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참구해야 할 화두
이명박 대통령이 참구해야 할 화두
  • 法應 스님
  • 승인 2010.12.19 14: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법응스님]이명박 대통령께 공개편지

정부가 우리의 전통과 불교문화를 배척하면 동일문화권인 중국과 일본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종국에는 그들이 주장하는 한반도 지배의 굴절된 역사관을 고착시킴에 일조하며, 세계 각국과의 경쟁력마저도 상실하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님!

한해의 회한으로 쓸쓸한 연말이 긴장된 남북관계와 국회의 예산 날치기, 정부의 서민과 민족전통문화를 외면한 행보로 인해 더욱 힘들고 쓸쓸합니다.

문명과 과학이 발달하고 자유민주주의와 다원질서가 확립된 현대사회이며, OECD가입 국가로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입니다. 이 대한민국에서 정부여당에 의한 종교편향이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국가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이 외면당하며, 민족문화의 계승 · 발전과 관련된 예산이 전액 또는 대폭 삭감되는 현실은 매우 유감스럽고 수치스런 일입니다.

국가지도자가 자신이 신앙하는 종교에 편향하고 정치권과 공직자 사회가 이를 추종하여서, 종국에는 사회가 획일화 되고 전통문화가 말살된다면 국가의 존립은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사회구성원의 경제 수준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상과 정신의 살림살이가 넉넉해야 하며, 다소 진통을 겪더라도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구성원 사이에 지속적인 소통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가 정신문화적으로 다양성과 여유를 갖지 못하고, 겨레가 일구어 온 전통과 문화를 배척한다면 건강한 국가란 절대 불가능합니다.

세계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이 경제부강정책과 더불어 한 때 그들이 말살하려 했던 문화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음을 아시리라 믿습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얼마 전 폐막한 광저우아시안게임의 개막식을 통해 세계 각국은 그들이 구축하고자 하는 힘의 근원을 어디에서 건져 올리는지 똑똑히 목도했습니다.

바로 ‘전통’, 그것이었습니다. 선진강대국으로 가는 힘의 근원은 인문학과 사상, 전통과 문화입니다. 실용은 이 위에서만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사상과 문화의 전쟁에서 패배하고서는 그 어느 국가와의 군사 · 경제전쟁에서도 이길 수 없습니다.

이번 국회에서 문화재사찰의 방재시스템 예산이 전액 삭감되고, 국위선양에 톡톡히 한몫을 해온 템플스테이 예산의 대폭 삭감으로 불교와 민족문화가 천대받음에 중국과 일본은 쾌재를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우리민족의 전통과 불교문화를 배척한다면 동일 문화권인 한중일 간 경쟁에서 뒤쳐짐은 물론 중국과 일본에게 그들이 주장하는 왜곡된 한반도의 역사관에 힘을 실어주어서 한반도지배의 굴절된 역사관을 고착시킴에 일조합니다. 종국에는 세계 각국과의 경쟁력도 상실할 것입니다.

중국이 불교와 문화정책에 인력과 예산의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를 화두로 삼을 것을 제안 드립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역사와 문화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유네스코의 권고지침은 문화유산의 역사적 · 건축적 지역과 그 환경의 지정(identification), 보호(protection), 보존(conservation), 복원(restoration), 보수(renovation), 유지(maintenance), 활성화(revitalization)를 목적으로 하며, 해당 문화재에 대한 점(点) 단위의 보호가 아니라 면(面)단위의 보호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특별히 문화유산의 ‘활성화’에 주목하는데, 문화유산의 ‘활성화’란 국민으로 하여금 역사, 문화, 환경을 체험 · 계승하여 창의적 발달을 도모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한 국가의 정체성은 그 문화를 근간으로 합니다. 석굴암, 팔만대장경, 석가탑과 다보탑 등 유무형의 불교문화유산은 시공을 초월한 국가의 자산이며, 문화외교의 사절이자 세계적 자랑거리입니다.

국보의 56%, 보물의 66%가 불교문화재이며, 전국사찰에 1만2천여점의 비지정문화재가 있습니다. 얼마 전 서울G20정상회의 개최기간 중 열린 ‘고려불화전’에서 보듯이 세계가 우리의 불교문화재에 감탄하고 있습니다. 누구든 민족의 문화유산을 시빗거리로 삼아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국가의 지도계층이 자신의 종교와는 다른 종교의 것이라고 하여, 또 불교문화 보호에 적극적이면 정치적,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지 않을까 하는 굴절되고 왜곡된 인식으로 인해 전통사찰의 가치를 폄훼하고 문화재보호정책을 소홀히 한다면 국가적으로나 인류문화사적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발전한 원동력의 이면엔 불교문화유산 등 세계 최고의 문화를 창달한 선조들의 위업과 숨결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한국사회가 이념 간, 계층 간 갈등에 이어 종교 간 갈등으로 인해 혼란에 빠지고 소중한 문화가 파괴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문화와 역사에 대한 대통령의 전향적인 인식이 한국역사의 발전을 결정지을 것입니다. 2011년도는 우리사회에서 종교나 계층 간 갈등이 줄어들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 법응(불교사회정책연구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34-733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법인명 : 뉴스렙
  • 제호 : 뉴스렙
  • 등록번호 : 서울 아 0043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7-09-17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뉴스렙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렙.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etana@gmail.com
  • 뉴스렙「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조현성 02-734-7336 cetana@gmail.com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