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쿨 졸업하고도 보모 아르바이트
미국 로스쿨 졸업하고도 보모 아르바이트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11.01.20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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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시사큐비즘]
   

사법연수원 미취업률 43.9%

얼마 전 사법연수원 수료식이 있었습니다. 올해 수료한 40기 연수원 수료자 970명 가운데 군 입대자를 제외한 취업대상자는 781명입니다. 사법연수원에 따르면 이 가운데 일자리를 찾지 못한 연수생은 343명으로 미취업률이 43.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료 당일까지도 전체의 44%에 이르는 연수생이 취업이 결정되지 않아,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나마 작년의 경우에는 상반기가 지날 때쯤 98%가 일자리를 구했다지만, 올해는 법무법인이나 기업의 채용 규모가 줄어들어 취업은 더 어려울 전망이라고 합니다.

취업자 현황을 보면 검사 선발 지원자가 124명, 법관 82명, 법무법인 입사자 150명, 개인 변호사에 피고용이 29명, 단독 개업이 26명이었습니다. 이밖에 공공기관에 취업이 30명, 일반 기업은 18명에 불과했으며 사회단체에서 일하기로 한 연수생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연수원을 수료할 때까지 직장을 구하지 못한 연수생의 비율은 지난 2007년엔 16.5%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2008년 36.0%로 급증한 이후, 2009년엔 44.1%, 2010년엔 44.4%로 계속 증가해 왔습니다. 변호사 1만 명 시대를 맞아 사법연수원 수료자들의 취업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로스쿨 졸업하고 학자금 대출 갚기 위해 보모 노릇

사법시험만 통과하면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탄탄대로가 열린다는 말도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사정은 미국이라고 다르지 않은 모양입니다. 최근 뉴욕타임즈(NYT)는 ‘로스쿨은 가망 없는 게임인가(Is Law School a Losing Game?)’라는 기사를 통해 “3년간 학비 25만 달러(약 2억8000만원)를 대출받고도 졸업 후 로펌에 들어가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신문은 “분노한 학생들이 ‘장밋빛 유리잔’, ‘빚쟁이(서브프라임) 법학박사’라는 블로그를 운용하며 로스쿨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신문은 졸업 뒤 변호사 자격을 얻은 사람 가운데 일부만이 우리가 아는 대형로펌에서 고액 연봉을 받을 뿐 나머지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법과 관계없는 업종에 취업한다고 전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졸업하고도 로펌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졸업생들이 수억 원에 이르는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군에 입대하거나 아이 보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로스쿨의 어마어마한 학비를 생각하면 심각한 상황입니다.

미국도 학자금대출 신용불량자 우려

기사는 일자리가 부족한데도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로스쿨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계속 증가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2008년 이후 미국의 대형 로펌들은 파트너, 어소시에이트급 변호사 등 1만5000명의 일자리를 없애고 신규채용 프로그램도 보류하거나 폐지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로스쿨은 9개가 늘어났고 2009년에는 4만3000명이 로스쿨을 졸업했습니다.

미국 대출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미국에서 로스쿨 교육을 받은 학생이 갚아야 할 대출금은 약 8808억 달러(약 1012조 원)에 이릅니다. 학자금 대출이 계속 늘어날 경우 향후 금융권 유동성 위기로 이어져 금융권도 부실해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 최종연
내년 로스쿨 졸업생들까지 변호사 시장에 합류

우리도 내년에는 1기 로스쿨 졸업생까지 합하면 법조인 2,500명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게 됩니다. 당연히 취업의 문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자리는 제자리이거나 감소하는데 변호인들이 계속 증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미국 사례와 관련, 우리나라 역시 로스쿨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로스쿨을 통해 변호사 수를 얼마로 할 것이냐는 논쟁적인 문제입니다. 변호사 수를 늘리는데 찬성하는 사람들은 변호사 배출을 늘릴수록 법률서비스 비용이 줄고 서민들이 법률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이른바 기득권이라 할 수 있는 대한변호사협회 등은 법률서비스 질이 더 낮아지고 시장에 혼란만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합니다.       

로스쿨,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 주목

변호사시험 합격률 결정 등 로스쿨 제도 향방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차기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로스쿨의 입학정원, 학사운영 등의 로스쿨평가, 변호사시험 합격률 결정 등 로스쿨 제도 및 변호사시험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서울지방변호사회 등 전국 14개 지방변호사회에서 협회장 후보로 선출된 자 중 2월 28일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선출됩니다.

▲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 홍보물

협회장 선거(간선제)를 위한 전국 대의원 약 360여 명 가운데 247명이 서울변호사회 소속입니다. 따라서 서울변호사회에서 협회장후보로 선출되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변호사회는 차기 회장과 감사, 협회장후보자 선출을 위한 선거를 오는 1월 31일 실시합니다. 로스쿨들은 서울변호사회 선거,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영남대 로스쿨, 전남대 로스쿨,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 학기는 이화여대 법대에서 2,3,4학년을 대상으로 '현대사회와 법'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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