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 외면해온 조계종 내부 책임"
"유신 외면해온 조계종 내부 책임"
  • 法應 스님
  • 승인 2011.02.0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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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주체로서의 역할

이 글은 1월 26일 발행된 ‘불광’ 2월호 <민족문화 수호에 대한 특별기획>의 기고문입니다. ‘불광’지의 양해를 구해 등재합니다.(편집자 주)

 21세기 불교자주화 운동

신묘년 벽두 한국불교의 현실은 친기독교 성향의 정권과 전면적 대결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외부의 영향도 있으나 걸출한 지도자의 부재, 대중의식의 침체와 한계를 드러내며 수십 년 동안 유신(維新)을 외면해온 조계종 내부의 책임이 크다.

불교자주화는 조계종단 출범 전사(前史)인 50년대의 이른바 ‘불교정화’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해묵은 과제이다. 정화를 명분으로 정치권력과 밀착된 종권분쟁은 1962년 통합종단으로 조계종이 성립한 후에도 형태를 달리하며 끊임없이 지속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엄청난 불교재산의 망실, 대외신인도의 추락과 종교 본래의 순기능이 정체되었다. 1994년 종단개혁운동 당시 주체세력이 불교자주화의 기치를 높이 든 것은 1992년 대선 즈음에 이르러 종단의 정권예속화 현상이 거의 정점에 다다랐던 상황과 맞물린다.

입맛대로의 국정운영을 위해 종교집단을 관리하려는 정부권력은 당근과 채찍 전략을 상황에 따라 유용하게 사용해왔다. 그런데 유독 한국불교계가 정치권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기엔 일제의 사찰령과 불교재산관리법의 맥을 잇는 ‘전통사찰보존법’을 비롯한 온갖 규제 법령들이 발목을 잡고 있고, 문화재수리비 등 문화유산과 관련한 각종 명목의 국고금이 지원되기 때문이다.

1,700여 년 동안 겨레와 고락을 함께 하면서 불교가 생성한 문화유산이 국가 유형문화재의 70%를 점한다. 이처럼 다른 종교와 차별되는 불교만의 특수한 역사적, 문화적 상황을 정권은 온갖 수단과 도구로 운용해 왔고, 불교계도 적당히 타협해 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특히 근래 개신교계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성시화(Holy city) 운동이 성국화 운동으로 치달으며 불교와 그 문화에 대한 폄훼가 극에 달했음에도 불교계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으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조계종은 관습처럼 불교를 길들이고 예속하려는 정권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지 않으면 안 되는 매우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하겠다. 이후 조계종의 행보는 훗날 21세기 불교자주화 운동이 갖는 역사적 특질로 정의될 것이라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모든 면에서 당당해야 한다

종단은 위정자들이 민족문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진심으로 태도의 변화를 보일 때까지 사부대중의 힘으로 불교문화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수차례 공개 천명했다. 향후 불교계는 정권을 막론하고 관련 정책과 예산 등 모든 면에서 당당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몇 가지 소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조직의 구성과 계획의 수립이 필요하다. 종단 안팎의 유능한 전문가들로 하여금 민족문화를 스스로 수호토록 하며, 근원적인 대책을 요구하기 위한 조직을 구성해 수준 있는 계획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 이는 대중적 조직은 물론 보다 전문기획의 조직구성을 의미한다.

둘째, 불교문화유산에 대한 종단 구성원들의 인식 제고이다. 그동안 국가문화유산인 대웅전을 비롯한 전각 등에 온갖 전기시설, 쇠못질, 현수막 등을 설치하고, 지근거리에서 행해지는 상업행위를 방치하는 등 천박한 일들이 자행해 왔다. 성보 등 문화재에 대한 우리의 인식 수준은 과연 어느 정도인지 눈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점검과 교정이 필요하다.

셋째, 전통문화를 계승·발전시켜 가는 주체로서 ‘전통’에 대한 개념 정립이 시급하다. 전통 깊은 선종사찰에 불사를 명분으로 미륵신앙 석불이 봉안되고, 템플스테이 진행에 어려움이 있다며 생태적인 전통 해우소 대신 에너지 낭비가 심한 수세식 화장실로 교체한 사례가 다반사다. 이야말로 ‘전통’에 대한 몰이해가 낳은 전통의 파괴요, 반문화적 행태라 아니할 수 없다. 십 수년째 표류하고 있는 불사심의위원회 현실화 방안이 반드시 논의돼야 하는 이유다.

넷째, 전국의 유.무형 불교문화재의 현황과 관리 실태 및 각종 환경조건에 대한 현장조사 등 입체적인 진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당장에 전체조사가 힘들면 각 교구본사별 사례만이라도 제시함으로써 종단 내외적으로 관심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 전통과 불교문화에 대한 보호는 과학적이어야 하고 행정을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다섯째,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시대변화의 흐름 속에 민족문화 수호에 대한 결연한 의지가 갖는 의미를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하다. 다민족 ․ 다문화로 굳어져 가는 현재 우리사회에서 ‘민족’이란 단어가 단일민족주의 또는 국수주의를 연상시키며 필요이상으로 자주 오르내릴 경우, 특히 젊은 세대에게 불교는 반시대적인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여섯째, 민족문화 수호를 위한 각종 사업의 추진에 소요될 재정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 현실적이면서도 심도 깊게 논의 되어야 한다. 거듭된 주장에도 애써 외면되고 있는 사찰재정의 투명화를, 이번 기회에 종단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일곱째,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요구되는 인재불사를 서둘러야 한다. 중앙승가대와 총무원 집행부 사이에 문화재학과 개설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간난신고(艱難辛苦) 중에 듣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추후에 동국대학교는 물론 타 종단의 대학들과 협의하여 관련 학과를 더 개설해야한다.

그동안 조계종은 국가문화재이자 불교문화유산인 우리의 소중한 성보에 대해 진정성 있는 관리를 외면해 왔다. 석가탑이든 봉정사 극락전이든 노출된 문화재는 일일점검일지를 작성하고 관리책임자를 정하여 항상 그 변위를 점검해야 한다. 불교문화재의 위기 신호를 감지하고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해당 사찰의 관계자도 아니고 종단의 관련 부서도 아닌 외부 단체라는 사실에 우리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민족문화수호, 불교자주화 방안은 결국 우리 내부의 불교혁신 아젠다에 대한 구체적 실현이다. 긴 호흡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호흡이 너무 길면 응집력 해체라는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점 또한 명심해야 할 것이다.

/法應(불교사회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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