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게 분석해본 안철수 현상
거칠게 분석해본 안철수 현상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11.09.22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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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시사큐비즘]
   

1 안철수 현상이 단순한 현상을 넘어 거대한 파도로 변해가는 듯 합니다. 모든 정치적 화두를 집어삼킬만큼 강력해지는것 같습니다. 세간에는 온통 안교수 이야기 뿐입니다. 정치인 출신이 한가하게 남의 정치를 분석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현실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인식이 또 다른 대안일수 있기에 나름대로 고민해 봤습니다. 학문적 분석이 아닙니다. 제가 지난해 출간했던 <민주당이 나라를 망친다. 민주당이 나라를 살린다.(김태일공저)>에서 목놓아 얘기했던 문제의식의 연장선입니다. 그때 그 문제의식과 지금 이글은 하나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만큼 우리 정치판이 변하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2 사실 이 글은 트윗을 편집한 글입니다. 일요일 오후부터 스물한개의 본문과 부록 두 개로 나누어 펼쳤던 글입니다. 일부 팔로워께서 한꺼번에 볼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여기에 합체해서 나열합니다. 더 설명하고 부연하고 싶은 욕망도 있습니다만 그냥 게으름으로 억누릅니다.

3 ①교수이자 기업가, 우리시대의 멘토 안철수씨가 서울시장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는 뉴스들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함께 고민해보기로 하죠.②먼저 시민 안철수와 정치인 안철수를 구분해보자면, 시민이자 기업인 안철수는 우리시대의 한 성공 모델인 동시에 재벌중심 경제시스템을 날카롭게 비판해온 경세가라 할 수 있죠.③다른 한편 정치는 모두의 것임에도 또 다른 종류의 전문성이 요청되는 일이라, 시장후보 안철수의 잠재력과 가능성은 현재 한국정치가 대면한 문제와 그것을 해결하는 대안의 관점에서 평가해야 할 것입니다.④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관심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주기적으로 나타났던 제3후보, 제3정당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주영의 국민당, 박찬종의 서울시장 출마, 정몽준의 대선출마 시도가 그런 경우죠.⑤넓게 보면 늘 여의도와 거리를 유지해온 노무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오세훈 시장, 강금실 전 시장 후보에 대한 선호와 기대심리, 그리고 ‘어디 박근혜와 맞설 후보 없소’ 하는 범야권의 심리 또한 같은 선상에 있습니다.⑥물론 이런 현상은 미국에서도 상당합니다. 로스 페로나 랄프 네이더, 그리고 대선 때면 워싱턴 기성정치를 대변하는 상원의원보다 주지사 출신을 선호하는 현상, 나아가 버락 오바마를 선택했던 투표 또한 같은 흐름입니다.
 
⑦제3후보 현상은 정치마켓에서 그간 민주/반민주 구도를 중심으로 상호 대립하면서도 지역기반에 안주해온, 민주-한나라 양대 정당이 포괄하지도 대표하지도 못하는 잠재적 요구와 바람이 존재하는데 따른 필연적 결과입니다.⑧기존 정당의 실패가 새로운 정치세력과 백마 탄 왕자를 갈망합니다.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기대와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조화, 불일치의 결과물이죠. 대표성의 위기가 몰고 온 정당의 위기라고도 말할 수 있겠죠.⑨제3정치의 성공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 실험이 기존 정치의 리더나 정당에 대한 반감을 동원하는데 그칠 뿐, 우리사회의 다양한 정치적 열망과 이익을 안정된 지지기반과 조직으로 묶어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⑩최근 안 교수에 대한 관심과 희망도 기존 정치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에게는 권력이익과 지역기반말고는 어떤 가치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죠.⑪특히 민주당은 DJ 이후 협소화되고 독점화된 호남에만 잔류하는 한편, 정당 밖 운동에 이끌리며 MB에 대한 반감에만 안주한 채,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하지도 폭넓은 사회적 지지기반을 마련하지도 못했습니다.⑫주민투표 이후 민주당의 행태 또한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기에 충분했습니다. 민주당 예비후보들 중 어느 누가 서울시정에 대한 정책과 비전을 얘기해 온 적 있나요? 디자인서울 말고 어떤 구체적 대안을 제시한 적이 있나요?⑬대안 없는 적대와 증오, 무능의 정치, 특히 한나라당 대안으로서의 민주당에 대한 기대와 그에 대한 실망 등이 결합되면서 정치인 안철수의 잠재적 파괴력은 상당 수준에까지 올라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⑭염려되는 부분은 안 교수 역시 정치와 행정을 분리하는 사유체계입니다. 우리는 지금 여의도정치를 혐오하는 청와대와 시의회를 멸시하던 오세훈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정치가 정책입니다.⑮한국 정치의 가장 근본 문제 중 하나가 정치와 행정을 분리시키며, 정치는 악이고 행정은 선이요 공익이란 인식입니다. 최근 우리사회 부패의 핵심은 견제와 책임 없이 세금을 거두고 세금을 쓰는 행정에 있습니다.⑯대통령도 직선이고 의회도 직선입니다. 시의회도 직선이고 서울시장도 직선이라는 대의제적 정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치는 타협과 조화입니다. 의회의 정통성을 존중하면서 정치의 예술로 대안을 창조해가야 합니다.⑰1000만 거대도시 서울을 관장하는 일을 행정 문제로 보는 건 지나치게 협소한 관점입니다. 주기적 선거에서 반복적으로 검증받고 책임지는 조직, 곧 정당의 뒷받침 없이 시민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수용하고 조정할 수 있을까요?
 
⑱새로운 정치적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시대인 건 분명합니다. 안 교수가 과거 경험에서 배우며 우리사회의 또 다른 잠재적 이익을 대표하는 지속가능한 정당을 만들어낸다면, 그것이야말로 한국정치의 도약일 수 있습니다.⑲하지만 집단적 비전과 조직, 리더십을 구축하지 못한 채 한 개인에 대한 일시적 기대, 기존 정치에 대한 반감에 편승하는데 머문다면 그것은 늘 그래왔던 또 한 차례의 ‘열망-실망 사이클’의 반복일 뿐입니다.⑳우리 정당들은 언제까지 정당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인재 양성과 추천의 실패를 거듭해야 할까요? 정치가 언론과 재벌 등 정치 밖 영역에 좌우되는 현실을 언제까지 지켜보고만 있을 건가요? 정당의 존재와 가치는 어디에 있나요? (21)안 교수 실험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실패의 반복일까요? 정치적 자원은 늘 밖으로부터 입양 형식을 빌어야만 하나요? 이런 질문에 대한 성찰이 정치에 대한 희망으로 이어지길.
 
부록 ①한국 정치 최고의 아이러니는 정치를 꿈꾸면 꿈꿀수록 정치를 멀리 해야 하고, 정치를 사랑하면 할수록 정치에 더 냉소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군사정권이래 계속된 정치적 냉소주의가 이제 극단에 다다랐습니다. ②정치에 대한 기대와 냉소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현실, 정당이 부정되고 정치가 부정되는 악순환의 반복입니다. 잘못된 정치에 대한 비판은 정당합니다. 하지만 목욕물을 갈려다 아이 자체를 버려서는 안 됩니다.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영남대 로스쿨, 전남대 로스쿨,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 학기는 이화여대 법대에서 2,3,4학년을 대상으로 '현대사회와 법'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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