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경전은 어떻게 전해졌을까
불교경전은 어떻게 전해졌을까
  • 불광출판사
  • 승인 2010.12.2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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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금강대학교 인문총서 제3권 - 언어와 문자로 읽는 불교 -
| 책임편집 심재관 | 248쪽 | 2010년 12월 9일 출간 | 18,000원
| ISBN 978-89-7479-133-9 (93220)

∥ 불광출판사 ∥ 서울시 종로구 수송동 46-21번지 3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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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경전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이해
각 지역과 시대에 따른 불교경전의 다양한 언어와 문자에 대한 상세한 안내

지구상의 많은 종교 가운데 세계 4대 종교로 손꼽히는 것은 불교와 힌두고, 이슬람교, 기독교이다. 이 4대 종교를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언어의 신성성(神聖性)에 관한 것이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힌두교는 각각 라틴어, 아랍어, 산스크리트어 등을 세속적인 언어와 구분되는 자신들만의 신성(神聖)을 담보하는 언어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과 달리 불교는 언어의 신성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불교에서 언어와 문자는 인간의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실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물론 특정 언어와 문자가 특별한 수행에서 일정한 의미를 가졌던 경향도 있었지만, 불교를 창시한 석가모니 부처님이 천명한 근본적인 입장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불교도에게 말이나 글은 부처님의 가르침 즉 불교(佛敎)를 전달하는 여러 가지 수단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다.

다른 종교와는 다른 자유롭고 관대한 태도는 불교가 세계의 여러 지역에 전파될 때 매우 큰 장점이 되었다. 누구에게나 그 지역의 보통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나 문자로 불교를 전달할 수 있었다. 불교경전은 여러 지역으로 전파되면서 그 지역의 다양한 언어와 문자로 옮겨졌고, 동시에 다양한 장르의 불전문학이 발달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현대에 불교를 공부하는 일반인이나 불교학자들은 불교가 지나온 대륙 위에 펼쳐진 광활한 언어의 숲을 헤쳐 나가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언어의 숲을 헤쳐가기 위한 하나의 지도로서 현재까지 어떤 지역의 언어와 문자로 불교경전이 전해지고 있는지 그 대강의 현황을 살펴보는 개괄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기존 연구서에서 이와 같은 내용이 일부 제시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설명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였다.

1930년대까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발견되었던 불경 단편들이 지금까지 대부분 불교의 언어와 문자를 이해하는 최전선의 자료였다. 그러나 최근 10여 년 동안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만큼 다량의 새로운 사본들이 등장하였다. 아마도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났던 정치적 변동의 결과로 생각된다.

이 새로운 사본들, 즉 스코이엔 콜렉션이나 영국국립도서관의 간다라 사본들, 파키스탄의 바주르 사본들은 20세기 초에 발견된 사본들보다 훨씬 오래된 사본들이 많고 그 분량도 상당하기 때문에 불교학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새로운 사본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통해서 불교의 전파나 불전 번역의 역사가 다시 이해되고 있다.

이러한 실정을 살펴보면, 불교경전을 담고 있는 언어와 문자에 대한 이해는 불교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초지식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연구서에서는 이와 같은 내용이 일부 제시되었을 뿐이었다. 최신 연구동향과 함께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설명을 통해서 불교경전의 역사에 새로운 이해를 제공하기 위해서 이 책이 저술되었다.

각 분야의 전공자 7명이 불교경전을 표현했던 각 시대와 지역의 언어와 문자에 대해 그 변천사와 최신 연구결과까지 체계적이며 상세하게 서술한 10편의 글을 한 곳에 모았다.

7명의 저명한 불교학자들이 소개하는 불교경전에 대한 최신 연구동향

먼저 심재관은 인도의 구전문화에서 처음 어떻게 문자가 등장했는가를 설명하였다. 베다의 무문자(無文字) 시대를 지나서 브라흐미 문자와 카로슈티가 등장한 후, 이들 문자가 지역을 달리해 어떻게 발달했는지를 간단히 정리하였다. 인도 북서부에 한정되어 있던 카로슈티 문자와 달리 브라흐미 문자가 인도에서 지역과 시대에 따라 발전하게 되는 과정을 스케치했다.

이필원은 남전과 북전의 각 전승에서 달리 나타나는 결집의 역사를 소개하고 제4차 결집까지의 과정을 정리했다. 스리랑카의 상좌부 전통에 따르면 제4차 결집이 이루어진 B.C. 1세기경이 되어서야 구전되던 불경이 비로소 문자로 기록되는 계기를 맞게 되고, 북전 전승에 따르면 A.D. 1세기경, 간다라 지역에서 카니쉬카 왕의 제4차 결집을 계기로 대규모의 경전 제작이 이루어진다. 이때 대규모의 경전 필사가 이루어졌는지는 불확실해도, 최근에 발견된 간다리 사본이 A.D. 1~2세기경까지 소급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사실이다.

이필원은 계속해서 남전의 상좌부와 북전의 설일체유부의 경전을 소개하며 이를 기록한 언어와 문자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였다. 대부분 팔리어로 기록된 상좌부의 경전들은 A.D. 18~19세기에 필사된 것인 반면, 간다라와 카슈미르 지역에서 활동했던 것으로 추측되는 설일체유부의 경전들은 산스크리트와 한문, 티베트어로 남아 있다. 이 문헌들의 단편은 20세기 초와 최근의 여러 사본 발굴 속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박영길은 상좌부의 경전과 언어에 대한 이해를 보충하기 위해서 동남아시아 지역의 불경 언어와 문자가 어떻게 구분되는지 설명했다. 이 지역의 불교사를 포함해서 언어와 문자의 발달사는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소외되고 취약한 부분이다. 이 글에서는 스리랑카,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등의 간략한 불교사뿐만 아니라 브라흐미 문자와 남인도 문자에서 영향을 받은 동남아시아 문자들의 발달과 더불어, 각국의 불교 삼장이 형성된 과정을 간략히 요약하였다.

불교가 인도대륙의 북쪽으로 전파된 경로를 따라서, 중앙아시아 지역의 불교 언어와 문자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일람이 필요하다. 심재관은 박트리아어와 간다리어, 코탄어, 소그드어로 남겨진 불교 사본들의 발견과 그로 인해 제기된 새로운 불교연구에 대해 소개하였다. 이 지역의 언어와 문자는 20세기초부터 최근에 이르는 사본 발견 과정을 통해 불교학 연구의 중요한 과제로 등장했다. 이와 더불어 워싱턴 대학의 간다리 문헌연구, 스코이엔 콜렉션, 바주르 콜렉션 등에 대한 최근의 연구에 대해서도 간략히 설명했다.

안성두는 티베트 언어와 문자의 기원, 불경번역사 등에 대해 간단하지만 매우 신뢰할만한 입문을 제공하였다. 티베트의 언어와 문자에 대한 이해는 티베트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던 산스크리트 불전의 번역사와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티베트의 불전 번역 과정에서 산스크리트어를 충실히 옮기기 위해 시도했던 언어학적 변형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한문번역과 대조되는 이러한 티베트 역경사의 특징을 짚고 있다.

권탄준은 방대한 중국의 역경사를 전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정리하였다. 초기 한역과정의 역장체제나 당시 번역의 기준에 대한 소개, 그리고 역경을 계기로 빚어지는 중국내 여러 종파의 등장에 대한 설명은 이 글을 더욱 값지게 만들었다.

최종석은 먼저 불교의 전래 이후 등장한 필사와 인쇄문화의 발달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요약하였다. 사경과 목판인쇄술, 대장경판 제작, 금속활자인쇄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부각시켰다. 여기에 한글의 창제원리뿐만 아니라 이후 간경도감의 설치를 통해 이루어진 한글본 불전의 출현을 설명하였다.

김성철은 중관과 유식의 중요한 불경의 사본들이 현재 우리들에게 어떠한 과정을 통해 전해지게 되었는가를 보여주었다. 더불어 20세기에 이루어진 중요한 불교 사본의 발견과 그에 대한 비판교정본의 제작과정을 흥미롭게 밝히고 있는데, 우리가 접하고 있는 산스크리트본의 󰡔프라산나파다󰡕, 󰡔해심밀경󰡕, 󰡔유가사지론󰡕, 󰡔유식삼십송󰡕의 출판과 연구 배경이 간단히 그려지고 있다.

심재관은 󰡔법화경󰡕을 사례로 삼아 간략한 연구사와 함께 한 권의 출판물로 등장하기까지 어떠한 사본들을 통해 이루어졌는가를 설명하였다. 󰡔법화경󰡕은 가장 넓은 지역에 퍼져 있는 불경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법화경󰡕 사본의 다양한 언어와 문자가 불교의 전파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은 불교경전을 표현하는 언어와 문자에 대한 상세하고 포괄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현재 세계의 불교학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연구 성과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 집필진 소개(가나다 순)

권탄준(금강대학교 불교복지학부 교수)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불교학과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쳤다. 동국대학교 강사 및 불교문화연구원 전임연구원을 역임하고 현재 금강대학교 불교복지학부 불교학 전공 교수 및 대학원 원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해동화엄의 실천적 전개」, 「󰡔화엄경󰡕 「십회향품」의 삼종회향」, 「󰡔화엄경󰡕 계율의 현대적 조명」, 「화엄경의 수행도 체계 연구」가 있다.

김성철(금강대학교 불교문화연구소 HK교수)
동국대 인도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류코쿠대학 불교문화연구소 외국인 특별연구원, 동국대․전남대․금강대 강사,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섭대승론 증상혜학분 연구󰡕, 공저로 󰡔대승불교의 보살󰡕, 역서로 󰡔공입문󰡕, 󰡔붓다의 심리학󰡕, 󰡔초기불교의 이념과 명상󰡕 등이 있다.

박영길(금강대학교 불교문화연구소 HK펠로우쉽 연구원)
2003년 동국대 인도철학과에서 「샹까라의 명색현현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동국대, 한국외대, 원광대 동양학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전공은 샹까라의 불이론 베단따 철학이며, 최근엔 하타요가와 산스끄리뜨 필사본을 연구하고 있다. 주요 논문은 「샹까라 철학의 마야(māyā)개념 검토」, 「샹까라의 철학과 마야설(환영론)의 관계 비판」, 「하타요가쁘라디삐까에서 쁘라나야마의 의미와 실천법」, 「하타요가 전통에서의 84좌법설: 원형과 문헌적 근거에 대하여」 등이 있다.

심재관(금강대학교 불교문화연구소 HK연구교수) : 책임편집
동국대학교에서 고대 인도의 의례와 신화에 대한 연구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쳤다. 산스크리트와 고대 인도신화 텍스트인 뿌라나(Purāṇa) 연구에 주력하고 있으며 인도 건축과 미술에도 관심을 확장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와 파키스탄의 대학교와 국제 필사본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공저서로 󰡔세계의 창조신화󰡕, 󰡔세계의 영웅신화󰡕, 󰡔인도의 전투신 스칸다의 탄생신화󰡕, 󰡔탈식민시대 우리의 불교학󰡕, 󰡔힌두사원󰡕 등이 있다.

안성두(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
독일 함부르크대학 인도학과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쳤다. 슈미트하우젠 교수의 지도하에 「유가사지론의 번뇌설」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금강대학교 불교문화연구소 연구원 및 금강대학교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 교수로 재임 중이다. 편저서로는 󰡔대승불교의 보살󰡕, 󰡔티벳의 문화󰡕 등이 있다.

이필원(가산불교문화연구원 연구원)
청주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 인도철학과 석박사 과정을 거쳐 일본 북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청주대학에서 강의 중이며, 가산불교문화연구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아라한개념의 발전과 전개」, 「Suttanipāta에 나타난 번뇌론과 수행론 고찰」, 「사무량심의 해탈도적 성격 고찰」 등이 있다.

최종석(금강대학교 불교복지학부 교수)
동국대 불교학과 및 동 대학원을 수료하였다. 독일 자르브뤼켄대학 종교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금강대학교 불교복지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표논문으로 「불교생태학의 이론과 실천」, 「붓다와 예수의 웃음」, 「과학시대의 과학 격의불교」, 「보살의 해탈과 의인의 구원」 등이 있다.

󰌞 목차

들어가는 글

고대 인도의 구전문화와 문자의 등장 - 심재관
1. 인더스 문자 그 이후
2. 베다의 구전문화
3. 초기의 두 문자 - 브라흐미 문자와 카로슈티 문자
4. 카로슈티 문자

최초 경전의 성립과 기록 - 이필원
1. 결집이란 무엇인가
2. 결집의 역사
3. 제1차 결집
4. 제2차 결집
5. 제3차 결집
6. 제4차 상좌부 결집 - 삼장의 기록
7. 카니쉬카 왕 치세기의 제4차 결집과 불교 사본

부파불교의 경전과 언어 - 이필원
1. 부파의 형성
2. 상좌부의 경전과 언어 그리고 문자
3. 설일체유부(거점 지역)의 경전과 언어 그리고 문자

남방불교 국가의 경전과 언어 - 박영길
1. 팔리 삼장의 언어와 문자
2. 팔리 삼장의 구성
3. 팔리 삼장의 판본
4. 남방불교 전통권의 언어와 문자
5. 스리랑카의 불교사와 문자
6. 태국의 불교사와 언어, 문자
7. 미얀마의 불교사와 언어, 문자
8. 캄보디아의 불교사와 언어, 문자
9. 라오스의 불교사와 언어, 문자

중앙아시아에서 발견된 사본과 불교사의 새로운 단서들 - 심재관
1. 박트리아어와 불교문헌
2. 간다리어와 카로슈티 문자
3. 코탄어와 툼슉어 불교문헌
4. 소그드어 불교문헌과 고대 위구르어

티베트 문자와 티베트어 불전 - 안성두
1. 티베트어와 티베트 문자
2. 불교의 도입과 불전의 번역
3. 티베트 범어 불전 번역의 특징과 그 평가

역경과 중국불교 - 권탄준
1. 불교의 전래와 최초의 역경
2. 불교에 대한 초기의 이해 - 안식‧대월지‧강거계의 초기 역경승
3. 격의불교의 비판 - 불교의 본뜻에 대한 탐구
4. 격의불교의 극복 - 구마라집의 구역 시대
5. 중국 역경의 황금시대 - 신역시대
6. 간추려 보는 역경의 역사

한글에 담겨진 불경 - 최종석
1. 불교의 전래와 경전의 사경
2. 고려시대의 목판인쇄술과 팔만대장경
3. 금속활자와 경전의 만남
4. 한글창제와 불전의 한글화

대승경론과 그 언어: 중관과 유식 문헌 - 김성철
1. 인도의 고문자 - 카로슈티 문자와 브라흐미 문자
2. 『근본중론송』과 『불호주』의 발견
3. 티베트의 불전 전승
4. 상크르티야야나의 탐험
5. 『프라산나파다』 의 산스크리트 사본
6. 새로운 사본 발견의 의의
7. 근대 탐험가들에 의한 산스크리트 문헌의 수집
8. 『해심밀경』 산스크리트 사본의 확인
9. 「성문지」와 「보살지」의 산스크리트 사본
10. 『대승장엄경론』과 『변중변론』의 발견
11. 무착 저작의 산스크리트 사본
12. 세친의 저작
13. 산스크리트 사본학의 미래

법화경 필사본 연구사와 그 언어와 문자 - 심재관
1. 법화경 사본의 지역적 분포
2. 불교연구의 시작, 뷔르눕의 법화경 번역과 케른-난조 편집본
3. 중앙아시아의 법화경 사본과 발견의 시대
4. 길기트 사본과 산스크리트 법화경 편집
5. 90년대 이후 새로운 법화경 사본의 발견
6. 법화경 사본의 언어와 문자들

󰌞 책 속으로

브라흐미 문자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문자가 인도 전역의 여러 지역문자를 탄생시키게 된 모(母)문자라는 점이며, 이를 토대로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여러 문자들이 파생했다는 점이다.

브라흐미 문자의 초기 발전단계를 눈여겨 두는 것은 초기 불경의 사본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기본적인 사항이다. 어떤 사본을 입수했거나 검토해야 할 때 제일 먼저 그 사본이 어느 시기인지를 대략 직감적으로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인데, 브라흐미 문자는 다양한 시기를 통해 그 형태가 변했을 뿐만 아니라 지역적으로도 변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토카라어, 소그디아어, 산스크리트어, 코탄어, 몽고어 등의 다양한 언어가 브라흐미 문자로 기록되어 왔다. 이에 반해 카로슈티 문자를 통해 기록된 언어는 거의 대부분이 간다리어이며, 일부 프라크리티어 등에 한정되어 있다. 이 브라흐미 문자는 카로슈티 문자에 비해 광범위한 영역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이 문자로 기록된 불경도 카로슈티로 기록된 불교문헌보다 훨씬 양이 많다. - 본문 28~29쪽 중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는 불교가 등장했을 당시 문자가 존재했었는지에 대해 단언할 수 없다. 붓다의 열반 후 경전의 결집(結集)이 요청되었을 때에도 종종 경전에 묘사되듯이 승려들은 구전의 형태[合誦, saṃgīti]로 결집에 임했을 것이다. 아마도 부파분열이 시작되었을 때에는 문자가 등장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당시 불교 승단 내 교육 전통도 구전에 의해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붓다의 말을 왜곡이나 가감없이 전달하는 방법은 제자들에게 반복적으로 되풀이해 암기하도록 하는 방법이 더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승불교의 등장과 불경의 기록이 만나는 접점을 우리는 아마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승사상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이미 인도 사회에 문자에 의한 기록의 관습이 어느 정도 널리 퍼져 있었고, 승단 내에 대승불교와 같은 새로운 혁신적인 사상적 주장이 등장했을 때, 승단 전체가 불설로서 인정하는 합의를 거치지 않고도, 또는 승단의 지지를 받지 않고도 승단 내부에서 유통될 수 있었던 계기를 열게 된 것으로 보인다. 팔리 경전과 달리, 많은 대승경전에서 사경(寫經)의 공덕을 칭송하는 이유도 이 점에서 대조된다. - 본문 37~38쪽 중에서

간다리 불교문헌의 중요성은 무엇보다도 불교가 인도에서 중국으로 전해질 때 중국의 초기 역경가들이 한역했던 인도 불교경전이 이 간다리어로 기록된 불교문헌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이 사본들의 발굴 때문이 아니더라도, 인도의 불경이 한역될 때 초기의 한역 경전은 간다리어에서 번역되었다는 사실을 음성학적 연구결과로 밝혀낼 수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를 통해 에른스트 발터슈미트, 존브로우 등의 학자들은 ‘간다리 가설(Gāndhārī Hypothesis)’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가설은 아직도 일부 한역을 통해 시험 중이다. 불경은 인도의 다양한 지방어로 전해졌고 그 내용이 기록되면서 다양한 루트를 통해 각종의 언어로 기록된 경전이 중국에 전해졌을 것이다. 시기적으로나 지역적으로 간다리어 불경이 중국에 건너가 한역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학자들은 이에 대해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 본문 124~125쪽 중에서

티베트어 구문의 특성상 티베트어 번역은 범어의 의미를 한문 번역과 비교해 비교적 충실히 반영할 수 있었다. 또한 문화사적으로 보면 중국 불교의 경우와는 달리 소위 ‘격의적인’ 문제에 매달릴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직역이 가능했을 것이다. 범어를 번역함에 있어 번역자 자신의 팀에 의해 여러 차례 수정이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사실은 티베트대장경 편찬에서의 교정 작업과 비교해 보면 유추가 가능할 것이다. 여러 사본이 남아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티베트장경의 특징은 어떤 판본이 정해지면 그 이전의 다른 번역은 제외된다는 데 있다. 따라서 이본(異本)의 존재는 동일한 대장경 속에서는 확인될 수 없고 다만 돈황 사본 등의 별도의 사본이나 다른 판본을 통해서만 확인된다.
번역과 재번역 작업을 통해 티베트인들은 원전의 해석학적 이해에 접근해 갔고, 또한 풍부한 주석문헌을 통해 불교학의 깊이를 심화시켜 나갔다. 따라서 우리는 티베트불교를 인도불교의 아류라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 티베트인들의 번역 작업은 자신의 글과 언어로 사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산증거일 것이다. - 본문 158쪽 중에서

우리가 특정 불경에 대한 연구를 시도하거나 그 불경을 둘러싼 역사적 연구를 시도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그 문헌이 생산된 지역의 언어와 문자들을 먼저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언어와 문자도 역사적 발전과정이 있으므로 문서를 통해 얻어 낸 이러한 사실들이야말로 경전의 역사를 추적할 수 있는 일차적인 정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들은 경전의 기술 내용에서 추리된 역사적 정보보다도 더 확실한 실증적 정보가 된다. 문헌학자들의 노고가 아직도 존중받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 글은 불경의 기록사 가운데 가장 폭넓은 언어와 문자로 기록되어 왔던 법화경이 어떤 언어와 문자로 기록되었는지를 세계에 흩어져있는 다양한 사본 콜렉션에서 간단히 살펴 볼 것이다. 이러한 고찰은 경전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이 경전의 의미를 다시 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경전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자신이 어디서부터 연구를 시작해야 하는가에 대해 일말의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이러한 점은 특히 특정 지역의 불교연구자나 경전사(經典史) 연구자에게 적용되는 말일 것이다. - 본문 230~231쪽 중에서

5~60년대 이후 80년대에 이르기까지 법화경 사본의 연구는 다소 정체된 느낌을 주는데, 주로 연구를 위해 사전이나 인덱스, 수집된 사본들의 영인본 출판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사본들이 여러 지역에서 입수되었기 때문에 이들을 보다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접근성이 좋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했던 것이다. 따라서 사본들을 촬영해서 영인본으로 출판하거나 사본의 텍스트를 로마자로 입력해서 재출판하는 작업들도 늘어나게 되었다. 이런 작업은 주로 일본에서 좋은 결실을 낳았는데, 와타나베(渡邊)나 유야마(湯山明) 등이 이런 작업을 해왔다. 이러한 후속 작업에 이어서 법화경의 사본 연구는 90년대 들어서 다시 한번 20세기 초에 맞았던 새로운 계기를 맞게 된다.
90년대 말 노르웨이의 부호 스코이엔은 사본 거래상을 통해 여러 편의 법화경 단편을 포함해 매우 시기가 이른 것으로 판단되는 불교사본들을 입수할 수 있었다. 이 사본들은 아프가니스탄 바미얀 일대에서 출토된 것으로 보이는 사본들인데, 구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의 혼란을 틈타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90년대 말 법화경 사본의 단편들이 계속 발견됨에 따라 44개의 단편으로 늘어났으며 그 시기도 5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비록 이것들이 사본 단편들에 지나지 않지만 이제까지 발견된 사본의 필사시기 가운데 가장 고층(古層)의 것들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마츠다와 토다의 추측에 의하면 이 법화경의 내용들은 다른 사본들에서 발견되지 않는 구절을 담고 있는데, 독자적인 계통에 속하는 내용으로 파악된다. - 본문 242~243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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