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육 폐지는 민족문화 말살
역사 교육 폐지는 민족문화 말살
  • 이기표 원장
  • 승인 2011.01.06 23: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기표의 세상이야기] 2011, 불교가 해야 할 일

지난 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어느 의원이 국무총리에게 ‘마루타로 불리는 731부대를 아느냐?’고 묻자 당시 총리가 ‘항일독립군인가요?’라고 되물어서 사회적 빈축을 산 일이 있다. 이 나라 제일의 대학총장을 역임하고 국무총리까지 된 사람이 일제 강점기 때 우리 민족을 상대로 생체실험이라는 잔학한 짓을 자행한 집단을 자세히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당사자 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역사인식이 얼마나 한심한 수준인가를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했다.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친구의 이야기로는 ‘조선왕조 역대 임금 중 가장 위대한 업적을 이룬 임금이 누구냐?’는 물음에 ‘이순신 장군’이라고 답하는 학생이 여럿이라고 한다. 적어도 고등학교 학생이 되어가지고 왕과 신하의 개념조차 모르는 아이들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교직자들 가운데 역사교육폐지론자가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들은 우리의 역사가 보수적으로 왜곡되었거나 과장된 부분이 많아 역사로서의 가치를 상실했다고 떠들어 댄다. 예를 들어 요동을 지배했던 고구려 역사를 내세워 만주가 우리의 영토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보수적 역사관이며, 그러한 주장으로 인해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만 빚을 뿐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그들의 주장이 먹혀들었는지 교육부에서는 국사교육의 축소에 이어 올해부터는 수능에서 아예 한국 근현대사 과목을 폐지한다고 한다. 2012년 학기부터 한국 근현대사와 세계사를 통합한 역사과목을 신설한다고는 하나 수능시험에도 출제되지 않는 과목을 어느 선생이 가르칠 것이며 또한 어느 학생이 배우려 할 것인가.

그나마 역사과목을 필수에서 선택으로 전환시키고 ‘한국문화사’는 아예 선택과목에서마저 폐지시킬 방침이라고 한다. 역사교육은 단순한 뿌리교육이 아니다. 민족의 자존심이자 민족이라고 하는 일체적 집단을 구성하고 유지해가는 의미이며 가치이다. 역사가 없으면 민족이라는 존재가치도 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세대를 이어갈 청소년들에게 역사교육을 포기하겠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주변국인 중국에서는 우리의 고구려사를 왜곡해가며 동북공정을 내세우고 있고, 일본에서는 자신들의 태평양전쟁까지도 미화시켜가며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고 떼거지를 쓰는 상황이다. 이러한 때에 우리는 역사교과서가 좌경화 되었다느니 우경화 되었다느니, 혹은 왜곡되었다느니 과장되었다느니 해가며 다툼만 하다가 급기야 교육과정에서 빼버리겠다는 한심한 지경에까지 이르고 만 것이다. 

아예 폐지하겠다고 하는 ‘한국문화사’는 정치뿐 아니라 경제와 사회를 비롯한 민족의 생활문화까지 포함되어 있는 매우 중요한 역사교과서다. 그럼에도 중등교육과정에서 그 과목을 폐지하겠다고 한다. 대체 어느 나라에서 자기나라 문화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단 말인가.

이에 대하여 민족문화를 이끌어 온 불교계가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불교문화를 빼놓고는 민족문화를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시대를 막론하고 한국문화사와 불교문화사는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이 땅의 전통문화 대부분이 불교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한국문화가 곧 불교문화에 다름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 중등교육과정에서 ‘한국문화사’가 폐지된다면 불교문화에 대한 청소년들의 이해도가 저하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불교계가 종교적 이익을 위해 역사교육을 지켜야 한다는 뜻만은 아니다. 사학자이자 사상가로 임시정부 2대 대통령을 지낸 박은식 선생은 ‘나라는 망해도 역사는 망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민족의 역사는 나라보다도 소중하다는 뜻이다.

우리 불교는 민족문화를 발전시키고 이끌어 온 종교로서 그 역사와 문화를 꾸준히 계승시키고 발전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더불어 망해가는 역사교육을 되살리는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 민족종교의 사명이기도 한 것이다.  국민들의 역사의식이 바로 설 때 만이 템플스테이 예산이나 불교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정당성을 인식하게 될 것이며, ‘길자연’표 “처치스테이” 운운하는 망발도 사라질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34-733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법인명 : 뉴스렙
  • 제호 : 뉴스렙
  • 등록번호 : 서울 아 0043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7-09-17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뉴스렙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렙.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etana@gmail.com
  • 뉴스렙「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조현성 02-734-7336 cetana@gmail.com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