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시대 불교가 해야할 일
고령화시대 불교가 해야할 일
  • 이기표 부산보현의집 원장
  • 승인 2011.04.1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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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표의 세상이야기]

 #우리나라의 고령화현상은 가히 혁명적일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50년쯤이면 한국이 일본 다음의 고령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늙은 사회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고령인구의 소득수준은 OECD에 가입한 30개국 중 29위로 가장 가난한 생활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제도가 늦게 도입되어 은퇴자 가운데는 연금수급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고, 생업에 종사한다하더라도 급여수준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거기에 가족제도의 전통적 가치관마저 붕괴됨으로써 자녀들로부터 부양받지 못하는 노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또한 저 출산시대가 되면서 노인들을 먹여 살릴 인적자원마저 줄어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처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고령화 현상이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심각히 위협할 것이며, 특별한 대책이 없으면 2050년 이후에는 국민연금조차 고갈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가히 고령인구의 수난시대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저 출산 고령화 사회가 몰고 올 파국을 막는 방법은 고령자가 노동시장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을 늘려주는 길 밖에 없다. 조기 은퇴요인을 줄이고, 고령자의 능력을 개발하여 고용기회를 넓혀줘야 하는 것이다.
 
 #일본의 ‘오가와 무라노쇼’식품회사는 지역 노인들의 소득을 높여주기 위해 설립된 향토기업이다. 나가노 현에서 가장 오지로 통하는 산촌마을 오가와무라는 우리나라의 농촌처럼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빠져나가고 노인들만 남게 되었다.

 지역경제가 침체되자 지역 노인들과 농협이 공동으로 출자하여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로 구운 만두(오야키)와 메밀국수 등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소비자의 반응이 예상 외로 좋았다. 노인들만이 빚어낼 수 있는 전통적인 맛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능성을 발견한 출자자들은 공동작업장을 마련하고 ‘오가와 무라노쇼’라는 식품회사를 설립한다. 그것이 1986년의 일이다. 이 회사는 65세 이상의 직원이 80%에 달하고 있으며, 어느 직원은 86세까지 근무했다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25년이 지난 현재 300여 종류의 식품을 만들어 전 세계에 수출하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여 연간 10억 엔 이상의 매출실적을 올린다는 것이다.

 오가와 무라노쇼를 이끌어가는 고령자파워(Silver Power)에서 보듯 나이 많은 사람에게는 젊은 사람이 갖지 못한 풍부한 경험과 지혜가 있다. 그리고 그 경험과 지혜로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있고,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그들만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노마지지(老馬之智)란 고사성어도 있다.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환공(桓公)이 명재상 관중(管仲)과 함께 군사를 이끌고 고죽국 정벌에 나섰다가 겨울이 닥쳐와 철군하는 도중에 눈발이 몰아치는 산중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허기와 추위를 이기지 못한 군사들이 하나둘 쓰러지자 관중이 늙은 말을 앞세워 길을 찾게 했다. 광야를 수없이 누빈 늙은 말에게서 길을 찾는 지혜를 빌렸던 것이다.

 세상에는 젊은 패기와 열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그럴 때는 관중의 늙은 말처럼 오랜 경험을 통해 쌓아진 지혜를 빌어야 한다. 그래서 아프리카의 어느 역사학자는 ‘노인 한 명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했다. 경험이 풍부한 노인의 지혜야 말로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사찰 대부분이 농촌지역에 있고, 불자의 태반이 지역의 노인들이다. 그것은 노령화시대에 예상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불교가 앞장서야 한다는 묵언이기도 하다.

 불교가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전국에 산재해있는 사찰마다 지역주민의 당면과제가 무엇이고, 주민들의 생활의 질을 높이는데 불교가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찾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하나의 대안이 일본의 ‘오가와 무라노쇼’일 것이다.

 노인들밖에 남지 않은 농촌의 피폐를 구경만 할 것이 아니라, 그 노인들의 경험과 지혜를 활용하여 지역사회는 물론 불교의 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아이템은 얼마든지 있다. 향토음식이나 사찰음식을 만들어 팔수도 있고, 전통적인 맛의 된장 고추장 간장을 빚어낼 수도 있다. 건강에 좋은 산야초나 차 잎을 덖어 낼 수도 있고, 산채를 기르거나 죽염을 구워낼 수도 있고, 짚이나 나무로 공예품을 다듬어 낼 수도 있다.

 사찰이 앞장서서 그러한 노령인구의 소득증대사업을 주도할 때, 쇄신결사의 주제로 정한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불교, 국민과 함께하는 불교’로 거듭 태어날 수 있지 않겠는가.

 

1956년 남해에서 태어난 그는 불교방송 부산사업소장, 진여원불교대학 학장을 거쳐 부산보현의집 원장을 맡고 있다. 부산노숙자쉼터 협의회 회장을 비롯해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급식 등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Fact 포럼 대표, 한국전력공사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제로에서 시작하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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