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현안·세계인류평화 메시지 던져야
지구촌현안·세계인류평화 메시지 던져야
  • 법응 스님
  • 승인 2010.12.02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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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조계종 총무원장 등 로마 교황청 방문에 부쳐

이달 9일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7대 종교지도자들이 로마와 바티칸을 방문한다. 교황 베네딕토16세 성하(Joseph Ratzinger /1927년 4월 16일생/ 독일)를 ‘알현(謁見)’할 계획이라는 말이 들린다.

알현은 ‘지체가 높고 귀한 사람을 찾아가 뵙는다.’는 의미의 극존칭 용어다. 평민이나 신하된 자가 자신들의 주군을 만날 때, 혹은 외국의 대사가 주재국의 왕을 만날 때, 다시 말해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은 사람이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을 찾아가 만날 때 사용하는 용어가 ‘알현’이다. 그것도 흔히 군주제 국가에서 쓰이지 민주주의 사회와 국가에서 통용되는 용어는 아니다. 다른 종교의 수장과의 만남에서는 더욱 어울리지 않는 용어다.

‘교황알현’(敎皇謁見 / 라틴어 :audientia papalis / 영어: papal audiences)이라는 용어는 로마 카톨릭의 규정으로서 고유명사화 된 의식언어다. 교황과 만나는 일에 ‘알현’이란 용어를 붙인 것은 교황이 말 그대로 가톨릭 교단의 최고 황제 지위를 갖기 때문이다.

가톨릭의 입장에서는 상대가 누구든지 ‘당연히’ 교황보다 높을 수 없다. 상대방이 다른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달라지지는 않는다. 한국의 가톨릭 대표로서는 영광의 알현의 자리일 것이다.

수년 전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바티칸 교황청에서 교황을 만난 일이 있다. 이 때 노대통령의 첫 인사가 “알현을 허락해주시고 환영해주셔서 고맙다”라는 말이었는데, 사회 일각에서 ‘알현’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을 두고, 노대통령이 “카톨릭 신자로서 개인적으로 교황을 알현한 것이냐, 한 나라의 국가정상으로서 바티칸의 최고 수장을 면담을 한 것이냐” 논란이 인 적이 있다.

각설하고, 이번 진행은 1차 연기되었다가 재추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찌 되었든 한국의 종교지도자들이 교황의 ‘알현 또는 면담’ 이던 어떤 의미가 있어야 한다. 두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는 내용이다. 오랜 역사와 심오한 사상을 지닌, 불교를 비롯하여 동양의 대표적인 종교지도자들이 가톨릭의 최고 수장인 교황과 만났을 때는 인류사에 기여할 바를 창출해내야 한다. 문명과 과학이 발달한 지금도 지구촌 도처에서는 전쟁과 기아 및 온갖 갈등으로 수많은 인류가 매일 죽어가고 있다.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현 지구촌은 정치, 경제, 종교, 문화, 인종, 빈부, 교육 등 다양한 갈등의 아수라장이다.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에는 전쟁으로 죽어나가고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허다하며, 경제 선진국도 빈민과 소외계층의 문제가 현안이다. 정신적으로 피폐가 심화되고 있는 현대인들의 내면의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공통의 숙제에 대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종교 간 갈등의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평화, 사랑, 자비를 추구하는 종교가 서로 으르렁거리며, 이웃 종교의 울타리 안까지 침범하여 선교하는 현실을 어찌할 것인지? 종교인들부터 종교 간 이해와 화합을 외면하고서 사랑과 관용을 외침은 사기라 해도 무방하다. 당장 우리나라의 현실에 종교간 갈등의 원인을 어느 종교가 제공하는가?

종교지도자들은 정신적, 물질적 빈곤으로부터 인류해방이라는 현실과업을 직시해야 한다. 한바탕 이벤트를 열듯이 “교황과의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둔다”는 것으로 만족한다든지, 형식적이며 의례적인 몇 마디 대화에서 의미를 찾으려 한다면 시간과 에너지의 허비다.

두 번째는 의전이다. 종교인은 각자의 신앙에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교황과 우리의 종교지도자들은 무차별의 관계에서 서로 존중하며, 인정하는 예의의 의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교황알현은 그 알현자의 구성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① 일반알현(一般謁見, general audiences) : 수요일마다 정기적으로 성 베드로 대성당의 알현실이나 때로는 광장에서, 여름에는 교황의 하기별장이 있는 카스텔 간돌포(Castel Gandolfo)에서 열린다. 로마나 바티칸 방문자, 순례자 등을 위한 알현이다.
② 준사적 알현(準私的 謁見, semiprivate audiences) : 특별한 소집단을 위한 알현.
③ 사적 알현(私的謁見, private audiences) : 교황과 긴급하거나 중대한 용무가 있을 때, 보통 주교나 국가 원수들 혹은 대사들을 위한 알현인데 보통 교황의 서재에서 행한다.
④ 공식적 알현(公式的 謁見, official audiences) : 교황청을 공식적으로 방문하는 국왕이나 대통령 등의 국가 원수가 갖는 국가적인 규모의 장중한 알현을 말한다.
⑤ 업무적 알현(業務的 謁見, scheduled audiences) : 교황청의 고위 관리들이 업무상 정기적으로 갖는 알현을 말한다.

교황과 우리의 7대 종교지도자들의 첫 만남이 어디에 해당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번 행사는 한국불교의 최고지도자인 총무원장 스님, 천도교 및 민족종교의 최고지도자가 참여하는 것으로 소위 ‘공식적 알현’에 버금가는 의전이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의식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도 문제일 것이나 종교 간 화합, 존중, 무차별이라는 인류의 교훈적 가치를 선양해야하는 의무를 지닌 중심인물들의 의식이기에 더욱 중요하다. 한국의 종교지도자들을 영접하는 교황청의 예의와 종교인으로서 인류를 위해 추구해야하는 가치와 그 실천에 관한 문제다.

이번 행사를 정부(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국은 내용과 의전에 있어서 부실과 소홀 그리고 결례가 있게 해서는 안 된다. 사소한 문제라도 발생한다면 행사의 주체인 정부당국과 당해 종교계는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조계종은 별도의 완벽한 준비를 할 것으로 예상하나, 실무자는 한국불교와 종단의 위상이 걸린 의전임을 깊게 인식하여서 접대장소, 상호간 만남의 방법, 대화의 내용과 순서, 인사의 방법, 특히 안전 등 가능한 모든 것에 착안하여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거듭 지구촌의 현안과 세계 인류의 평화를 위해 그 곳 그 자리에서 어떠한 결과의 메시지를 던질 것인지 착안해야 한다. 준비와 의전에 문제가 있다면 차라리 완벽한 준비 이후로 미루거나 갈 필요가 없다.

그 어떤 서구의 철학이나 종교보다도 유구한 역사와 심오한 사상을 자랑한다는 불교와 동양의 종교 지도자들이 우르르 몰려가 상전 문안하는 듯한, 그리스도의 성지를 순례하는 듯한 인상을 풍겨서는 곤란하다. 적지 않은 비용과 인력을 들여 7대 종교지도자들의 해외 나들이 정도로 비치는 것도, 교황 알현에 의한 누구를 위한 효과도 경계한다. 행사를 주관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책임감에서 많은 부담과 긴장을 해야 하기에 거론하는 것이다.

근래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인세와 저작권료로 받은 500만유로(76억5,000만원 상당)를 새로 만든 '바티칸 재단: 요제프 라칭거'등에 기부했으며, 로마 가톨릭 교회의 전통적인 금기를 깨고 에이즈 성병의 예방을 위해 콘돔의 사용을 허용하는 말을 해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 法應(불교환경연대 지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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