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먼저 기억하는 그곳 시골기행
마음이 먼저 기억하는 그곳 시골기행
  • 갤리온
  • 승인 2010.12.1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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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제목: 시골기행 부제: 마음이 먼저 기억하는 그곳 /지은이: 강신재 /펴낸곳: 갤리온 /발행일: 2010년 10월 15일 판형 및 쪽수: 신국판 변형, 304쪽 /값: 14,000원 ISBN: 978-89-01-11456-9 03810

1. 도시의 삶만을 표준이라 여기는 시대, 대한민국 시골의 삶을 생생하게 담았습니다

지은이는 말한다. “시골은 내게 세상의 별책부록이었다. 시골을 타자로 만들어버리는 가슴이 무서웠다. 내가 사는 오늘이 전부라고 믿는 머리가 싫었다. 그래서 떠났다. 별책부록으로, 세상의 귀퉁이로.” 그의 말대로 우리의 오늘은 도시의 삶을 표준이라 여기는 시대다. 일부러 기억하지 않으면 통째로 사라져버릴 시골의 삶이다. 책은 강원도 산골의 배추마을, 천일염으로 유명한 부안 곰소, 남도의 바다가 고스란히 들었다는 장흥의 매생이마을, 대한민국 대표 한우마을, 왕골과 짚풀로 유명한 태안의 대기마을 등 스무 곳의 시골의 삶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지은이는 지난 2년간 봄여름가을겨울 대한민국 시골의 풍경과 사람과 삶의 모습을 채집하였다.

2. 하늘을 거스르지 않고 몸을 쉬지 않으며 마음 내려놓지 않는 삶을 배웁니다

곰소의 염부들은 말한다. “햇볕과 바람이 지어주는 귀한 밥을 그저 거두며 살 뿐”이라고. 무안 청계의 낙지마을 사람들은 “열두 시간은 볕 보고, 열두 시간은 물에 들며” 살아간다. 영양군 석보면의 담배 농사꾼들은 “세상에서 가장 고된 여름”을 보내며, 땀방울을 흘린다. 진도에서도 떨어진 섬 가사도의 어르신들은 “톳은 가슴속에 모타놓은 햇발로 말리는 것”이라며 삶의 애환을 이야기한다. 책은 이렇듯 하늘을 거스르지 않고, 몸을 쉬지 않으며 마음 내려놓지 않는 우리 시대 시골의 삶을 정직하게 받아냈다. 민통선의 마을에서 남도까지 대한민국 시골의 삶이 생생하다.

3. 정직하게 행복한 그곳으로 떠나는 인생 여행

우리 시대의 시골 사람들은 땅을 이기고 바다를 넘으며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었다. 지은이는 말한다. “그들의 삶은 정직하게 행복하다. 거짓을 욕심 내지 않고, 노력을 거둔다.” 전쟁 통에 쑥대밭이 되어버린 땅을 일궈 오늘에 이른 민통선 내 시래기 마을 사람들. “어찌 삶이 여름날 그림만 같으랴”라며 억척같이 산을 일궈 배추밭을 만든 농부들. 박을 타는 흥부의 정성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일하는 섬진강 재첩마을의 아낙들. 이들 모두가 우리의 부모를 닮은 인생의 스승들이었다.

4.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던 서울 봉원사 사하촌에서 문화재 이고 사는 외암 민속마을까지

책에는 특별한 곳들도 등장한다.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꺼렸던 서울 봉원사 사하촌이 그 중 한 곳이다. 억겁의 인연이 모여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절과 마을, 성과 속의 경계가 무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마을 풍경이 흥미롭다. 문화재를 이고 산다는 외암민속마을의 삶도 이채롭다. 그들은 문화재가 자신들의 슬픈 숙명이라고 말한다. 인천시 서구 원창동 세어도, 뭍에서 700미터밖에 되지 않는 섬. 전기도 수도도 없던 삶이 바로 어제였던 도심 속 오지섬이 신기하다.

5.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이야기. 정겹고 쓸쓸합니다.

“당신들은 요렇게 기묘한 거 촬영해다가 우찌요? 이렇게 내노면 팔리요?” “다음부터 올 때는 전화를 주고 와. 여긴 점방이 엄응께. 음료수라도 사다놓게.” “시집온 날부터 시어머니랑 한 방을 썼어. 돌아가실 때까지. 시집와서 옷끈을 안 끌러놔서 여름이면 곰팡 날라 그려. 신랑? 신랑은 사랑서 잤지.” “배추고 사람이고, 살면 또 그래 사는 거여.”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살아온 터전인데 이제 앞날은 알 수 없지 뭐. 다들 힘들어 나가고, 죽어 나가고. 자손들이 살아야 하는데 젊은 사람이 이런 데서 뭐 해 먹고 살아. 우리가 마지막일 것 같아. 우리가 마지막…….” 모두 마을 어르신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이야기다. 마음이 먼저 기억하는 그곳 시골의 솔직한 속내가 정겹고 쓸쓸하다.

6. 자연과 함께 하는 사람들의 지혜와 우리네 삶의 역사

토종벌은 귀가 시간이 늦으면 벌통에 들지 않고 풀잎에 몸을 만 채 노숙을 한단다. 꽃을 딸 때 잎까지 같이 따면 꽃이 몸살을 하니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연꽃은 오후에는 향을 풀지 않는단다. 책에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사람들의 지혜가 곳곳에 숨어 있다. 그들 물만 봐도 숭어의 크기를 가늠하고, 배추 속을 들여다보고 날씨를 읽고, 꽃봉오리를 보고 시간을 가늠한다. 모두 자연이란 더듬이로 세상을 읽는 사람들이다. 생명을 꿰뚫는 혜안이 잡담과 뒤엉켜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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