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중흥의 번지수
불교중흥의 번지수
  • 법응 스님
  • 승인 2020.10.15 12: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칼럼]결사 대대적인 이벤트 경험했는데

불교의 핵심 단어 중 하나가 ‘고(苦)’, 즉 고통이다. ‘고’는 몸과 마음이 편하지 않고 괴롭다는 의미다. 몸과 마음이 편하려면 내 의지대로 모든 것이 맞아 떨어져야 하는데 세상만사는 물론이거니와 내 육신마저도 어긋나기만 하니 이 어긋남으로 인해 고통이 따른다.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할 살아있는 존재이기에 느끼는 고통, 욕망이나 의지를 관철시킬 수 없는 데서 오는 고통, 육체의 감각기관에 의해 전해지는 고통 등 세상의 모든 고통에서 벗어날 길을 알려주신 분이 석가모니부처님이시다.

조건 없이 베푸는 삶을 살라, 집착과 탐욕에서 벗어나라 그것이 괴로움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안을 얻고 모두가 행복한 진실한 길이다. 이러한 부처님의 말씀이 진리임을 믿기에 불자들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불교와 인연을 맺기를 바라며, 그러한 이들의 삶에 대한 성찰과 공덕이 쌓여 이 세상이 좀 더 살만하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으로 장엄될 수 있기를 바란다. 불교중흥이란 그러한 과정에서 실현되는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께서 지난 7일부터 ‘불교중흥과 국난극복 자비순례’를 시작했다. 불교중흥이 첫 기치이니 한국사회에서 불교가 쇠잔되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의미가 분명하다. 그런데 불교중흥과 국난극복에 대한 중심적 방편을 상월선원이나 도보정진으로 택하신 것은 다소 의아함을 자아낸다.

물론 ‘불교중흥’은 각자의 족장과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서 방법과 방향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상의 전 분야가 첨단으로 달리며 촌각으로 변화하는 복잡한 세상이다. 개인주의와 패거리주의가 만연하고 공동체의 안녕을 위한 기본적인 윤리의식마저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때이며 종교에 대한 불신은 심화되고 있다.

조계종단 내부적으로는 혁신의 답보상태로 출가자 감소, 종도 간 반목의 심화, 코로나19의 파장으로 인한 재정문제를 비롯해서 장단기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이러한 현상들에 대한 문제의식과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진단을 외면하고서 불교중흥은 거론할 수도 답을 찾을 수도 없다는 생각이다.

혁신이나 불교중흥은 주도하는 세력의 순수성과 리더십이 구족돼야 하며, 대중으로 부터 심층 광폭적인 의견 수렴 및 공감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불교의정체성 유지와 대중의 의식에 관한 것도 중요한 과제다.

한마디로 ‘불교중흥’은 2천년 역사의 불교 종단과 승려들의 실존에 관한 그리고 불교의 미래에 대한 중대한 문제로서 모든 면에서 전문성과 특수성이 고려돼야 한다. 현 총무원 집행부가 중심이 돼야 하는 일이기도하다. 대중에게 로드맵이 제시되어야 함은 기본중의 기본이다. 이 모든 것은 종단 운영체제와 종헌 종법을 대대적으로 손을 봐야 하는 것들이다.

그동안 혁신과 ‘불교중흥’ 구호가 무수히 난무했고, 1962년 통합종단이 출범하면서부터 '포교ㆍ역경ㆍ도제양성'을 3대 과제를 설정했지만 오늘의 현상은 승려 수 감소, 불자 수 감소, 역경불사와 사회적 역량의 한계 등 모든 것을 종합해 볼 때 지난 60여 년간 조계종은 퇴보해 왔다는 결론에 이른다. 오늘날 불교가 처한 현실을 사회적 현상으로만 돌린다면 너무나도 무책임하다.

수년 전 정권으로부터 불교탄압에 전국적으로 항거하고 결사로써 거듭나자는 대대적인 이벤트를 경험하기도 했는데 그 결과는 무엇인지 자괴감마저 든다.

너무나도 유명한 남악회양 스님과 마조도일 스님 간 대화를 되새겨 본다.

회양 : 스님은 무엇을 위해 좌선을 하는가? (대덕좌선도십마/大德坐禪圖什麽)

마조 : 부처가 되려고 합니다. (도작불/圖作佛)

회양스님은 암자 앞에서 벽돌 하나를 집어다 갈기 시작했다.(회내취일전어피암전마/讓乃取一磚 於彼菴前磨)

마조 : 벽돌을 갈아서 무엇을 만드십니까? (마전작마/磨磚作麽)

회양 : 거울을 만든다네. (마작경/磨作鏡)

마조 : 벽돌을 갈아서 어떻게 거울을 만든다 하십니까? (마전개득성경/磨磚豈得成鏡)

회양 : 벽돌을 갈아서 거울을 만들지 못한다면 좌선을 해서 어떻게 성불을 이루겠는가? (마전기불성경 좌선개득성불야/磨磚旣不成鏡 坐禪豈得成佛耶)

마조 : 그러면 어찌해야 합니까? (여하즉시/如何卽是)

회양 : 소 수레에 멍에를 채워 수레가 가지 않으면 수레를 쳐야하는가, 아니면 소를 때려야 하는가? (여우가차 차약불행 타차즉시 타우즉시/如牛駕車 車若不行 打車卽是 打牛卽是)

현 한국불교의 현실에서 새겨볼 가르침이 분명하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지도자스님들은 현 불교 상황을 위기의식과 긴장감으로 대처하기를 바란다. 유유자적하거나 헛된 일로 소일한다면 불교세의 하락은 가속화 될 것이다. 급변하는 세상으로 과거의 백년이 오늘의 하루와 같다. 모든 것이 신속하니 ‘불교중흥’에 대한 빠르고 풍성한 답과 진행을 기대해 본다.

/법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34-733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법인명 : 뉴스렙
  • 제호 : 뉴스렙
  • 등록번호 : 서울 아 0043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7-09-17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뉴스렙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렙.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etana@gmail.com
  • 뉴스렙「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조현성 02-734-7336 cetana@gmail.com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