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사는 내 사찰, 내 절 돈 받았다고 횡령인가”
“불광사는 내 사찰, 내 절 돈 받았다고 횡령인가”
  • 서현욱 기자
  • 승인 2021.01.1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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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동부지법 항소심 변론…내달 4일 변론 종결
서울동부지방법원.
서울동부지방법원.

지홍 스님(조계종 포교원장)이 불광사는 개인 사찰로 창건주인 자신의 것이어서, 불광사의 부설 기관인 불광유치원의 돈을 받아 쓴 것은 횡령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내 절 돈을 내가 받아 쓴 것이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12일 오전 11시 서울동부지법 306호 법정에는 지홍 스님과 전 불광사유치원 원장 임모 씨가 나란히 피고석에 앉았다. 지홍 스님은 지난해 1심에서 업무상횡령과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1억 8519만원 몰수를 선고 받았다. 이에 불복한 지홍 스님은 항소해 지난해 1월부터 항소심 재판을 받아왔다. 항소심은 코로나19 대유행 등으로 심리 기일이 여러 차례 변경됐고, 지난해 10월 27일 변론을 종결하고 11월 선고할 예정이었지만 다시 한 차례 기일변경이 이루어졌고, 다시 변론이 재개되면서 해를 넘겨 이날 변론이 재개됐다.

불광사 개인소유인가, 아닌가

재판부(서울동부지법 제1형사부 이태우 이봉락 김현준)는 이날 지홍 스님 측의 “불광사가 개인 소유”라는 주장에 대해 따졌다.

재판부는 “피고(지홍 스님)의 주장은 불광사가 개인 소유이고, 회주(창건주)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지홍 스님 소유의 절이었고, 현재는 회주에서 물러나 창건주 지위를 가진 사람이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승계권을 가진 창건주 개인소유라는 것”이라는 주장이지만, “사찰은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는 주장도 맞서고 있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가 받은 돈은) 유치원 계좌의 돈으로 교비회계로 들어와도 학교법인 계좌의 돈과는 달라서 유치원의 소유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학교법인의 계좌의 돈은 학교법인 소유이고 유치원 계좌의 돈은 유치원 소유이고, 대각회가 위임한 불광사 측의 계좌라 해도 대각회의 소유라고 주장하는 것은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사립학교경영자인 대각회의 위임을 받아 피고가 경영자 또는 대표자로 되어 있는데, 이는 민법상의 이사인지, 상법상의 이사인지 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면서 “한 차례 의견을 더 듣고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했다.

"대각회에 불리하거나 손해 없어 업무상횡령 성립 안 된다" 주장

지홍 스님의 변호인은 “조계종의 해인사나 송광사 등은 공찰이지만, 불광사는 광덕 스님 개인이 창건한 사찰로, 사설사암”이라며 “지홍 스님이 창건주와 주지 권한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변호인은 “부동산 신탁에서 수탁자가 있을 수 있지만, 이 사건은 다른 관계”라며 “대각회는 돈을 줄 수도 받을 수도 없는 관계여서 횡령에 의한 피해를 보지 않기 때문에 업무상공금횡령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변호인은 “(불광사나 유치원 운영으로) 대각회에 수익이 넘어가지 않아 대각회가 불리하거나 손해를 보지 않는다”면서 “이는 사립학교법이 불비(법 규정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한 것이기 때문에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홍 스님 측의 주장은 불광유치원 교비로 지홍 스님에게 급여를 지급했어도 불광사가 속한 대각회에 피해나 손해가 없기 때문에 업무상횡령과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으로 보인다. 유치원 급여를 받아도 피해자가 없기 때문에 업무상횡령과 사립학교법 위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지홍 스님 측의 이 같은 주장은 1심에서도 나왔었다.

당시 변호인은 “지홍 스님은 2004년경부터 불광사 창건주이자 불광유치원 이사장 내지 행정이사 직명으로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근로의 대가로 급여를 수령했으며, 불광유치원의 교비 처분권이 이사장인 자신에게 있어 타인의 재물성이 부정되기 때문에 사립학교법 위반이나 업무상횡령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었다.

또 지홍 스님 측은 “급여 수령은 교비회계의 인건비를 수령한 것으로 업무상횡령죄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임모 원장과의 공모 여부 역시 원장은 교육업무를 전담하고, 급여 지급 등 보조업무만 했기 때문에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 "사립학교 유치원 직원 임용 신중해야"

1심 재판부는 지홍 스님 측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당시 재판부(판사 조현락)는 “입법자는 사립학교 직원에 관하여 사적자치를 오로지 많기지 않고, 인사행정의 투명성과 효율성 제고 등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사립학교법, 유아교육법 등 각 법령에서 특별히 정하고 있다”면서 “사립학교 직원의 불투명한 인사행정은 사립학교 재정과도 밀접하게 관련될 수 있어 사립학교 유치원의 직원 임용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고(지홍 스님)는 불광사의 직원의 지위에서 결재나 행사 참여를 한 것이 아니라, 불광사의 회주 또는 창건주로서 지위를 수행한 것이 상당하다.”면서 “유치원 업무를 이유로 근로의 대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유치원 원장과 공모해 유치원 직원으로 가장해 급여를 지급해 횡령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불광유치원은 사인(私人)인 지홍 스님이 경영하는 유치원이 아니고, 재단법인 대각회가 사립학교경영자로서 경영하는 유치원이고, 대각회는 운영권 일체를 법인격이 없는 사단내지 재단인 불광사에 위임한 것”이라고 보았다.

"불광사에서 보시금 290+복리후생비 400=월 490만원 수령"
"유치원서 2013년~2018년 5월까지 72회 1억 8519만원 수령"

재판부는 지홍 스님의 지위에 대해 “피고는 창건주 겸 회주로서 불광사와 불광유치원 등 산하단체의 모든 인사업무와 재정업무, 관리업무를 담당했고, 매주 종무회의로 불광사 업무를 논의하고, 불광유치원의 행사는 주요안건을 종무회의 안건에 포함해 논의했다.”면서 “피고는 창건주 겸 회주 스님으로 2017년 1월경부터 2018년 4월경까지 매월 보시금으로 290만원, 복리후생비로 200만원, 합 490만원을 불광사로부터 급여를 지급받았다.(이는 교비 횡령 금액과는 다른 것이다)”고 보았다.

나아가 재판부는 “피고는 대각회 내지 불광유치원 원장인 임모 씨와 불광유치원에 관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바 없으며, 불광사 주지 스님조차 유치원 급여를 받은 것을 전혀 알지 못했고, 별도의 고용 등의 법률관계가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지홍 스님이 불광유치원 급여를 받은 경위에 대해 “명시적 임용절차가 없음에도 2013년 3월경 유치원 원장에게 송금액을 200만원으로 올리라고 지시했고, 유치원 원장이 지급액이 많아 교육청에 직원급여 명목으로 보고해야한다고 하니, 지홍 스님은 원장에게 직원으로 등재하라고 하고, 그 후 매달 200만원이 급여 명목으로 지급되었다.”고 했다.

또 “그 후 피고는 원장에게 360만원까지 급여를 인상하라고 지시했고, 이 지급액도 피고가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어떤 필요에 의해 얼마의 비용이 지출되었는지 등에 관한 충분한 고려 없이 피고의 지시에 따라 그 지급액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홍 스님은 2013년 1월 100만원을 시작으로 같은 해 4월부터 200만원을 받다가, 2015년 3월부터 매달 325만원을 수령했고, 2017년 4월부터는 360만원을 매달 급여로 받았다.

"돈 지급 받으려 허위 출근부 작성"

재판부는 “피고는 실제 매일 유치원에 출근하지 않으면서 매일 출근한 것처럼 출근부를 작성했고, 이는 돈 지급의 법률관계 외관을 창출하기 위해 허위 출근부를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의 양형은 횡령 피해금액이 1억 원이 넘지만, 지홍 스님이 급여로 수령한 1억 8519만원을 공탁한 점과 초범인 점, 사건의 구체적 경위를 참작해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1억 8519만원 몰수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법원 인사 및 검찰 인사 등을 고려해 2월 첫째 주 재판을 종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과 피고 측에 각각 쟁점에 대한 서면을 제출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결심은 2월 4일 오전 11시 30분 열릴 예정이다. 결심을 마치면 항소심 선고 일정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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