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
대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11.06.2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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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시사큐비즘]
   

최근 인터넷서점 아마존닷컴이 미국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도시 20곳을 선정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아마존닷컴은 올 해 1월 1일부터 인구 10만 명 이상의 도시들을 대상으로 책, 잡지, 신문 등을 종이책·전자책으로 구입한 수치를 집계해 1인당 책을 가장 많이 읽는 도시를 선정했습니다. 미국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도시는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였습니다. 하버드대학과 매사추세츠공대(MIT)라는 명문대학이 있는 도시니 당연한 결과라 하겠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는 도시는 대학도시

책을 많이 읽는 도시 2위는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였습니다. 이 도시에는 연방 정부·군·정부 관련 기업체 종사자 등 주로 두뇌를 많이 쓰는 직종 종사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3위와 4위는 유명 대학이 있는 대학도시였습니다. UC버클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 버클리가 3위, 미시간주립대가 있는 미시간주 앤아버가 4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우는 어떨까요? 전국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지역은 어디일까요? 인터넷서점 예스24가 2011년 전국 시도별 도서 판매량을 바탕으로 지역별 독서 성적을 발표했습니다. 도서주문권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2010년 한 해 동안 약 790만권이 판매된 서울 지역이 차지했습니다. 2위는 약 640만 권으로 경기도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전체 출판시장에서 지역별 비중 역시 2008년부터 4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서울 지역이 가장 높았습니다. 2008년 전체의 25%를 기록했던 서울지역 판매량은 2009년 29%로 상승한 뒤 2011년 현재 30%를 바라보며 꾸준히 1위를 유지하며 더욱 집중화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2011년 현재 1인당 가장 책을 많이 읽는 지역 역시 1인당 0.82권의 책을 구매한 서울 지역으로 나타났습니다. 뒤이어, 대전과 울산이 0.70권, 0.63권으로 전국 16개 시도 중에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하며 책을 가장 많이 읽는 지역으로 꼽혔습니다. 그렇다면 이들 도시들이 책을 많이 읽는 도시로 선정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국과 같이 유명 대학이 많기 때문일까요?

서울이 책을 많이 읽는 도시 1위로 선정된 것은 별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서울은 다른 지역과 경쟁이 불가능한 도시니까요. 2위를 차지한 대전의 경우는 인구증가율이 높은 도시 중에 하나로 경제인구 유입 및 교육환경에 따른 영향 때문이며, 울산의 경우엔 고령인구비율이 가장 낮은 도시라는 것이 그 이유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 YES24의 조사에서 인구수 대비 가장 높은 도서 판매량을 나타낸 도시는 대전광역시였는데 전체도서 구입량 중 학습/참고서가 차지하는 비율이 24%가 넘었습니다. 한국에서 책을 많이 읽는 것과 좋은 대학이 많은 것은 별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대학생들이 초등학생들보다 책을 더 안읽는다

미국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의 경우 대학생들은 점점 책을 멀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지난 해 대학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한 대학생의 수가 220만 4,182명으로 지난 2006년 1302만 3,831명에 비해 1/6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초등학생의 학교 도서관 대출자 수가 지난 2006년 226만 6,740명에서 2010년 1191만 9,451명으로 증가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지난 해 대학 등록생이 364만 3,468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대학생 1명이 대학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한 횟수가 1회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의 경우는 대출 횟수가 1인당 3.6회에 이릅니다. 수치만으로 보면 대학생들이 초등학생들보다 책을 안 읽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최근 몇 년간 대학생들의 도서대출 목록 1위가 무협물과 판타지 소설들로 채워졌습니다. 읽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전공서적이나 인문, 사회과학 서적들이 점점 대학생들의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

필요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책을 읽는 대학생들의 수가 점점 줄어든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일면적인 설명입니다. 미국 대학생들 역시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학생들은 졸업 후 취업을 위해 토익 등 스펙쌓기에 대부분의 열정과 시간을 투여해야 하기 때문에 점점 책을 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비싼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나서야 하는 대학생들이 많은 만큼 책 읽을 시간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반값 등록금을 위해 직접 투쟁에 나서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책 읽을 수 있는 기회는 더욱 축소될 것입니다. 언제쯤이면 대학생들이 취업이나 등록금 투쟁에 대한 고민 없이,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어야 하는 부담 없이 대학생으로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요?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영남대 로스쿨, 전남대 로스쿨,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 학기는 이화여대 법대에서 2,3,4학년을 대상으로 '현대사회와 법'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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