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스님들 중 교도소 안갈 사람 하나 없어"
대한불교조계종 교구본사의 한 주지스님이 내던진 이 한마디가 뒤늦게 견지동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은해사 주지 법타 스님이 지난 4일 1심 선고공판 직전 "내가 한 일이 유죄라면..."이라는 전제하에 내뱉은 말이다. 재판장은 법타스님에게 '국가를 기망한 명백한 사기'라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이 유죄를 인정한 이상 법타스님 주장대로라면 대한민국 스님들 모두 교도소에 가게 생겼다.
법타스님과 공사업자 등은 2004년 5월 국고보조금 지급 사업인 은해사 유물전시관 단청 공사를 하면서 공사원가를 과다계상해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의 판결문을 보면 법타스님의 죄상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은해사가 공사를 하면서 실제 A산업이나 B건설이 아니라 문화재수리기능보유자인 C씨에게 정부고시 단가보다 훨씬 저가로 이면계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조금을 신청할 때 위 회사들과 거액에 공사를 한 것처럼 보조금을 신청했으므로 그 자체로 기망이 되는 것이고, 그에 따라 보조금을 신청한 것은 사기고 사후적으로 정산서류를 그에 맞춰 제출한 것은 한번 더 관할 행정청을 속이기 위한 적극적인 방법이다”라는 판결은 사기죄를 잘 설명하고 있다.
물론 법타스님이 국고보조금을 횡령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불자들은 믿고있다. 스님의 주장처럼 “전임 원장이 내가 미워서, 내 권속 중에 불만 있던 놈을 부추켜 만든 일이야." 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자들의 믿음과 법타스님의 주장이 법원의 판결을 뒤집기에는 너무나 안타깝고 궁색하다.
뒤늦게 이 사건이 주목받는 것은 수사기관이 최근 불교계의 국고보조금 횡령문제에 대해 매서운 눈초리를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지검은 통도사 문제에 대해 수사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범어사 문제는 여러 경로를 통해 검찰에 진정서가 속속들어 가고 있고 내사가 진행중이다. 수도권 모사찰에 대해 검찰이 주지스님의 비리 자료를 확보해 내사중이다. 이밖에도 전라도권 사찰 등이 검찰의 내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미 화엄사 전 주지 등의 사건이 마무리 되지 않았고, 은해사 마곡사 모두 국고보조금에 얽힌 비리혐의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에서 불교계의 국고보조금 횡령사건에 대해 전담반을 구성해야한다는 여론들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정말 법타스님의 가정문처럼 모든 스님들이 교도소에 가야할까. 지금처럼 자정능력이 부재하다면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다.
때마침 참여불교재가연대 부설 교단자정센터는 17일 '국고보조금 편취, 은해사만의 문제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자정센터는 "다시 한 번 종단에 촉구한다"면서 "총무원은 하루 빨리 국고보조금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틀 마련, 엄정한 불사관리 기구의 결성을 서둘러 종단의 실추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라고 촉구했다.
정답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결국은 실천의지와 시스템의 문제다. 올해는 대선을 위식해서인지 불교계에 대한 국고보조금이 많이 늘었다. 소탐대실하기 보다는 다 많은 국고를 보조받기 위해서는 현재의 비리를 철저하게 내부적으로 차단할 시기다. 이 일로 2~3년 국고보조금이 '0원'이 되더라도 대사일번하는 심정으로 국민의 혈세를 제대로 사용해야 할 것이다.
불자들이, 나아가 국민이 알고 있는 스님은 교도소에 수감되야 하는 게 아니라, 수감자들을 교화하러 가야하는 인천의 사표이다.
다음은 재가연대 논평문 전문이다.
국고보조금 편취, 은해사만의 문제인가 지난 4월 4일 조계종 10교구본사인 은해사 주지 법타스님이 국고보조금을 편취했다는 이유로 대구지법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았다. 공사비 부풀리기와 허위 계약서 작성을 통하여 1억7천여만원의 사찰비자금을 조성한 행위가 ‘사기’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2007년 4월 17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