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 대가 아냐…불법영득의사로 횡령”
“근로 대가 아냐…불법영득의사로 횡령”
  • 서현욱 기자
  • 승인 2021.02.2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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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지홍 스님 업무상횡령·사립학교법 위반 유죄 판결 이유는(중)
“불광사는 개인사찰 아니다…사단적 ‘독립된 권리주체’”
불광사불광법회.
불광사불광법회.

전 불광사 회주 지홍 스님은 22일 “불광사 유치원 운영과 관련한 법원의 판결로 종도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깊이 참회 드린다.”면서도 “2심 법원은 우리 종단의 전통적인 사찰 운영 방식과 불광사 불사 과정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고, 이번 판결은 대각회 소속 사찰 운영과 창건주 권한에 대해 깊은 숙고 없이 이루어졌다.”는 입장을 내놓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불광사·불광유치원 운영권 갖고 있고, 불법영득 의사 없었다”

지홍 스님은 업무상 횡령과 관련해서 ▷근로의 대가로 급여 받아 횡령죄 성립 안 된다 ▷유치원 경영권 및 자금 관리·처분권은 지홍 스님에게 있어,'타인의 재물’을 횡령했다고 볼 수 없다 ▷불광사·불광유치원 운영권이 지홍 스님에게 있었고 ▷이전 창건주들도 유치원 급여 상당 실비 지급받았고 ▷불법영득 의사가 없었다면서 무죄를 주장했다.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하려면 불법영득(不法領得)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업무상횡령죄는 단순 횡령죄보다 중죄로 처벌한다. 우리 형법은 업무상횡령죄에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또 이 죄가 성립하려면 업무상 다른 사람의 재물을 보관하는 보관자로서의 신분 이외에 업무자라는 신분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신분범에 속한다. 신분이란 범인의 인적 관계인 특수한 지위나 상태를 말한다. 또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한다.

법원은 왜 업무상횡령을 유죄로 판단했을까. 법원은 대각회를 피해자로 본 주위적 공고사실이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가 있어 위법하다고 보았다. 하지만 ‘불광사’를 피해자로 본 예비적 공소사실은 유죄로 인정했다.

검찰은 항소심 재판 과정 중 1심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사립학교법위반 및 피해자 대각회에 대한 업무상횡령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유지하면서 예비적으로, 업무상횡령의 피해자를 '불광사'로 변경하여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고, 법원이 이를 허가했다.

“주위적 공소사실
|지홍 스님·임씨 공모해
72회 걸쳐 급여·휴가비 등
1억 8519만 원 횡령
피해자는 대각회”

검찰의 주위적 공소사실은 “지홍 스님과 임모씨는 공모해, 2013년 1월 25일경부터 2018년 5월 31일경까지 불광유치원에서 지홍 스님이 실제 근무하지 않음에도 사무직원으로 허위 등재한 다음 72회에 걸쳐 불광유치원 명의의 A은행계좌에서 지홍 스님 명의의 B은행 계좌로 급여 및 휴가비 등 명목의 돈 합계 185,193,100원을 지급해 ‘대각회’ 소유의 재물을 횡령함과 동시에 불광유치원의 교비회계 수입을 다른 회계로 전출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대각회는 불광유치원의 운영권 일체를 불광사에 위임하며 불광유치원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체의 문제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약정을 체결하는 등 불광사의 재산에 아무런 관리나 감독을 하지 않고 있는 점 ▷불광유치원은 불광사의 부속기관으로, 세입세출은 불광사 창건주인 지홍 스님을 비롯해 주지스님, 종무실장, 종무차장 등으로 구성된 불광사 이사회에서 결의 및 승인하고 있는 점 ▷지홍 스님에게 급여 명목의 금원이 지급된 불광유치원 명의의 A은행 계좌에서는 교직원의 급여 등 인건비와 교육관련 비용이 지출되었을 뿐 대각회와 관련된 어떠한 입출금 내역도 존재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해 판단했다.

법원은 “불광유치원 명의의 A은행 계좌에 입금된 금원은 불광유치원을 부속기관으로 두고 있는 불광사(불광사가 법인격 있는 사단 또는 재단인 경우)또는 지홍 스님(불광사가 불교목적시설로 창건주의 소유인 경우이 지배하고 있으므로 그 소유로 보아야 하고, 이 사건 계좌에 불광유치원 학부모가 납부한 수업료 기타 납부금은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이어서 관련 법령에 따라 그 용도가 엄격히 제한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 소유권이 대각회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해 대각회를 피해자로 한 주위적 공소사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예비적 공소사실
피해자는 불광사"

하지만 법원은 예비적 공소 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법원은 횡령 등 과정에서 사용된 계좌의 소유자를 따졌다. 소유자가 개인인지 아니면 독립된 권리주체를 가진 사찰인지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불광사가 단순한 개인사찰인지, ‘재단 또는 사단 성격의 독립된 권리주체’인지를 따졌다. 대법원 판례는 “신도나 승려 등 개인이 토지를 매수하여 그 지상에 사찰건물을 건립한 다음 주지를 두고 그 곳에서 불교의식을 행하는 경우 위 사찰의 창건주가 특정 종단에 가입하여 그 소속 사찰로 등록을 하고 사찰의 부지와 건물에 관하여 그 사찰 명의로 등기를 마침으로써 사찰재산을 창건주 개인이 아닌 사찰 자체에 귀속시키는 등의 절차를 거쳤다면 이로써 그 사찰은 법인 아닌 재단 또는 사단으로서 독립된 권리주체가 되었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는 개인사찰로 불교목적시설에 불과하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또 대법원 판례는 사찰은 “불교교의를 선포하고 불교의식을 행하기 위한 시설을 갖춘 승려, 신도의 조직인 단체로서 독립한 사찰로서의 실체를 가지고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물적 요소인 불당 등의 사찰재산이 있고, 인적요소인 주지를 비롯한 승려와 상당수의 신도가 존재하며, 단체로서의 규약을 가지고 사찰이 그 자체 생명력을 가지고 사회적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광사는 1982년 10월경 고 광덕 스님에 의해 창건됐다. 사찰부지와 건물은 대각회 명의로 소유권 이전 등기됐고, 대각회 소속 사찰이 됐다. 2013년경 ’불광사 중창불사’ 신축건물 역시 대각회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불광유치원은 1986년경 설립해 불광사가 운영하는 산하기관이다. 또 불광사는 ‘불광법회’라는 신도조직이 있다. 이 조직은 구법회(57개)로 나뉘고 구법회 대표임원은 명등으로 부른다. 불광사 등재 신도는 수만 명이고 연예산은 수십억이다. 주지 스님을 비롯해 11명의 스님, 종무소, 운영지원실 등에 32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불광유치원, 어린이집 3곳, 송파노인요양원, 불광출판사 등도 운영한다.

조계종 <사찰법>은 사설사암은 창건주의 재산권리권과 주지임명권을 보장하고, 창건주 권리는 승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불광사도 <사찰법> 상 사설사암이다. 불광사는 광덕 스님의 제자들로 구성된 ’문도회'가 있다. 문도회 결정으로 창건주 지위를 승계한다. 불광법회는 회칙에 따라 회장 등 임원이 구성되고, 회칙에 따라 법회 운영에 관한 회장단 회의와 명등 회의가 진행된다. 경비는 회비, 헌금, 불광사 지원금 등으로 충당되며, 연 1회 회계감사를 받는다.

조계종 <사찰법> 및 대각회 <정관>에 따라, 사설사암인 불광사와 불광유치원은 해당사찰에서 전적으로 운영할 뿐, 대각회는 그 재산을 관리하거나, 회계 등을 감독하지 않는다. 대각회와 불광사는 불광유치원의 운영권 일체를 불광사에 위임하는 등의 약정을 체결했다.

“재산, 창건주 개인이 아닌 불광사 자체에 귀속”

법원은 “창건주인 광덕 스님은 그 뜻에 따라 창건 당시부터 불광사의 소속을 대각회로 하였고, 토지 및 사찰건물에 관한 소유 명의를 대각회 명의로 마치는 등 사찰 중요 재산을 창건주 개인이 아닌 불광사 자체에 귀속시키는 절차를 마쳤다.”고 인정했다.

또 “지홍 스님도 창건주의 제자 조직인 문도회 결정에 따라 창건주의 지위를 승계했고, 불광법회라는 상당한 규모의 신도회가 조직되어 있고, 신도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포교하기 위한 회칙 및 운영조직을 갖추고, 불광사 이사회에서 불광유치원에 대한 세입세출을 결의하는 등 재산관리에 관한 사찰의 감독이 있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불광사는 법인 아닌 재단 또는 사단으로서 독립한 권리의무주체가 되었고, 창건주의 개인사찰로서 불교목적시설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떼문에 이 사건 계좌에 입금된 금원(지홍 스님 계좌에 입금된 돈)은 불광사의 소유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횡령에 따른 피해자를 재단 또는 사단으로서 독립한 권리의무주체인 불광사로 본 것이다.

만약 불광사가 재단 또는 사단으로서 독립한 권리의무주체가 아니고 개인사찰이라면 피해자는 불광사가 될 수 없다. 불광사가 독립한 권리주체인 이상 횡령 사건만 보면 피해자가 대각회인지 불광사인지는 크게 상관없어 보인다. 다만 불광사가 개인사찰로 인정되면 횡령죄와 사립학교법 위반죄 모두 면제될 수 있다. 지홍 스님 측이 법리오인을 주장하는 대목이 여기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2심 법원은 지홍 스님이 주장한 개인사찰이자 실질적 소유자가 자신(창건주)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문제는 피해자가 불광사이거나 대각회이거나 죄책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때문에 대법원 상고심에서 2심 법원의 판결 이유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판결 이유만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설사 지홍 스님 측의 법리 오해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파기자판’ 즉,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법원이 재판해 2심 선고를 확정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니면 대법원이 파기자판하면서 ‘피해자를 불광사가 아닌 대각회’로 한 판결을 내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유치원 대표자일뿐 근로자 아냐"

지홍 스님은 불광유치원 직원으로서 근로 대가를 받았다고 1심과 2심 모두 주장해 왔다. 하지만 1심 재판부와 2심 재판부 모두 근로의 대가를 인정하지 않았다.

2심 법원은 “지홍 스님은 불광사의 창건주 및 회주스님으로서 그 산하기관인 불광유치원의 대표자일 뿐이지 유치원과 무기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볼 수는 없고, 구체적인 업무추진비의 사용내역도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지급받은 금원은 ‘무기계약 직원 보수(인건비 또는 직책급 업무추진비(운영비))’에 포함될 수 있어 ‘교비’를 전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홍 스님은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불법영득의사가 없다는 것이 인정되면 횡령죄가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교비회계 수입 다른 용도 사용하면 불법영득 의사 실현”

하지만 법원은 상근직원이 아닌 지홍 스님이 교비회계 수입을 자신의 급여나 휴가비 등으로 받아 사용한 것 자체가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이는 교비회계의 용도가 엄격히 제한되는 <사립학교법> 상 “교비회계 수입을 다른 용도에 사용하였다면 그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하는 것이 되어 횡령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적용한 것이다.

따라서 법원은 대각회를 피해자로 한 주위적 공소사실은 지홍 스님 측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이 ‘이유있다’고 판단했고, 불광사를 피해자로 본 예비적 공소사실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받아 들여 횡령죄를 ‘유죄’로 판단했다.

“지홍 스님 지시 따라 상근행정직 허위등재”

한편, 법원은 지홍 스님과 공모하지 않았다는 불광유치원 전 원장 임모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임씨는 지홍 스님이 가끔 유치원에 방문하여 결재할 것이 있으면 결재를 하고 돌아가는 등 불광사의 대표자일 뿐 불광유치원의 상근직원으로서 업무를 수행하지 아니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면서 “지홍 스님의 지시에 따라 ‘상근 행정직원’으로 등재하고 정액의 급여를 매달 지급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법원은 “지홍 스님과 의사연락 하에 사립학교법 위반 및 업무상횡령을 실행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면서 “임씨가 범행의 위법성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여 이를 달리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지홍 스님의 양형이유를 “유치원 교비에 속하는 금원을 횡령했고, 횡령 피해금액이 상당히 큰 점, 지홍 스님에게 불리한 정상이나, 피해금액 전액을 공탁한 점, 초범인 점,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경위에 다소 참작할 경위가 있는 점 등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또 임씨에 대해서는 “임씨는 지홍 스님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범행에 가담했지만, 위법성의 인식 정도가 다소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취득한 경제적 이익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초범인 점 등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과 그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법원, 지홍 스님 업무상횡령·사립학교법 위반 유죄 판결 파장은(下)” 기사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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