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로수' 로열티 병원 수상한 '프로포폴' 영업
'감로수' 로열티 병원 수상한 '프로포폴' 영업
  • 조현성 기자
  • 승인 2020.10.28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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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폴 투약 위해 이미 밀어 털도 없는데 또 밀어"
"프로포폴 중독 원장, 재벌 2·3세 유명 디자이너 등 상대 영업"
조계종에서 판매중인 생수 감로수의 판매 로열티 일부를 지급하도록 계약된 주식회사 정은 이 회사의 감사가 원장으로  있는 강남 한 성형외과와 주소와 전화번호가 동일하다. 이 병원은 취재진의 전화를 받지 않고 있으며, 몇차례 방문에도 문이 잠겨있었다. ⓒ이석만
조계종에서 판매중인 생수 감로수의 판매 로열티 일부를 지급하도록 계약된 주식회사 정은 이 회사의 감사가 원장으로 있는 강남 한 성형외과와 주소와 전화번호가 동일하다. 이 병원은 취재진의 전화를 받지 않고 있으며, 몇차례 방문에도 문이 잠겨있었다. ⓒ이석만

 

감로수 로열티 관련 원장이 고발된 강남 모 병원. 이 병원장이 프로포폴 중독 상태에서 재벌 2·3세 등 유명인을 상대로 영업해온 사실이 재차 확인됐다.

이 병원 단골이던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프로포폴 투약 정도가 성에 안차서) 수면질이 좋지 않다고 담당 간호사 교체를 요구했다. 그는 (구속수감 중인) 병원 실장에게 "자기 집으로 와서 프로포폴을 놓아주면 1000만원을 주겠다" 제안했다.

한 유명 디자이너는 프로포폴을 맞기 위해 매주 1차례 정도로 이 병원 방문이 잦았다. 진료기록부상 이 디자이너는 지방흡입, 제모 등 여러 시술을 수차례 받았다. 이 디자이너는 "밀 털도 없는데 밀고" 프로포폴 맞았다. 병원은 그녀에게 얼굴 팩만 올리고 프로포폴을 놓기도 했다. 시술 없이 프로포폴만 맞고 가기도 했다.
  
병원은 다른 차명 진료기록부까지 조작해 이 둘의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실을 숨기려 했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재판부(재판장 정종건)이 진행한 강남 A병원(현재 폐업) 김모 원장과 총괄실장 신모 씨의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 공판에서 드러난 내용들이다.

이날 재판에는 A병원 간호조무사, 피부관리사, 경리 등 직원 5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도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으로 입건된 피의자들이다.

증인심문은 김 원장이 두렵다는 증인들 요청에 따라, 피고인과 증인 사이 '차폐막'이 설치된 후 진행됐다. 

"김 원장은 자신이 프로포폴에 중독됐음에도 재벌 2세, 연예기획사 대표 등을 상대로 영업을 했다는 게 사실이냐?"는 검사 질문에 , 증인들은 "사실이다"고 했다. 김 원장 지시로 연예기획사 대표와 유명 디자이너의 차명기록부를 만들어 관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김 원장의 프로포폴 중독 정도가 대소변을 못가릴 정도로 심각했다는 증거가 공개됐다.

검찰은  김 원장이 (프로포폴에 취해) 차량 접촉사고를 냈다는 내용, "오늘은 O는 또 안 하셨죠?", "오늘은 X이에요" 등 내용이 담긴 직원 간 메신저 갈무리를 공개했다.

검사는 증인들에게 "김 원장 상태가 위험하고 심각한데도 병원 운영이 가능했던 건 일부 재력가들이 지속적으로 방문해 프로포폴을 맞아 가능했던 것이냐"고 물었다. 증인들은 "그렇다"고 했다.

한 증인은 "이 병원 근무를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아 다른 직원으로부터 '여기는 무서운 곳이니 얼른 그만 두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어서 "가족 부양 등 생계를 책임지고 있어서 위험한 곳이라는 말을 듣고도 계속 근무했다. (진료기록부 위조 등을 한 사실에)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고 했다.

증인들은 김 원장이 (법정구속된)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이사 외에 다른 고객에 대해서는 함구할 것을 김 원장 측으로부터 전달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증인 중에는 김 원장 측으로부터 신변위협을 호소하는 이도 있었다. 이 증인은 "조사과정에서 제3의 인물로부터 위협을 느껴 힘들게 지내고 있다"고 재판장에게 호소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직원들은 디자이너 등 새 고객 투약건이 불거진 후에도 처음에는 검찰 수사에 협조적이었던다. 변호사 선임 없이 조사 받던 직원들은 갑자기 태도를 바꿔 변호사를 선임해 조사에 임했다. 디자이너 등 대상 불법 투약 수사에도 말을 바꾸거나 얼버무리거나 했다.

이들은 "직원들 스스로 변호사비를 모았다"는 허위진술을 했다가 검찰에 들통났다.

검찰은 김 원장이 이들 계좌로 금전을 지급한 사실을 추궁해, 김 원장 측으로부터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말라. 진술 번복 등 요구가 있었다"는 확인을 직원들에게 받았다.

이날 김 원장 측 변호인들은 김 원장이 프로포폴 중독이 아니었고, 허위 진료기록부 작성은 (불법투약보다는) 재고관리를 위한 것이었다는데 초점을 맞춰 증인심문을 했다.

변호인들은 증인들에게 "김 원장은 프로포폴 중독"이라는게 의학적 근거에 따른 판단은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또, 김 원장 구글 타임라인 동선을 공개해 특정인 프로포폴 투약 당시 병원에 없었다고 했다가 재판장으로부터 이번 공판(연예기획사 대표와 디자이너 투약건)과 무관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변호인들은 프로포폴 앰플이 20ml 단위이고, 기용성이라 23ml 투약 경우 2개를 개봉하지만 나머지 17ml는 폐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은 진정제인 '덱스메딘'을 프로포폴 투약에 병용할 경우, 효과가 크고 중독성은 낮다는 주장도 했다.

김 원장 측은 (김 원장이) 병원장으로서 도의적인 책임과 전반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했을 뿐, 불법투약 관련 구체적인 지시는 없었다며 신 실장에 책임을 미루기도 했다. 

  

조계종 감로수 생수 수수료를 챙겨 온 주식회사 정의 실질운영자인 성형외과병원장 김모 씨의 프로포폴 불법투약 혐의 재판이 있던 6월 25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재벌과 종교인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는 불교계 시민단체 관계자들.
조계종 감로수 생수 수수료를 챙겨 온 주식회사 정의 실질운영자인 성형외과병원장 김모 씨의 프로포폴 불법투약 혐의 재판이 있던 6월 25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재벌과 종교인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는 불교계 시민단체 관계자들.

 

앞선 9월 10일 이 병원 고객이었던 채승적 전 애경개발 대표이사는 징역 8개월형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한편, 지난 6월 18일 불자 156명은 대한불교조계종 감로수(생수) 사업 로열티를 챙겨온 '주식회사 정'의 감사인 김 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고발인들은 "성형외과 원장이자 (주)정의 실질 운영자인 김 원장이 감로수 생수 사업과 관련 아무런 홍보실적도 없이 불자들 주머니에서 '마케팅 및 홍보수수료'를 받아가고 있어 사기죄로 고발한다"고 했다.

생수 500ml 한병 기준 50원씩 수수료를 챙기 주식회사 정은 이 병원과 같은 주소지이다. 전 조계종 총무원장 동생 이 모씨가 이사로 등재된 적도 있다. 
 
조계종 노조는 사업 당시 총무원장 스님을 고발한 데 이어, 최근 성형외과 원장을 사기 등 혐의로 고발했다.

조계종 민주노조는 지난해 (주)정에게 지급되는 로열티가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진술을 화이트진로음료 담당과장으로부터 확보했지만, 이 과장의 진술 번복으로 전 총무원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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