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돈이라는 욕망의 수레를 탄 조계종"
"권력·돈이라는 욕망의 수레를 탄 조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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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4.2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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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스님 불교평론 기고…"총무원장의 현실인식에 절망"

총무원의 권력화, 돈, 종회 계파의 권력다툼, 사부대중 관계 설정의 왜곡, 재정 불투명, 승려의 세속화, 사찰의 기업화, 호법기능의 호권화, 수행체계의 난맥상, 세상과의 소통부재...

화계사 주지이자 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인 수경스님이 주장하는 대한불교조계종의 '공개된 비밀'의 굵직한 항목들이다.

수경스님은 26일부터 발매하는 불교평론 2007년 봄호(30호)에서 '조계종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시론을 통해 조계종의 문제점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몇가지 화두를 던졌다. 총무원 집행부가 대안을 수용할지 늘 그랬던것처럼 수경스님을 해종행위자로 낙인찍을지는 미지수다.

수경스님은 "요즘 사문으로서, 조계종 종도의 한 사람으로서 거울을 볼 수 없다. 중노롯을 하는 사람에게 거울이란 '경전'일 터인데, 한 글자 한 구절이 모두 내게는 서슬 푸른 '장군죽비'다"라며 "천하가 다 아는 비밀을 자못 비장한 어조로 말한다는 것이 우습고, 자정기능마저 상실한 조계종단의 현실이 서글프다"고 밝혔다. 스님은 이 글을 기고한 이유에 대해 "조계종단이 나아가, 불교계 전체가 비난과 지탄의 대상이 될 지언정 '조롱'의 대상으로까지 전락해서는 안 되겠다는 절박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경스님의 시론 내용을 요약한다.

권력과 돈이라는 욕망의 수레를 탄 조계종

한국불교는 대승을 표방한다. 현재 한국 불교계의 대승 표방은 위선과 기만의 다른 이름이다. 일부 스님들이 깨달음이니, 청빈이니, 무소유니 하는 이름으로 내다파는 상품에서 상업주의 냄새가 짙은 것이다. 지금 이 세상의 작동원리는 자본주의인데 불교적 관점에서 정의하자면 탐 진 치 삼독을 자양분으로 삼는 욕망의 시스템이라할 수 있다. 조계종에 한정하여 본다면 돈과 권력의 자장 속으로 너무 빨리 쉽게 흡수돼 버렸다.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들추기 위해 이런 얘기를 하는게 아니다. 자본주의 스스로가 경계하는 인간성 상실을 온 몸으로 막아내야 할 불교의 시대적 사명을 환기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금 조계종단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조계종단은 권력과 돈이라는 두 바퀴의 수레를 타고 위태로운 질주를 하고 있다.

선거로 본 종단 권력과 돈

조계종단의 세속화는 총무원장 종회의원 교구본사주지 선거를 통해 극명히 드러난다. 몇 억 소리가 예사로 떠돈다. 이런 비밀일수록 세상이 다 아는데 당사자만 모른다.

사상 초유의 현직 본사 주지에 대한 압수수색이 벌어진 마곡사 사건은 그 비밀의 진상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총무원 집행부에서는 종교 탄압 운운하며 있지도 않은 성역으로 숨어들려고 하다. 종교의 공간이 성역이려면 세속 권력과 실정법을 압도하는 도덕성과 위엄을 갖추어야하다. 돈에 기초한 추악한 권력은 설 자리가 없다. 그래서 사찰 재정의 투명화가 절실하다.

본사 주지가 바뀌면 공찰인 말사 주지는 대부분 교체된다. 차기 선거를 위해 자기 사람을 심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권력과 돈이라는 악순환의 사슬이 더욱 공고해진다. 공찰(公刹)은 공찰(空刹)이 될 수밖에 없다. 불요불급한 대형 불사의 유혹이 여기서 시작된다. 비리와 모순의 관성이 통제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

사찰의 세속화=기업화

국립공원내 사찰 입장료 문제는 현재의 조계종이 얼마나 자본주의 논리에 충실한지 비극적으로 증명하는 사례다. 불교계 어디서도 이 점을 지적하지 않는다. 승가(僧加)는 승가(乘家)가 아니다. 공동체를 의미한다. 입장료 문제에 대해 재산권 운운은 그래서 초라하다. 대승불교의 근간이자 스님들이 노래처럼 부르는 공(空)사상은 저잣거리로 떨어지고 만다.

백번양보해 문화재 관리를 위해 필요한 사찰의 경상비 마련을 위해 입장료 징수가 불가피하다면 사찰 입구에서 징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기회에 전국 모든 사찰의 입장료 폐지를 고려해 볼 만하다. 불자들도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관람료 문제에 대한 조계종 총무원의 무능과 무책임을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입장객이 아니라 제도해야 할 중생의 입장에서, 대다수 국민의 편익을 지렛대로 정부와 협상을 벌여야 했다. 그런데 시간을 다 허비해 버리고 국민적 손가락질을 받는 일을 자초하고 있다. 국립공원입장료 폐지가 충분한 논의 없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는 말은 한가한 변명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걸었던 사안이다.

종단 자정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종단이 잘못 굴러가도, 승풍이 무너져도, 이를 경책하는 종단 어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종단의 원로 스님은 다 어디로 가셨나. 산중총회나 대중공사, 임회와 같은 전통의 단절이 첫 원인이다. 다음은 문중과 파벌의식이다. 종회의 계파는 역기능이 더 크다. 권력 나눠먹기의 장치로 전락할 우려가 상존한다.

지금 조계종이 처한 위기의 성격은 10.27법난 때와는 전혀 다르다. 94년과 98년의 내홍과도 궤를 달리한다. 그때는 거칠기는 해도 개혁의지가 충천했고, 자기반성의 기제도 작동했다. 지금 종단은 수치심마저 상실한 도덕불감증이다. 문제의식조차 없는 총무원 집행부의 태도가 그것을 증명한다.

지금 종단 현실을 보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서구의 기독교가 처한 현실을 보면 10년 뒤의 조계종이 걱정이다. 현실을 외면하는 종교, 동시대인들의 정서에서 이반된 종교는 존재의 근거조차 마련하기 힘들다. 원로스님과 재가불자를 포함한 그야말로 사부대중이 참여한 자정기구를 세워서 사찰 재정투명성부터 확보해야 한다.

종립율원·종립염불원 설립을 제안한다

계율이 없어서 승풍이 무너진 것은 아니다. 계율 한 줄 몰라도 인천사로서 한치의 모자람도 없는 모범이 될 수 있다. 수행자답게 살면 된다. 계율시스템의 처방전적 기능은 물고기에게 물과 같은 존재다.

계율의 보편성을 강화하고 삼가라는 것만 있는게 아니고 독려하는 기능도 있는 종립율원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율장 연구를 통해 정치, 경제, 교육, 의료, 문화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에 불교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사찰 대부분 신도들의 신행은 기도와 염불과 참회가 주류를 이룬다. 그런데도 종계종단에서는 간화선의 진작만을 내세운다. 신도들을 수행 유목민화해서는 안된다. 한국 불교의 외호대중인 불자 대부분의 신앙행위가 간화선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종단 차원의 배려는 없다. 종립 염불원을 설립해 참선 이외의 많은 수행 방편에 대한 이론과 실제에 대해 폭넓은 연구가 필요하다.

세상과 소통하라

조계종 총무원 집행부는 세상을 향해 눈과 귀를 꽉 닫고 있는 것 같다. 마곡사 주지 구속사태나 사찰 관람료 논란에 대한 반응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월 23일 총무원장 스님의 신년기자회견을 보고는 더욱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제 인식조차 없는 것 같았다. "지금의 종단 상황이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장은 수행과 전법에 매진하기 위해 4대 비전을 제시했다. 제시한 비전과 반대로 돌아가는 종단 현실에 대해서는 위기의식도 느끼지 않고 수수방관하면서 '어떻게' 수행 종풍을 회복하겠다는 것인가.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대중원융 살림 회복'이라는 말은, "비리와 불법이 있더라도 내부 문제에 대해서는 일체 비판을 삼가해서 분란을 일으키지 말라"는 얘기로 들린다.

총무원이 권력 피라미드의 최상부에서 훼불에 가까운 행위를 하는 일부 비리승을 비호하는 역할을 한다면 불교 전체의 이미지는 어떻게 되겠는가. 총무원과 달리 많은 개별 사찰과 스님들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하지만 총무원 만큼은 반대로 가고 있다. 권한이 너무 막강하고 그 권한이 금권을 가진 일부 승려과 커넥션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구업을 지었다. 갚을 길은 오직하나 발로참회하며 정진 또 정진하는 일만 남았다. 아울러 조계종단의 일그러진 모습에는 나에게도 크고 작은 책임이 있음을 통감한다. 지금 우리게게 필요한 깨달음은, '부처님께서 깨달은 바대로 사는 것이 바른 삶'이라는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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