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은 휴일이 없다…소외 이웃 주린 배 달래는 자비 손길”
“배고픔은 휴일이 없다…소외 이웃 주린 배 달래는 자비 손길”
  • 서현욱 기자
  • 승인 2021.01.18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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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원각 ‘원각사 무료급식소’ 1년 365일 연중무휴 운영
원경 스님 “따뜻한 곳에서 드셔야 하는데, 도시락 제공 죄송”
“하루 빨리 코로나19 사라져, 편안하게 식사할 환경 열리길”
코로나19 유행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원각사 무료급식소는 거리로 나가 노숙인과 소외 이웃들에게 도시락을 제공한다. 탑골공원 북문에서 도시락을 나눠 주는 원경 스님.
코로나19 유행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원각사 무료급식소는 거리로 나가 노숙인과 소외 이웃들에게 도시락을 제공한다. 탑골공원 북문에서 도시락을 나눠 주는 원경 스님.

코로나19에 사회적 활동과 대인 관계는 ‘일단 멈춤’이지만, 서울 종로 중심에 멈추지 못하는 곳이 있다. 사회복지원각이 운영하는 ‘원각사 무료급식소’다. 코로나 펜데믹과 매서운 한파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요즘 옛 음악, 옛 콘텐츠에 ‘탑골’이란 말을 붙인다. 복고를 즐기는 경향이 신조어를 파생했다. ‘탑골’의 뿌리는 원각사다. 서울 종로구 한복판의 탑골공원이 원각사 자리다. 원각사 옛 사지에 탑골공원이 들어섰고, 원각사 10층 석탑은 국보2호로 지정돼 국가가 관리한다. 새 원각사는 탑골공원 담벼락을 따라 걸으면 나온다. 탑골공원 정문인 삼일문은 3.1운동을 기린다. 이 삼일문을 보고 오른쪽 골목으로 30미터 쯤 들어가면 1년 365일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원각사 무료급식소가 한 건물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급식소 옆 건물은 종로구가 운영하는 ‘종로장애인통합회관’이다. 원각사 무료급식소의 위치가 의미심장하다. 원각사 무료급식소가 있는 곳이 탑골 어르신들과 노숙자 등 소외된 이웃의 복지센터이자 실버타운이 됐다.

서울시 종로구 종로17길 12 1층(뉴파고다빌딩)으로 이전한 사회복지원각 원각사 무료급식소 전경.
서울시 종로구 종로17길 12 1층(뉴파고다빌딩)으로 이전한 사회복지원각 원각사 무료급식소 전경.

조계종·서울시 공인, 사회복지원각 원각사 무료급식소

운영은 사회복지원각(대표 원경 스님)이 한다. 무료급식소는 원각사이고 사회복지원각이다. 사찰과 급식소 그리고 복지기관이 한 몸이다. 주 사업이 노인 무료급식과 어르신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 개발과 실행, 자원봉사 교육, 불우이웃 지원 사업 등이다. 원각사와 무료급식소는 세 박자 체제다. 원각사+무료급식소+복지기관이 그렇고, 원각사무료급식소+소외된 이웃+자원봉사자가 그렇다. 내부 살림은 원경 스님+고영배 사무국장+해인심 총무가 삼박자를 맞춘다. 원각사 무료급식소에 태그를 붙이면 ‘#원각사’ ‘#무료급식소’ ‘#탑골’ ‘#원각사 무료급식소’ ‘#탑골 무료급식’ ‘#사회복지원각’ ‘원각’ ‘#원각사10층석탑’ ‘#봉사’ ‘#자원봉사’ ‘#자비나눔’ 등등. 수많은 단어가 붙어진다. 그저 개인이 운영하는, 주먹구구식 급식소가 아니다. 한국불교의 최대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은 원경 스님을 원각사 주지로 임명했다. 조계종 공식 사찰로 등록하고, 책임자도 인정해 준 것이다. 사회복지원각은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로 순수 민간 후원으로 운영된다. 불교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모두 공인된 기관이다. 원경 스님은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이전 원각사 무료급식소를 찾아 식사하는 소외 이웃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이전 원각사 무료급식소를 찾아 식사하는 소외 이웃들.

“사적이익·욕망 차단…질 좋은 밥 제공이 최우선”

문을 연지 28년째다. 보리 스님이 원각사 무료급식소를 열어 노고를 아끼지 않았지만, 세월에 장사 없었을까. 문 닫을 지경에 원경 스님이 빛처럼 등장했다. 누구도 맡지 않으려던 2015년 4월 원경 스님이 ‘원각사 무료급식소’ 운영의 책임을 자처했다. 강요한 사람은 없었다. 21세기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배고파 견디기 어려운 아픈 이들이 있었기에, ‘자비 나눔’ 실천이 수행이라 여겼다. 만 6년째, 하루도 쉼 없이 밥하고, 이웃과 밥을 나눴다. 하루 평균 300여명, 지난해 코로나19의 엄혹함에도 8만 5,000여명이 원각사 무료급식소의 밥을 먹고, 한파를 달래도 더위를 이겼다. 역병에도 전년도 보다 급식자는 더 늘었다.

원각사 무료급식소 운영은 사적 이익과 사적 욕망을 차단한다. 오롯이 노숙자와 소외된 이웃들의 배고픔과 외로움을 달래는 곳으로 향한다. 운영도 좀 더 체계적이다. 원경 스님의 뜻이 그렇다.

“아프고 힘들고 외로운 사람들이 많아요. 노숙자도 있지만, 가족에게 밥을 달라 할 수 없는 처지의 어른들도 많아요. 하루 한 끼, 원각사 무료급식소의 밥으로 하루를 견디는 분들이 많아요. 그들에게 어떤 이익을 챙기겠어요? 업무도 체계화했어요. 후원자들에게 기부금영수증도 발행해 투명하게 했어요. 더 많은 분들에게 따뜻하고 질 좋은 식사를 좋은 공간에서 드리는 게 가장 중요해요.”

지난 15일 탑골공원 북문에서 도시락을 나눠 주는 원각사 무료급식소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들.
지난 15일 탑골공원 북문에서 도시락을 나눠 주는 원각사 무료급식소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들.

“머무를 집 없고 거리가 삶의 터전…코로나19에 소외 이웃 벼랑 끝”

‘집에 머물러라. 가능한 밖으로 나오지 말고, 사람들과의 만남을 멈춰 달라’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집 없는 노숙인들, 거리를 배회하는 갈 곳 없는 사람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다. 이미 나올 집이 없고, 거리가 삶의 터전이다. 이들에게 코로나19는 끼니 걱정에 지친 삶을 더 막막하게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많은 복지기관들이 문을 닫았다. 위생에 취약한 이들에게 코로나19의 그림자는 언제 드리울지 알 수 없다. 밀폐된 공간에서 밥을 먹으면 코로나19 감염 위험은 더 높아질 수 있었다. 그래도 다들 문 닫고, 멈출 때, 원각사 무료급식소는 벼랑 끝에 선 이웃들을 위해 불을 밝혔다. 벽 있는 공양 간에서 밥을 나누는 대신, 열린 거리로 나갔다. 지금은 탑골공원 북문 쪽과 인사동 초입의 전통공연장 앞에서 ‘도시락’을 나눈다. 배고픔은 추위와 겹쳐 한 층 더하다. 나눔이 줄면 배고픈 이들은 더 헛헛하다. 그래서 원경 스님과 원각사 무료급식소 자원 봉사자들은 거리로 나갔다.

딸의 생일날, 엄마 보살은 원각사 무료급식소를 통해 노숙인 등에게 대중공양을 냈다. 원각사 무료급식소가 제공하는 식사는 질 좋기로 유명하다.
딸의 생일날, 엄마는 원각사 무료급식소를 통해 노숙인 등에게 대중공양을 냈다. 김모씨 생일날 대중공양한 도시락. 원각사 무료급식소가 제공하는 식사는 질 좋기로 유명하다.

매일 오전 11시 탑골공원 북문과 인사동 전통공연장에는 원각사 무료급식소 실무자와 자원봉사자들이 도시락과 고급 단팥빵, 두유, 보리건빵, 귤, 핫팩, 마스크까지 담은 봉지를 배고픈 이들에게 전한다. 식사와 간식에 추위를 줄여줄 방한용품, 코로나19 감염증 예방에 필수인 마스크까지 담았다. 코로나19 감염증 노출을 최소화하려고 한 곳에서 100명분 이하의 분량만 나눈다. 원각사 무료급식소의 밥은 질 좋고 맛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 주먹밥에 단무지 서너 쪽이 전부인 어느 급식소와는 다르게 도시락은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전문점의 음식을 준비하거나, 원각사 무료급식소에서 갓 지은 밥과 정성들여 만든 반찬으로 채운다. 반찬도 근래 생긴 급식소와 다르다. 짜장, 카레, 돈가스, 불고기, 김치돼지볶음, 치킨, 나물, 김치 등등 갖가지 반찬이 매일 바뀐다. 양도 푸짐하다. 나눠 먹으면 두 끼를 해결할 만한 분량이다. 그래도 늘 아쉽다.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사라져야 따뜻한 공간에서 편안하게 밥을 먹을 수 있을 텐데, 차디찬 거리에서 도시락을 먹는 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무료급식소에서 밥을 담는 해인심 총무.
무료급식소에서 밥을 담는 해인심 총무.

“비대면 권고에 최악 상황…멈추지 않고 거리에서 도시락 나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민이 많았어요. 배고픈 분들은 늘 몰려오는데, 밀폐된 공양 간에 들이면 구청에서 지적이 나옵니다. 테이블에 칸막이도 했지만, 비대면 권고에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어요. 그래도 밥 제공을 중단할 수는 없었어요. 많은 분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시락을 야외에서 나눠 주는 것으로 대체했어요. 도시락은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전문점의 것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우리 시설에서 조리해서 나눠 드립니다. 딸아이의 대학 합격을 발원하면서 노숙자 등 아픈 이웃들에게 도시락을 후원하는 분도 있어요. 대학생 불자들, 대불련 총동문회에서 초코파이와 두유를 후원해 주시기도 합니다. 반찬거리 떨어질까 걱정해 이 겨울에 금값인 시금치 20Kg을 보시해주시기도 하구요.”

원경 스님은 “원각사 무료급식소를 찾는 힘든 이웃들에게 밥 한 끼 전할 수 있는 힘은 후원자들의 자비심 때문”이란다.

코로나19 예방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원각사 무료급식소는 탑골공원 북문과 인사동 전통공연장 두 곳에서 도시락을 나눠 준다. 인사동 전통공연장 앞 급식 봉사.
코로나19 예방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원각사 무료급식소는 탑골공원 북문과 인사동 전통공연장 두 곳에서 도시락을 나눠 준다. 인사동 전통공연장 앞 급식 봉사.

“자원봉사자·후원자 힘이 팔할…원력+자비심=밥과 선물”

급식소는 자원봉사자와 후원자의 힘이 팔할(八割)이다. 원경 스님의 원력에 자원봉사자들과 후원자들의 순수한 마음이 더해져 노숙인과 가족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어려운 이들이 세상의 온기를 전한다. 이곳의 자원봉사자들은 변함이 없다. 간혹 소수의 인원이 바뀌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자원봉사자들은 붙박이다. 봉사자만 월 400여명이다. 법조인, 라이온스 회원, 불교단체, 사찰봉사팀, 언론단체도 있다. 다른 곳과 달리 남성 봉사자들이 많다. 남성 봉사자들이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원각사 무료급식소는 밥만 나눈 것이 아니다. 더 나은 복지 혜택을 위해 매년 어버이날과 명절 때마다 다양한 선물을 나눴다. 지난 12월 1일 급식 시간에 도시락과 함께 300벌의 방한복을 나눠줬다. 원경 스님은 이날 방한복을 준비하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300벌을 준비하려 했는데, 여력이 부족했다. 서울대학교병원이 200벌을 희사했다. 그 소식에 민일영 전 대법관(세종 대표변호사)이 마음을 보탰다. 14년째 원각사 무료급식소에서 봉사자로 활동해 온 민일영 전 대법관이 방한복 100벌을 희사했다. 원경 스님은 민 전 대법관과 도시락에 방한복을 더해 노숙인 등에게 전했다.

“코로나 19 유행으로 노인들께서 어느 때보다도 추운 겨울을 보낼 것 같아 사회적으로 온정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 후원하게 됐다. 나눠드린 점퍼로 따뜻하게 겨울을 지냈으면 좋겠다.”(민일영 전 대법관)

지난해 12월 방한복을 나눠주는 민일영 전 대법관. 민 전 대법관은 원각사 무료급식소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지 7년째다.
지난해 12월 방한복을 나눠주는 민일영 전 대법관. 민 전 대법관은 원각사 무료급식소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지 14년째다.

“명의 베낀 개인 시설 혼란도…급식, 하루도 멈추지 않아”

원경 스님이 원각사 무료급식소를 운영한 지 일곱 해이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마장도 낀다. 누구도 맡지 않을 때 원력만으로 무료급식소 일에 뛰어 들었다. 오랫동안 무료급식소를 열던 건물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왔다. 건물주는 임대계약을 연장해 주지 않았다. 명도소송까지 해봤지만 비영리민간단체는 임대차보호법의 그늘 밖에 있었다. 급하게 현 위치에 무료급식소를 다시 열었을 때, 주변의 군말도 많았다. 험담이 귓가를 간지럽혔다. 원각사 무료급식소가 자리를 옮기자, ‘먹튀’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원각사 무료급식소가 있던 자리에 다른 급식소가 생겼다. 원경 스님의 ‘사회복지원각 원각사 무료급식소’가 졸지에 원조집이 되어 버렸다. 공인된 원조집 대신 개인의 유사 시설이 마치 28년의 역사를 이어온 것처럼 행세했다. 심지어 ‘원각사 무료급식소’ 명의마저 제 것처럼 베꼈다. 원각사 무료급식소 운영 주체인 사회복지원각의 홈피이지의 내용까지 무단 복제했다. 카피캣이 명품을 왜곡하는 일이 벌어졌다. 급식소 이름까지 비슷해지면서 봉사자는 물론 기자들까지 헛갈리게 했다. 원각사 무료급식소에 들어올 후원물품이 엉뚱한 곳으로 가기도 했다.

도시락을 만드는 뉴중앙라이온스 봉사자들.
도시락을 만드는 뉴중앙라이온스 봉사자들.

“원각사 무료급식소는 구제불교 실천 현장…진정한 마음 중요”

“누구도 관심 없을 때 우리가 탑골공원의 노숙인과 밥 한 끼 해결하기 어려운 이웃들을 살폈어요. 이전에 운영한 분이 문 닫으려 할 때 위약금까지 물고 맡았어요. 그런데 급식소 자리를 옮기다 보니 여러 말도 들었어요. 건물에서 쫓겨날 때, ‘세상 꼭대기에 건물주가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뒷담화는 직원들과 봉사자들까지 분노마저 일게 했죠. 하지만 옥신각신할 수만 없잖아요. 없는 일도 만들어 내는 마구니가 세상에는 있어요. 왜곡하고, 거짓을 참인 냥 하지만, 연꽃을 따려면 진흙을 묻힐 수밖에 없어요. 우리 원각사 무료급식소도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해야 합니다. 밥이 근본인데, 어쩌겠어요. 우리가 바라보는 곳은 오직 한 곳이에요.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들 그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 드려야 조사들이 혼내신 밥도둑은 면하지 않을까요. 꾸미기보다, 진정성으로 일하려 해요. 직원들도, 봉사자들도 이젠 ‘원각사 무료급식소’가 어디인지, 누가 어떻게 운영하고, 무엇을 위해 일하는 지 알 겁니다. 부처님이 주신 소명이 ‘밥’이니 전 무료급식소에 있어야죠. 원각사 무료급식소는 노숙자들과 힘든 이웃들의 엄마 품 같은 곳으로 이어질 거예요.”

풍요로운 사회에 그늘진 곳에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늘졌지만, 복지의 혜택도 접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복지 사각지대, 그 그림자 끝에 원각사 무료급식소가 운영된다. 원각사의 부처님은 관음보살이다. 자본의 논리가 아닌 자비의 논리로 ‘구제불교救濟佛敎’를 실천하는 곳이어야 했기에, 자비의 화신 관음보살을 모셨다. 급식소를 옮길 때 이 부처님을 버리고 갔다는 얘기도 들었다. 몹 쓸 사람들의 뒷담화는 근거도 없었다. 원경 스님이 원각사 무료급식소를 처음 맡았을 때 모신 그 관음보살상은 지금도 원각사 무료급식소 중심에서 자원봉사자들과 원각사 신도들의 기도를 받는다.

도시락을 만드는 봉사자들.
도시락을 만드는 봉사자들.

“대승적 차원서 거리 나가 도시락 나눔…멈출 수 없어"

“원각사 무료급식소는 한 번도 닫은 적이 없어요. 앞으로도 마찬가지죠. 개인이 하는 급식소가 이름마저 비슷하게 쓰지만, 탑골공원의 원각사 무료급식소의 역사와 정통성은 우리에게 있어요. 급식소 이름을 도용하고, 우리 홈페이지 연혁까지 베껴 쓰기도 해 참 황당했어요. 원각사 무료급식소는 사익을 위한 시설이 아니에요. 공익이 최우선입니다. 복지는 상식입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밥을 퍼야 해요. 사회적 거리두기에 도시락을 싸들고 거리에 나가 나눠 드리는 것은 대승적 차원이에요. 사회에서 격리된 분들이 굶어 가는 데 가만히 있을 수 없잖아요. 관세음보살님이 중생을 제도하는데 무조건적인 자비만을 그 방편으로 쓰는게 아닌, 때론 위엄도 보여야하는 혹자혹위或慈或威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함을 더욱 깨닫고 향후 가능한 선에선 법적대응이라는 매도 들 작정입니다”

“주말·명절 반납, 배고픈 이웃 위해 오늘도 밥을 한다”

풍요롭고 화려한 도시 서울에 배고픈 이웃이 넘친다. 누가 밥을 굶느냐, 일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들을 때면 헛헛하다. 사람들은 늘 잊고 산다. 화려한 조명 뒤에 드리운 그늘이 짙음을. 복지 사각지대도 그렇다.

“누가 밥을 굶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어요. 노숙자 등 빈곤한 분들이 있어요. 여기에 사회적 장애인들도 많아요. 노동력이 있는 분들은 비난할 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평생 노동으로 자식들 키우고도 가족들에게 불필요한 존재로 취급받는 분들이 많아요. 나이 드는 것도 병이에요. 육체적 기능은 크게 떨어지고, 일을 할 수 없어 결국 사회적 장애자가 되어 버립니다. 주민등록이 없는 분들도 있어요. 기초생활수급자로 인정받고 싶어도 자식들이 발목을 잡아요. 자식들에게 차비도 용돈도 못 받아요. 밥도 얻어먹지 못하는 분들도 많아요. 현대의 복지 사각지대는 과거와 또 다른 양상이 나타납니다. 겉모습만으로는 불우한 지 알 수 없어요. 그래서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밥이 삶의 근본이잖아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전 원각사 무료급식소에서 밥을 나눠주는 원경 스님과 자원봉사자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전 원각사 무료급식소에서 밥을 나눠주는 원경 스님과 자원봉사자들.

원각사 무료급식소는 천일기도 중이다.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올해 3월 29일까지 8차 100일 기도다. 현재 원각사 무료급식소도 임대 공간이다. 더 안정적 운영과 밥을 찾아 온 이웃들에게 좀 더 편안한 식사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기도한다.

“이전 급식소는 계단을 올라와야 했어요. 힘들고 아프고 지친 이웃들에게 한 두 층의 계단을 오르는 것도 벅찹니다. 새로 옮긴 곳은 1층이어서 좋은 점도 있어요. 하지만 공간이 협소해 대기 시간이 깁니다. 좀 더 넓고 아늑한 1층 공간에 급식소를 운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천일기도로 성취할 수 없으면 또 천일기도를 해야죠. 질 좋은 밥, 편안한 식사 환경을 제공하는 게 최우선이니까요.”

원경 스님은 말한다. 배고픈 이에게 밥은 자비고, 부처다. 코로나19는 한 때지만, 배고픔은 영원하다. 코로나19는 백신이 나오면 잦겠지만, 어제의 밥으로 오늘 배고픔을 해결할 수 없다. 매번 돌아오는 배고픔을 막을 길이 없다. 원경 스님은 "배고픔은 휴일이 없다"고 말한다. 주말도, 명절도 반납하고 배고프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연중무휴 밥을 하는 이유다.
 

원각사 무료급식소 문의: 대표전화 02)723-6677
후원물품 접수: (03140)서울시 종로구 종로17길 12 1층(뉴파고다빌딩) 사회복지원각
후원금 입금계좌 301-0168-4929-11 / 농협 / 예금주:사회복지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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