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신문 "지적설계론 위헌판결 옳다"
바티칸 신문 "지적설계론 위헌판결 옳다"
  • 이혜조
  • 승인 2006.01.2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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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교황청 일간지에 `진화론의 과학적 대안으로 지적설계론을 가르쳐서는 안된다'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법원의 판결을 "옳다"고 규정한 글이 게재됐다고 뉴욕타임스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볼로냐 대학의 피오렌조 파치니 진화생물학 교수가 지난 16-17일자 교황청 신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L'osservatore Romano)'에 이런 취지의 글을 기고, 눈길을 끌고 있다. 파치니 교수는 이 글에서 "다윈이 제시한 모델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된다면 다른 것을 찾아야 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방법론적인 시각에서 볼 때 과학인 척 하면서 과학의 영역에서 빗나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설계론을 비과학적이라고 지적 했다. 그는 특히 "그것은 과학적 영역과, 철학이나 종교적인 것들 사이의 혼선만 야기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글이 교회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제시된 것은 아니지만 바티칸이 미묘하고 의도적으로 애매모호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진화론 옹호론자들은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프란시스코 아얄라 생물학 교수는 "가톨릭의 가르침과 진화론 사이에 모순이 있다고 볼 필요가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적설계론을 연구하고 홍보해온 미국 시애틀의 비영리단체인 디스커버리 재단 과학문화센터의 로버트 크로더 대변인은 주목할 필요가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교황청의 공식 신문으로 기본적으로 바티칸의 견해를 반영한다. 그러나 이 신문에 게재된 모든 기사가 교회의 정책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며, 동시에 교회의 정책에 반하는 기사는 거의 게재되지 않는다고 뉴욕타임스는 덧붙였다. 이에 앞서 미 펜실베이니아 법원은 지난해말 자연은 매우 복잡해 진화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창조자가 개입했다는 `지적설계론'을 함께 가르쳐야 한다는 펜실베이니아주 지역 교육당국의 정책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펜실베이니아 지방법원의 존 존스 판사는 '지적설계론이 과학인가'하는 문제를 따져본 결과, 과학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따라서 지적설계론을 교과과정에 넣는 것은 공립학교에서의 종교교육을 금지한 미국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시했었다.


지적설계론 이란
1990년대에 들어 창조론자들이 새로운 무기로 들고 나온 것이 ‘지적 설계론(intelligent design theory)’이다. 지적 설계론은 복잡다단한 이 우주는 ‘지적 존재’가 창조했다는 것으로 새로운 버전의 창조론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그 지적 존재를 기독교의 하나님으로 직접 지칭하지는 않는다. 지적 설계론자들은 지적 원인은 없고 자연적 원인만을 가정하는 진화론이 유일한 과학 이론이라는 것은 편견이라고 주장한다. 쉽게 말해 세상에는 진화론으론 설명이 안 되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지적 설계론은 2000년대에 와 미국 여러 주에서의 교과과정 채택 과정에서 논란이 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몇달 전에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 나서 학생들이 진화론 외에 지적 설계론 교육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그 배경에는 주요 지지층인 복음주의 기독교도,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고려가 깔려 있었을 것이다. 이 논쟁은 뜻하지 않은 사회 분열요인으로 비화됐다. 우선 미국 과학계와 부시 행정부 사이의 반목이 깊어졌다. 스탠퍼드대 의대 필립 피초 학장은 워싱턴에 핵을 두고 전국으로 퍼지는 ‘반 과학정서’를 우려했다. 반 진화론 운동이 젊은이들을 과학에서 격리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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