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멤버가 9명인 이유는?
소녀시대 멤버가 9명인 이유는?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11.01.20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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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시사큐비즘]
   

그야말로 아이돌그룹 전성시대입니다. 그중에서도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 티아라 등 삼촌팬들을 대거 텔레비전 앞으로 모이게 한 걸그룹들이 대세라고 합니다. 이들은 여러 명의 멤버를 갖는 그룹형태로 과거 10대에 머물렀던 팬층을 30-40대까지 넓혔다고 하죠. 이제 TV의 가요프로그램을 아들과 삼촌, 아버지가 같이 앉아서 보게 되었습니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가요계는 솔로 가수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룹이 아닌 솔로 가수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아이유라는 여고생 가수가 요즘 큰 인기를 얻고 있기는 합니다만, 여전히 그룹이 대세인 것은 분명합니다. 소녀시대 멤버는 9명, 슈퍼주니어는 무려 13명이라고 하니 떼로 몰려다닌다고 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왜 이렇게 가수들은 점차 그룹화, 대형화 되는 것일까요?

정보기술과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의 습득이나 흐름이 빨라지면서 사람들의 기호나 취향도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급변하는 사회 가운데에서도 특히나 변화가 심한 연예계에서 한 사람이 갖는 특정의 개성이나 매력만으로는 성공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일단 인기를 얻는다 해도 그것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은 더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매력들을 가진 많은 수의 멤버들이 필요하게 된 것이 아닐까요. 또한 여러 명이기 때문에 한 사람의 실수로 진퇴를 결정하게 되는 위험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분산이라는 장점도 있을 것입니다. 연예기획사에서 가수를 키워내는데 많은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다고 하니 가수를 키우는 입장에서도 훨씬 안전한 투자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아이돌그룹의 멤버들은 모두 특정의 매력을 가지고 특별한(?) 일을 담당하고 있다는 군요. 예를 들어 소녀시대 멤버 9명 가운데 ‘윤아는 비주얼 담당, 태연은 보컬 담당, 효연은 댄스담당’ 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모든 걸그룹에는 비주얼담당이 따로 있습니다. 소녀시대의 윤아, 카라의 구하라, 2NE1의 산다라박은 대표적인 비주얼담당입니다. 과거에는 한 명의 가수가 비주얼이며 노래며 안무를 모두 책임져야 했다면 이제 그룹 내에 각기 다른 멤버들이 자신의 장점과 특기를 살려 팬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한 사람만이 인기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인기도, 팬층도 나눠 갖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윤아팬, 태연팬, 제시카팬, 수영팬, 유리팬, 서현팬, 써니팬, 효연팬, 티파니팬이 따로 있는 것입니다. 멤버의 수가 많다보니 소녀시대 9명의 멤버들 중에 누구나 좋아할만한 한 명의 멤버는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특정 멤버를 싫어하더라도 소녀시대를 싫어하는 안티팬은 별로 없게 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이 빠르게 변화하는 팬들의 요구를 충족해줄만한 능력을 모두 겸비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사람이라도 한 명의 리더가 모든 걸 담당할 수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현재 가장 잘 나가는 리더라도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하다가는 어느 순간 삐끗해서 추락할 지 알 수 없습니다. 한 번의 실수로 정치 생명력을 잃은 정치지도자들을 우리는 많이 봐왔습니다. 한 명의 리더가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저만치 앞서나가기보다 다양한 능력과 개성, 전문성을 가진 리더들이 다양하게 포진하여 서로 협력하고 연대할 수 있는 정당이 좀 더 안정적으로 정치를 이끌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걸그룹에는 미모가 뛰어난 사람, 노래를 잘 하는 사람, 춤을 잘 추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옆집 아저씨와 같은 친근한 인상으로 대중의 요구와 필요가 무엇인지에 귀를 귀울 일 줄 아는 지도자도, 뛰어난 언변으로 정책을 설명하고 국민을 설득시킬 수 있는 지도자도, 놀라운 실천력과 추진력으로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할 수 있는 지도자도 정당에는 필요합니다. 솔로가수 이효리가 아니라 당내에는 예쁜 윤아도, 노래 잘하는 태연도, 춤 잘 추는 효연도 필요합니다.

여러 명의 능력 있는 지도자가 자신의 장점과 특기를 살려 협력적으로 정치를 이끌어나가는 집단적 연대체제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집권 했을 때 여러 명의 능력 있는 지도자들이 각자 담당하는 임무를 충실히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데도 중요합니다. 차기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한 예측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그림자 내각(Shadow cabinet)을 고려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연예계의 새로운 트랜드가 정치권에도 반영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영남대 로스쿨, 전남대 로스쿨,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 학기는 이화여대 법대에서 2,3,4학년을 대상으로 '현대사회와 법'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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