는 우울증에 걸리게 되고, 그 우울증으로 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겠다는 강한 충동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신의 피폐로 인한 자아상실증으로 이를 치유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처방전이 다름 아닌 ‘참선’인 것이다.

참선은 모든 사심과 잡념, 망상과 욕심을 버리게 하는 대신 자신과 세상을 뚫어보는 직관력을 키워준다. 참선은 보는 것도 없고, 집착하는 것도 없는 무시선 무처선의 수행법이기 때문에 남과의 경쟁심에서 벗어나 늘 만족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한다. 참선은 스스로가 가장 존귀한 존재임을 깨닫게 함으로써 가는 곳마다 내가 주인이며, 하는 일마다 내가 주인이라는 주인의식을 갖게 한다. 세상의 주인 된 자가 어찌 자살을 꾀할 것이며 분망한 짓을 할 것인가. 자살률 1위가 창피하고 청소년의 탈선이 걱정된다면 전국의 여러 사찰에서 운영하고 있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한 번만이라도 참여하여 21세기 병폐를 치유할 가장 훌륭한 처방전을 받아갈 일이다.

   
1956년 남해에서 태어난 그는 불교방송 부산사업소장, 진여원불교대학 학장을 거쳐 부산보현의집 원장을 맡고 있다. 부산노숙자쉼터 협의회 회장을 비롯해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급식 등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Fact 포럼 대표, 한국전력공사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제로에서 시작하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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