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노인 무료급식이다
이젠 노인 무료급식이다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11.04.0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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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시사큐비즘]
   

초등학생에 대한 무상급식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었죠. 저는 블로그를 통해 초등교육이 의무이듯 초등학생들에 대한 급식도 의무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무상급식이 아니라 의무급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초등학생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 논란은 계속 되고 있지만, 이미 서울 지역에서는 4개 구를 제외한 지역에서 초등학교 1~4학년에 대한 친환경무상급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요즘 저는 지역 사회복지관에서 배식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각 지역 사회복지관의 노인복지센터에서는 일부 지역 어르신들에게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제가 배식봉사를 하고 있는 성동 지역 사회복지관의 경우 구청에서 지역의 기초생활수급자를 중심으로 생활이 어려우신 어르신들을 하루 65명에서 70명 선정하여 무료로 급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외에 분들은 한 끼에 2,800원의 실비를 내야만 급식을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노인복지센터 무료급식을 시작하다
 
성동 지역처럼 현재 서울의 사회복지관들은 지역 내 생활이 어려운 일부 어르신들에게만 급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각 지역의 시립복지관의 경우는 저소득층이나 기초수급대상 어르신들에게 ‘하루 무료급식 00장’ 식으로 미리 규모를 정해놓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시 지역복지관은 모두 31개로 실제 혜택을 받는 분들은 300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그런 점에서 전면 무료급식이라 할 수 없습니다. 초등학생에 대한 급식이 정부차원에서 모든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되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르신들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무료 급식이 제공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현재 서울시에서 모든 어르신들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하고 있는 곳은 안국동에 있는 서울노인복지센터 뿐이라고 합니다.
 
서울노인복지센터는 서울시가 설립하고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 조계사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는 기관입니다. 탑골공원에서 어르신들에 대한 무료급식 사업을 운영하다 탑골공원 성역화 사업으로 지난 2001년부터 안국동에 서울노인복지센터를 개관하고 모든 노인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서울 지역 무료급식이 구청을 통해 선정된 일부 어르신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반면, 이곳에서는 모든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하루 급식을 이용할 인원을 확인하기 위해서 미리 식권을 나눠주고는 있습니다. 현재 서울노인복지센터를 통해 무료급식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하루 약 2000여 명씩, 일 년이면 78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불교의 만발공양(萬鉢供養)

만발공양은 절에서 발우에 밥을 담아 대중에게 베푸는 공양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부처님이 생전에 발우에 밥을 수북하게 담아 대중에게 공양을 베푼 데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인도, 중국, 한국 등에서는 절이 굶주리는 백성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는 구휼처의 역할을 겸하기도 했습니다. 서울노인복지센터는 지역사회에서 기쁜 일이 있거나 할 때 절에서 지역주민들에게 식사 대접을 했던 풍습에 따라 어르신들에게 만발공양의 의미로 무료 식사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실무를 맡고 계신 담당자를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서울노인복지센터의 운영비는 서울시 보조금, 지역사회 후원금, 재단 보조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노인복지센터는 전체 노인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면서도 후원금이 다른 복지관의 10배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지역 후원금을 통해 각 지역의 기업이나 가게들에게도 사회적 책임에 동참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노인 무료급식에 대한 인식의 변화 필요
 
그동안 무료급식은 사회복지관이나 종교인들이 중심이 되어 지역의 노인이나 노숙자들에게 시혜나 구빈 정책적 차원에서 제공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르신들에 대한 무료급식은 단순히 생활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시혜적 차원으로 접근하는데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어르신들은 전쟁을 겪고, 산업화를 통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공헌했습니다. 한국이라는 국가를 만드는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차원에서라도 어르신들에 대한 전면적 무료급식을 제공해야 할 필요는 충분합니다. 노인무료급식 역시 모든 어르신들이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자 국가의 의무로 접근해야 합니다.

모든 복지정책을 시행할 때 수급자와 비수급자간의 스티그마는 분명하게 존재합니다. 노인무료급식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무료급식의 대상을 굳이 기초수급자와 저소득층으로 제한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낙인이 사회 갈등을 조장할 가능성 역시 높습니다. 더군다나 언론들은 끊임없이 한국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젊은 세대가 노인을 부양해야 할 부담을 과장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을 미래 자신들이 부양해야 할 짐이자 부담으로 느끼도록 만들면서 젊은 세대와 노인층의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가장 가난한 고령자들의 국가

얼마 전 OECD가 발행한 ‘한눈에 보는 연금(Pensions at a Glance)’ 에 따르면, 한국 고령자의 소득수준은 2000년대 중반 기준으로 볼 때 전체 소득 평균의 66.7%에 불과해 OECD 30개 국 중 29위로 최하위에 머물렀습니다. OECD 평균은 고령자 소득수준이 전체 소득 평균의 82.4%에 이릅니다. OECD 평균 노령자의 소득빈곤율은 13.5%입니다. 반면 한국의 노령자 소득빈곤율은 45.1%에 달해 OECD 평균의 세 배 이상이나 됩니다. 한국의 어르신들은 OECD 국가 중 가장 가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지난 해 10월 김황식 국무총리가 65세 이상 노인들의 지하철 무료 탑승을 반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노인 인구의 절반에 이르는 노인들이 빈곤계층에 속할만큼 한국의 노인들은 어려운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노인들이 지하철을 이용한 택배 일을 하기도 하고, 또한  무료 정보신문 비치대는 물론 지하철 안에서 휴지와 폐지를 수집하기도 합니다. 휴지와 폐지를 하루 종일 수집해서 고물상에 갖다줘도 받는 돈은 고작 7천원. 하루 1㎏에 150원 정도를 받을 수 있어  그나마 7000원을 벌려면 50㎏에 가까운 폐지를 모아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하철 유료화 발언은 많은 노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그래서 많은 어르신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줬습니다.

전면적 노인무료급식의 파급효과
 
어르신들에게 지하철 무료이용과 함께 무료급식, 즉 이동권과 식사권 두 가지만 무료로 제공되어도 어르신들의 생활은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동권이 생기고 식사를 해결 할 수 있다면 어르신들의 사회활동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노인복지를 통해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활동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가족 내 평화에도 기여할 수 있고 활동을 통한 건강도 지킬 수 있어서 의료비에도 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토건국가에서 건설경기를 확대하는 것은 특정한 사람한테만 돈이 풀리지만, 노인들에 대한 전면적인 무료급식을 하게 되면 돈이 다수의 서민들에게 확산되어, 노인수당이 결국 소비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정부가 무료급식을 확대할 경우 시장재료비의 증가 등으로 경제적 선순환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복지정책을 단순히 낭비되는 비용으로 바라 볼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복지정책 확대의 경제적 효과 역시 기대할 수 있습니다.

지역에 청사 하나만 안지어도
 
지역 복지관에서 하루 400명의 어르신들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한다고 가정할 경우 비용은 월 3천만 원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예상됩니다.(1인당 2,500원×400명×30일=3천만 원) 그래서 지역 어르신들에 대한 전면적인 무료급식을 실시할 경우 현재의 예산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현재 일부 어르신들에게 제공하는 급식 비용을 월  5백 만 원으로 계산한다면 약 2천 5백만 원 정도의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산이 들어가니 포기해야 할까요?
 
부족한 예산의 일부는 시 보조금으로, 나머지는 지역의 후원금 확대로 충분히 충당할 수 있음을 서울노인복지센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큰 재원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지역에서 호화청사 하나만 안 지어도, 때만 되면 쓸데없이 보도블럭을 교체하는 예산 낭비만 줄여도 몇 년 동안 우리 모두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인 지역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점심을 매일 매일 제공해 드릴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영남대 로스쿨, 전남대 로스쿨,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 학기는 이화여대 법대에서 2,3,4학년을 대상으로 '현대사회와 법'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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