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쇼카선언' 이대로 넘어가는 것은...
'아쇼카선언' 이대로 넘어가는 것은...
  • 법응 스님
  • 승인 2011.08.3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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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도법 스님께 공개편지


"지난 23일 ‘화쟁위원회’에서 발표한 소위‘21세기 아쇼카 선언’의 내용상 문제에 대해 1차보도 자료를 통해 발표 했습니다.

그런데 내용의 심각성을 인지 못하는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가 없습니다.

이번 문제는 그냥 지나치기에는 석가모니부처님의 가르침과 조계종은 물론 한국불교를 통째로 부정한다는 생각에서 반드시 발로참회와 응당한 신분상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조계종의 공식기구에서 훼불적 내용의 발표를 했다면 이는 총무원집행부 스스로 훼불을 자행한 것과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

법응 스님이 언론사에 보낸 편지의 서문이다. 공개편지의 전문을 게재하면서 화쟁위나 조계종 총무원의 반론을 기대한다. <편집자 주>

귀의삼보 하옵고.

존경하는 도법 스님!

스님과 이런저런 인연으로 같이 한 세월이 근 20여년입니다. 94년과 98년도 종단사태, 지리산 살리기 운동 등 종단 안팎의 여러 가지 쟁점들로 인해 활동의 방향은 어느 정도 서로 같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결사추진 본부의 사무총장직을 고사한 이후 너무나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던 차에 지난 23일 스님께서 발표하신 '종교평화 실현을 위한 불교인 선언'을 들었습니다. 초안이었다고는 하지만, 이미 강력히 문제를 제기했던 초안을 그대로 대중 사회에 공표하셨다는 것 자체가 저에겐 큰 충격이었습니다.

내용상의 문제들은 소납이 지난 24일 ‘종교평화 실현을 위한 불교인 선언(이른바 ‘21세기 아쇼카 선언’ 초안)에 대한 문제제기’라는 제목으로 ‘화쟁위원회’에 정식 공문을 접수했고 보도가 나갔기에 재론하지 않겠습니다.

이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지식인 대중과 언론이 화쟁위원회를 떠받치고 있는 종단권력의 눈치나 살피고 있다면 한국불교계는 오래지 않아 감시와 비판, 여론형성이란 언론 본연의 책무를 방기한 것에 대한 업을 반드시 치러야 할 때가 올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26일 <미디어 붓다>가 “‘종교평화 불교인 선언’ 문제 많다” “어느 종교나 진리라면 불교 믿어야할 이유 뭔가” 라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날선 비판을 가하며 문제를 제기한 것은 두고두고 기억될 것입니다.

한 재가불자 블로거는 자신의 누리집에 ‘“전법포기선언인가, 21세기 아쇼카선언과 아소까의 담마에 의한 정복”이란 제하의 글을 올려 이번 선언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도법 스님!

이 세상은 그냥 지나칠 일이 있는 반면에 반드시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작금 우리 불교계에선 이른바 ‘21세기 아쇼카 선언’이란 것이 그렇습니다.

승려들이 제아무리 계행에 나태하고 수행을 게을리 한다 해도, 불자들이 기복불교를 선호한다 해도 그들의 심저에는 절대자 유일신을 부정하는 강력한 신념이 있습니다.

선정과 경안이 트이지 않았다 해도 우리는 사성제, 무아, 12연기를 진리로 받아들이고 오온이 다 공함을 알며 이를 체득하려 정진합니다.

종교간 평화를 도모하는 대승적 차원이라는 대의명분에 입각해 아무리 이해하려해도, 이번 선언은 불은을 입어 정법을 닦아가는 무리의 말이라곤 도저히 믿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것이 돼버렸습니다.

하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훼손하기에 충분하며, 사실상 불조혜명을 비방했다고 봅니다. 둘, 삼세제불과 역대선사들을 모독하기에 충분합니다. 셋,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부대중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좌절케 하는 내용입니다. 넷, 타종교를 진리라 선언함에 불교의 존재와 정체를 의심하게 만들었습니다. 다섯, ‘전법도생’이라는 종지를 부정했습니다. 여섯, ‘직지인심 견성성불’의 의미를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비록 근본을 뒤흔드는 언설이라 해도 사적인 자리에서야 교의를 해석하는 이질적이고 다양한 개인들의 입장에 대해 설왕설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른바 ‘21세기 아쇼카 선언’의 보다 중대한 문제는, 교의의 아주 중요한 부분을 훼손하는 문장들이 걸러지지 않은 채, 그것이 조계종의 공식기구인 ‘화쟁위원회’의 명의로 고위급 종무직인 도법 스님과 다수의 스님들이 공개된 자리에서 발표를 하셨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보도에 따르면 ‘이 선언 초안은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종무회의에 공식 보고됐다.’라 한바, 제33대 집행부인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이 선언의 내용에 동의한 것으로 비춰졌고, 그로인해 자칫 조계종총무원집행부 전체가 훼불적 사태에 동참했다는 추론을 하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이번 선언은 이교도에 의한 삼보의 비방과 성보의 파괴보다 내용적인 면에서는 그 심각성을 더합니다.

정법을 바로세우고 포교를 독려해야하는 종단의 중심이 불교와 타종교를 교리와 이념, 사상적으로 동일시함은 승려 스스로 불교를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요?

다종교 시대에 종교간 평화를 도모하려면 현실에서 그 종교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세상의 평화를 위해 공동의 노력을 하자는 선에서 그치면 족합니다. 구태여 종교의 이념과 사상까지도 거론할 필요는 없습니다.

도법 스님!

어찌하면 좋을까요? 이 문제를 그냥 지나쳐야 하는지요? 그냥 지나친다면 조계종 내부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훼손해도 묵과한다는 비판이 가능합니다.

아마 많은 스님들과 재가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도법 스님의 종단 및 사회적 지명도를 생각하여 침묵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현 총무원 집행부의 일인데다 자칫 종단의 수장인 총무원장 스님에게까지도 영향이 파급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침묵하며 지적을 외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소납은 현 집행부나 도법 스님보다는 ‘석가모니부처님의 가르침’이 먼저이고 우선 보호되어야만 하며, 차마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대중의 상처받은 신심을 누군가는 대변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총무원장 자승 스님 역시 뼈를 깎는 아픔이 있어도 도법 스님과 화쟁위원회의 일련의 행보에 대해서도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고 판단합니다.

도법 스님은 이번 21세기 아쇼카 선언의 내용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시방삼세제불보살과 사부대중에게 참회하고 스스로 신분에 대한 응당한 조치를 취하시기를 바랍니다.

소납은 이 편지의 내용을 스님에게 비공개로 직접 전할까 하다가 이미 선언이 공개되었고, 선언에 대한 비판이 공개적으로 있었으며, 세상에 알려져야만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훼손하거나 불교를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념에서 공개편지를 작성하기로 했습니다.

‘종교평화 실현을 위한 불교인 선언(초안) - 21세기 아쇼카 선언-이 공개된지 오늘로서 일주일째입니다. 저로서는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미적거리거나 제가 아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훼손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기에 재차 거론 합니다.

사실상 삼보와 종지를 훼손한 이번 선언의 사태는 조계종, 나아가 한국불교의 근간을 흔들었음을 재차 주장하며, 초안이라고는 하나 선언문 자체를 당장 불살라 폐기하고 도법 스님의 발로 참회를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삼가 시방삼세의 제불보살님과 제방의 대덕스님께 참회로서 공개편지를 마칩니다.

불기2555(2011)년 8월 30일
대한불교조계종 승려 法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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