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총림의 수행가풍과 정체성을 묻는다
해인총림의 수행가풍과 정체성을 묻는다
  • 법응 스님
  • 승인 2020.11.2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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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해인사 운영행태는 수행가풍에 부합하는지?

총림(叢林)은 많은 나무가 모여서(叢) 숲(林)을 이룬 것과 같다는 의미로 그 시원은 인도이나 체계적으로 자리 잡은 것은 중국의 선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46년 설립된 해인사 「가야총림」이 최초다. 현재 조계종단에서 총림은 종합 수행도량으로 방장스님은 절대 지존이며 신성의 상징과도 같다.

필자는 지난 11월 19일 <법보신문> 인터넷 판에서 「전국선원수좌회」가 11월 16일 해인사 소림선원에서 개최한 좌담회에 관한 기사를 보고서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을 했다. 좌담회에서 거론된 내용들의 옳고 그름이나 당장의 실행 여부를 떠나 수좌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선원과 수행의 발전에 대한 방향을 모색한 그 자체만으로도 살아있음과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24일 해인사로부터 해인사 선원장인 효담 스님이 좌담회에서 한 발제 내용이 해인사의 가풍에 맞지 않는다며 해촉을 당했다는 보도를 보고 의아했다. 총림법상 선원장의 위촉 등은 방장 스님의 권한으로 알고 있다.

해인사 홈페이지의 「법회․기도」안내(해인사 홈페이지 갈무리)
해인사 홈페이지의 「법회․기도」안내(해인사 홈페이지 갈무리)

 

절대적 권위인 해인사 방장스님의 결단에 이의를 다는 것 자체가 무례일 수 있다. 그러나 선종(禪宗)이 무엇인가? 선종사를 돌아보건대 깨달음이라는 지향점을 향해서 스승과 제자 또는 도반과 선후배 사이에 치열한 논쟁과 방과 할이 오고가지 않았나? 선사들의 치열한 논쟁과 구도행각을 정리한 것이 오늘날까지 내려오는 다양한 선어록이니 역대 선사들은 좌선만이 아니라 육신의 온갖 기능까지도 활용해서 깨달음을 구했음을 알 수 있다. 
 
만일 해인사 선원장이 해인사의 수행 가풍에 맞지 않는 발언을 해서 해촉을 당한 것이 사실이라면 과연 현재 해인사의 전반적인 운영 실태는 해인총림의 수행 가풍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는지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만일 어긋남이 있다면 운영을 책임진 주지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이치와 형평성에 맞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인사의 수행가풍은 총림전체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또한 해인총림의 방장은 제방 선원의 큰 어른이시기에 이번 좌담회를 주도한 「전국선원수좌회」에도 의견을 개진한 후 선원장에 대한 조치를 취해도 취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결국 「전국선원수좌회」가 주도한 좌담회로 인해 해인사 선원장이 해촉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해인사에 대한 해인사 홈페이지의 소개를 보면 “법보종찰(法寶宗刹) 해인사는 불보사찰(佛寶寺刹) 통도사, 승보사찰(僧寶寺刹) 송광사와 더불어 한국의 삼보 사찰로 꼽힌다.” “해인사는 한국 화엄종의 근본 도량이자 우리 민족의 믿음의 총화인 팔만대장경을 모신 사찰로서 한국인의 정신적인 귀의처요, 이 땅을 비추는 지혜의 등불이 되어 왔다.”라고 적시되어 있을 만큼 해인사는 한국 불교를 대표하고 만중생을 정법에 의해 인도하는 큰 사찰임을 표방하고 있다. 이러한 해인총림 도량에서 행해지는 각종 의식행사로써 기도(祈禱)가 해인사의 수행가풍이며, 법보종찰의 정체성 그리고 불교의 근본 가르침에 부합하는지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현재 해인사 홈페이지를 보면 「법회․기도」라는 별도의 안내 창에 △고려관음지장보살 복장불사 및 기도 △화엄21천도 법회 △비로자나광명기도 철야정진법회 △대비로전기도 △대적광전기도 △법보전(장경판전)기도 △팔만대장경 합송대법회 △가야산 중봉마애약사불 기도법회 △응진전 명부전 독성각 국사당기도 △백중세시명절기도 등 전체 법회의 대다수가 기도 일색이다. 한국제일의 수행도량에서 기도 일색이며 불공(佛供)은 아예 없다. 동일 행사에 기도와 법회를 같이 사용하기까지 하니 그 경계를 알 수가 없으며 어지럽다. 불공은 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행해져온 불교의식이 아닌가? 

기도는 제아무리 불교식으로 해석을 한다 해도 타 종교의 의식이며, 기도자의 심리를 의타적으로 하기에 불교적이지도 않다. 사전적 의미도 “인간보다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어떠한 절대적 존재에게 빎. 또는 그런 의식.”이라 규정하고 있으니 비불교적인 신앙행위가 분명하다. 설사 시대적 상황에서 방편으로 일부 차용해서 활용한다 해도 과연 법보종찰이며 불교의 중심으로 그 정체성을 지켜야할 해인총림에서 법회(불공)의 대다수를 기도로 장식하는 것이 타당한 일인가? 

해인사 동지기도 안내문(해인사 홈페이지 갈무리)
해인사 동지기도 안내문(해인사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6월 초에 해인사는 한국전쟁 70주년, 해원 상생을 위한 해인사 추모음악회와 수륙대재를 봉행했다. 추모음악회를 반대한다 해서 관철될 일이 아니기에 필자도 코로나19가 염려돼서 주지스님에게 수차에 걸쳐서 안전에 대한 제안을 했다. 

문제는 어딘지 엄숙하고 그러한 가운데서 여유와 위안을 찾는 도량인 해인사에서 대중가요를 경내지에서 열창하고 방송을 통해 전국에 송출되는 것이 과연 방장스님께서 지향하는 해인사의 수행가풍과 법보종찰의 정체성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제아무리 트로트 가요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유행이라 한들 그야말로 대중가요다. 조선시대 일부 유자들이 사찰에서 가무음곡을 즐긴 바 이는 치욕의 불교사가 분명하다. 대중가요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해인도량에서 제아무리 미사여구로 포장해서 공연을 해도 대중가요 무대는 대중가요 무대일 수밖에 없기에 하는 말이다. 

정법을 수호하고 빈틈없는 수행자의 도량인 해인사에서 기도일색이라면 이는 이교를 흉내 내는 행위이며, 나아가 불조를 모독하는 행위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눈 밝은 선지식이라면 당장 걷어치우고 참회토록 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결코 필자가 지난 6월의 행사를 부정하거나 주지스님의 사찰운영에 트집을 잡는 것이 아니며 그럴 이유도 없다. 다만 이번 선원장의 간담회 발언이 문제라면 평등한 시각에서 해인사의 기도일색의 운영(광고)과 공연도 짚어봐야 한다는 생각의 발로다.

“종단이 해코지를 당할 때 이를 지키는 동력은 ‘차별없는 사부대중’에 있다. 사부대중이 차별없이 한마음 한뜻으로 종단을 외호하고 불교 발전을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상월선원 천막결사와 만행결사가 이뤄졌다” 이는 지난 10월 26일 봉은사 보우당 내에서 자승 전 총무원장스님이 자비순례를 회향하고 자자(自恣)의 자리에서 한 말이다. 해인사가 차별적으로 대중을 대한 다면 자승 스님의 말과 같이 해인사가 해코지를 당할 때 과연 어는 대중이 있어서 해인사나 방장 스님을 외호하겠는가? 

독자 대중 그리고 이번 좌담회에 참여한 「전국선원수좌회」의 소속 스님들은 이번 선원장의 해촉 사유와 절차 그리고 현 해인사의 온갖 기도일색의 행사를 비교해서 과연 어는 것이 더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지를 살펴보기 바란다.

백여 년 전, 1923년 9월 16일자 <동아일보>는 ‘해인사승려대회에 대한 감상’이란 기사에서 “海印寺는 다만 僧侶의 海印寺가아니오 二千萬衆의 海印寺며 佛敎에 限한 根據地아니오 우리 文化의 根據”라고 해인사를 찬하고 있다. 해인사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오늘날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해인사와 이를 통리하는 방장스님이기에 불교의 가르침에 입각한 원칙과 해인사 수행가풍의 전통에서 한 치의 흔들림 없어야 하며, 이러한 뜻에서 절대자인 신에 비는 기도의식행위도 간과해서는 안 되기에 글을 쓴 이유다. 

불교는 교주석가모니부처님의 가르침을 훼손치 않으면서 변화를 거듭하고 방편을 구사했다. 해인사 측은 해인사의 수행 가풍이 무엇이며, 그 역사성과 내용 및 형식성에 대해 이번 일을 기회삼아서  빠른 시일 내에 대중에게 공개 천명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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