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공짜급식 아니다. 의무급식이다
무상급식, 공짜급식 아니다. 의무급식이다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11.01.20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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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시사큐비즘]
   

무상급식 문제가 이제 주민투표로 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조만간 시의회에 주민투표 동의 요구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시의회가 안건을 부결시키면 주민투표 청구권을 활용해 주민투표에 나설 태세라고 하네요. 서울시의회가 무료로 제공하는 급식을 저소득층 아동이 아니라 전 계층으로까지 확대하려하자 오시장이 이를 망국적 포퓰리즘으로 까지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의 지적이 눈에 들어옵니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10일 오후 시청 브리핑실에서 전면무상급식안(서울시의회)과 순차적·단계적 무상급식안(서울시)에 대해 주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시의회에 공식 제안하는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권우성

무상급식 사회복지 차원에서 접근하지 말아야

이 교수는 무상급식을 사회복지 차원에서 접근하지 말라고 지적합니다. 교육이 의무이듯이 급식도 의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무상급식이 아니라 의무급식입니다. 조금 더 어렵게 말하면 급식을 가치재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제공하는 것 가운데 국방, 경찰 서비스 같은 것을 두고 흔히 공공재라고 합니다. 공공재와 더불어 정부 개입이 필요한 또 다른 상품이 바로 가치재입니다. 가치재는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 일정 수준 이상의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관점에서 정부가 직접 생산‧공급하는 상품을 말합니다. 의료, 주택, 교육 서비스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교육은 가치재의 성격을 갖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래서 의무교육입니다. 현행 의무교육을 무상교육이라고, 복지 포퓰리즘으로 비판하지 않습니다.

무상급식이 아니라 의무급식

초등학생에게 제공하는 급식 역시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 가치재라는 것입니다. 급식을 교육과 같은 가치재로 본다면 무상급식이 아니라 의무급식이 되는 것입니다. 이 교수는 “무상급식을 받는 어린이들이 수치심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어린이들은 빈곤에 대해 하등의 책임이 없기 때문“이라며 ”어른들이 아무 죄도 없는 그들에게 수치심을 느끼게 만드는 것은 결코 공정한 일이 아니다”고 말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또한 이 교수는 “이 나라의 새싹들이 부당한 수치심을 느끼지 않고 해맑게 자랄 수 있다면 그 비용은 얼마가 되든 정당화될 수 있다“며 ”만약 그것보다 한강에 분수 만들고 선착장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무상급식에 계속 반대하시면 된다”고 오세훈 시장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의무의료, 의무보육이다

이렇게 본다면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고 있는 무상의료, 무상보육 역시 모든 국민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혜택이 제공돼야 하는 가치재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민주당의 무상보육안은 5년간 단계적으로 0∼만5세 이하 모든 아동에 대해 어린이집과 유치원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내용입니다. 이미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취학 전 모든 아동에게 일반화되어 있는 만큼 의무교육 대상의 연령을 더 낮추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무상의료 역시 5년간 단계적으로 모든 국민들의 입원진료비 본임부담을 10%수준(건강보험부담률 90% 확대)으로 낮추고, 외래치료비 본인부담은 30~40%로 줄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와 함께 현행 최고 400만원인 병원비 본인부담상한액을 100만원으로 인하한다는 계획입니다. 무상의료 역시 여러 가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병에 걸린 사람이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는 없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혜택을 제공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의무의료, 의무보육입니다.

공짜급식 아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의 무상급식을 '공짜급식'으로, 무상의료를 '공짜의료'로, 무상보육을 '공짜보육'으로 치환하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야당의 복지안을 복지 포퓰리즘 이라며 비판에 열을 올립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부족한 부분을 세금으로 충당한다는 것이지 완전히 공짜로 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조선일보 식의 비판이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무상급식 아닙니다. 공짜급식은 더 더욱 아닙니다. 의무급식입니다.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영남대 로스쿨, 전남대 로스쿨,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 학기는 이화여대 법대에서 2,3,4학년을 대상으로 '현대사회와 법'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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