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公正)이란 무엇인가
공정(公正)이란 무엇인가
  • 이희선 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
  • 승인 2020.09.0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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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선의 쌍월상조(雙月相照) 1.

-지난 16년간(1994~2020) 의사수가 인구증가율(16%: 4,464만→5,178만)에 비해 오히려 감소(같은 기간 -6%: 3,253명→ 3,058명)

- 공정의 본래 의미는 공동체에서 함께 일하고 나누는 일에 반하는 사적인 탐욕을 징계하여 바로 잡는 것

- 의사들이 리베이트 받고 특정 제약회사 약만 처방하는 일이야말로 공정하지 않은 것

프랑스 의사 간호사들이 코로나 19 펜데믹을 겪으며 공공의료를 대규모로 확대하라는 요구를 들고 거리로 나왔다는 지난 6월 17일 방송 뉴스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시위 구호가 우리와 반대이며 역설적으로 지구 반대편의 우리 정부가 공공의료를 확충하려 하자 우리 의사들이 반대하며 진료거부 투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진료 거부하는 이유 증 하나가 정부 정책이 공정하지 않아서라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정부정책에 공정의 가치를 내세워 비판한다는 기사를 읽곤 한다.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공정은 대개 선발의 공평, 경쟁의 공평에 대한 것인 것 같다. 얼마 전 한국공항공사 임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에 대해 반대한 적이 있고, 이번에는 공공의대 선발 방식에 대해 공정하지 않다고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정이라고 하면 대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공평하고 올바름’으로 알고 있다. 좀더 깊이 있게 공정이란 뜻을 살펴보자. 한자는 갑골문에서 기원한 것이라 갑골문의 해석과 용례를 통해 접근해 보는 것이 좋다. 먼저 공평할 공자를 살펴보자. 몇 가지 해석이 있다. 이미 알고 있는 ‘경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우열을 가리게 한다’는 해석이 있다. 다른 해석을 보자. ‘공(公)은 음식물을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다. ‘갑골문과 금문의 공(公) 중 팔(八)은 나누는 것이고, 마늘 모(厶)의 갑골문 모양은 구(口)인데 음식물을 나타낸다. 그래서 설문해자는 공(公)을 공평하게 나누는 것으로 보았고, 한비자 오두편(五蠹篇)에 사적인 것과 등지는 것이 공(公)이라 하였다. (출처: 두강원, 인명용한자 풀이)

“옛날 창힐(蒼頡)이 글자를 만들 때 스스로 동그라미 그린 것을 일러 사(私)라 하고 사에 등지는(背) 것을 공(公)이라 하였다.”

스스로 동그라미를 그렸다는 것은 경계 표시를 하고 내 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말하고 등지는 것이란 그 경계를 지우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출처: 블로그/ 갑골문은 우리 문화재) 창힐은 단군 조선 때 한자를 만들었다는 사람이다. 고대에 토지를 혼자 소유하려는 것을 사라고 하고 이를 금지하고 함께 사용하게 하는 것을 공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토지 공개념의 뜻이 분명해진다.

다음 바를 정자를 보자. 갑골문에서 정(正)은 한일자와 발지(止)가 아니라 입구(口)로 되어 있다. “갑골문의 모양으로 볼 때 다른 마을이나 성을(口) 공격하는 행위를(止) 정(正)으로 보는 것이 원래 글자 모양에 어울린다. 적을 공격하는 것에서 치다, 바로잡다, 다스린다, 처벌한다, 죽인다의 의미가 나왔다. 주례,하관에서 정(正)을 죄를 다스리는 것, 또는 죽이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출처: 두강원, 인명용한자 풀이) 즉, 바를 정자는 ‘바로잡다’는 뜻이다. Justice 가 로마의 여신 유스티티아(Justitia)에서 나왔으며, 여신이 눈을 띠로 가리고 저울과 칼을 들고 있는 상징과 유사하다.

이렇게 보면 공정의 본래 의미는 공동체에서 함께 일하고 나누는 일이고, 이에 반하는 사적인 탐욕을 징계하여 바로잡는 것이다. 그래서 공정은 단지 출발 기회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결과에도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경쟁과 선발의 기회를 균등하게 줌으로써 결과적으로는 불평등을 고착하게 하는 일이 생긴다면 공정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예컨대, 대학입시에서 농어촌특별전형과 사회적배려특별전형 등을 허용하는 것이나 기회에서 뒤처지거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복지정책을 펴는 것, 중소상인을 보호하고자 대기업이 골목상권에 진입할 수 없게 하는 것 등등도 공정에 포함되는 것이다.

지난 16년간(1994~2020) 의사수가 인구증가율(16%: 4,464만→5,178만)에 비해 오히려 감소(같은 기간 -6%: 3,253명→ 3,058명)해왔다. 서울과 지방의 병원급 의사수가 1/3 정도고 적절한 치료를 받았으면 살릴 수 있었던 농촌 환자가 도시에 비해 3.6배가 높았다고 한다. 물론 단순 수치로만 따질 일은 아니지만, OECD 평균 인구 천 명당 의사수가 3.5명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4명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의대 정원 증원을 반대하고, 공공의대 설립을 반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진료를 거부하고, 의사고시를 거부하며 공정이란 말을 내세우며 정부와 싸우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금 의료계의 공정은 지역 불균형과 공공의료기관과 사립병원 사이의 지나친 불균형을 적절하게 바로 잡아주는 것이고, 국민 생명을 볼모로 공익에 반하는 진료거부 행위를 징계하여 바로잡는 것이다.

한 달전 지상파 방송 뉴스에 모 제약회사에서 내부제보로 400억 원대의 리베이트 수사를 하고 있는데 서울대를 비롯 유수의 종합병원 의사들이 연루됐다는 기사가 방송된 일이 있었다. 이런 일이야말로 바로잡아야 할 불공정 사례가 아니겠는가.

프랑스 의사 간호사들이 공공의료를 대규모 확대하라는 요구를 들고 거리로 나왔다는 MBC의 보도(사진=MBC 뉴스 갈무리)
프랑스 의사 간호사들이 공공의료를 대규모 확대하라는 요구를 들고 거리로 나왔다는 KBS의 보도(사진=KBS 뉴스 갈무리)

# 이희선은 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 동국대 불교학과 졸업 후 출판업에 종사해왔다. 경기도 부천에서 살면서 지역 시민단체 활동과 불교단체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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