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화도 모자라 聖國化하자는 건가
성시화도 모자라 聖國化하자는 건가
  • 이기표 원장
  • 승인 2010.12.23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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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표의 세상이야기] 길자연 목사의 망언
한국불교의 총본산인 조계사 일주문에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졌다. 조계종 총무원에서 종교 간의 화합과 평화를 염원하는 뜻으로 세운 것이라 한다. 축하현수막만 내걸었던 예년에 비해 파격적인 모습이다. 더욱이 날로 더해가는 기독교인들의 불교폄훼행위로 인한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지 않은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축제에 동참한다는 것은 종교평화를 위해 그들의 허물을 용서하겠다는 뜻이 담겨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 크리스마스트리의 점등행사가 있은 바로 다음 날, 한국기독교 총연합회장에 당선된 길자연 목사의 망언이 우리 불교인들을 참담하게 하고 있다. 그는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탄축하메시지에 대하여 ‘기독교의 성탄과 불교의 종교를 합리화시켜 연결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망발을 내 뱉었다. 불교계가 성탄을 축하하는 것은 ‘불교를 종교로 합리화시키기 위한 제스처’라는 뉘앙스로 들리는 것이다.

내 해석이 왜곡되었다면 다행이겠다. 하지만 기독교계를 대표한다는 사람이 이웃 종교 수장의 축하마저 무시한 것이 사실이고, 그러한 태도는 이 땅의 모든 불자들에 대한 우롱이자 경거망동이다. 그는 나아가 ‘한기총이 종교지도자협의회에 참여하는 것은 다른 종교단체와 동등한 입장에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했다고 한다. 기독교가 다른 종교보다 우위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자가당착도 도를 넘으면 실성한 사람 취급받기 십상이지만 대체 기독교가 우위인 것이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역사성만 따지더라도 종교지도자협의회에 참하고 있는 7대 종단 가운데 기독교의 역사가 가장 짧다. 종교로서 인류 앞에 탄생한 시기도 유교나 불교 도교 천주교 등에 비해 한참 뒤의 일이다. 그들이 이 땅에 남긴 종교문화 또한 타 종교에 비하면 조족지혈도 아니다. 그렇다면 도덕성이 앞서는가, 자애심이 앞서는가. 다른 종교를 폄훼하고 무시하고 시기하고 방해하는 그들의 행태에서 드러나듯 그것은 더욱 아니지 않은가. 그들이 자랑하는 신도 숫자도 날이 갈수록 이탈자가 늘어가는 판국에 도대체 무엇이 우세하다는 말인가.

더욱 가관인 것은 불교의 ‘템플스테이’에 대응할 수 있는 ‘처치스테이’를 설치하겠다며 억지를 부린다는 것이다. 처치스테이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상관할 바 아니지만 그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수 천 억이나 되는 엄청난 예산을 지원받겠다는 철부지발상에 측은지심까지 생겨난다. 이는 템플스테이를 방해하겠다는 의도이겠지만 그와 더불어 정교유착(政敎癒着)을 공공연히 들먹이는 작태를 보면서 종교지도자는 고사하고 범부의 품격에도 함량미달이라는 안타까움을 떨칠 수 없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에서 템플스테이를 지원했던 것은 1,700년의 불교문화가 이 땅의 전통문화로 자리했기 때문이다. 그 전통문화를 관광자원으로 발전시켜 국익을 도모하겠다는 판단에 의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우 100년의 한국 독교 문화를 전통문화와 대등하게 인정해 달라는 떼거지는 무식과 몰염치의 극치라 아니할 수 없다. 아직은 문화적 가치도 없고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는 더욱 없는 것이 그들 종교문화의 현주소 아닌가.

그러나 여기까지만 해도 철부지의 떼거지로 치부할 수 있다. 길자연 목사가 한기총 회장으로 당선된 이면에는 ‘한국이 기독교국가라는 것을 보여 주겠다’는 주장이 크게 어필했다고 한다. 그것은 다른 종교를 말살하겠다는 얘기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중동지역을 종교전쟁의 아수라로 몰아가고 있는 근본주의나 분리주의의 망령이 이 땅에도 상륙했다는 생각에 정신이 섬뜩하다. 그러한 사람을 지도자로 선택한 기독교계의 결정은 불교에 대한 공격이 더욱 치밀하고 조직화될 것이라는 걱정을 지울 수 없다.

우리와 같은 다종교사회에서는 보기 드물게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종교평화를 위협하는 행태에 대한 범사회적 경고와 질책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불교인들 스스로 한 마음이 되어 그들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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