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본위화폐] 1. 들어가는 글
[똥본위화폐] 1. 들어가는 글
  • 조재원 울산과기원 교수
  • 승인 2021.03.22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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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이 사회 빈부격차를 줄이는 길이라니"

저의 대학시절 1980년대 초반에는 국내 환경공학의 태동기였습니다. 환경공학과가 있는 학교도 당시에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미국유학을 갓 다녀온 교수님이 환경공학을 강의하셨는데 가장 강조하는 것이 하수처리장이었습니다. 하수처리장에서 하수뿐만 아니라 똥, 오줌도 함께 처리한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대학가 하숙집 중에는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는 곳도 여전히 있었습니다. 제가 있었던 하숙집 화장실도 푸세식 재래화장실 이었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대부분 사라졌지만 그 이전에는 도시의 경우에도 흔치는 않았지만 재래식 화장실이 있었습니다. 이 시절 화장실 아래 쌓여 있던 똥을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 내려 해도 지금 기억나는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똥이 그렇게 더럽다고 느끼지 않았던 것 같고 어쨌든 제 관심 밖 대상이었습니다. 전 이때 까지만 해도 똥이 저를 평생 따라 다닐지 알지 못했습니다.

초등학교 저의 어린 시절 부모님은 돈의 중요성을 늘상 농담반 진담반 얘기하셨습니다. 어린 나는 그게 싫었습니다. 그 시절 내게 돈은 중요하지 않았었고 돈이 많지 않아도 살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게 자신이있었습니다. 그 약속을 난 나름 충실히 지키면서 살았습니다. 궁핍하지는 않았던 어린시절, 학창시절을 보냈고 직장시절 높은 연봉은 아니지만 돈이 내 인생에 첫번째 목표가 아니어도 상관없었습니다. 그후 미국 유학시절 생활비가 모자라 몇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돈이 저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습니다.대학원 졸업 후 취직에 실패해서 거의 6개월을 집에서 기다리다 취직한 첫 직장이 하수처리장을 설계하고 공사감독을 하는 설계회사였습니다. 이때 대학 후 똥과 재회했습니다. 하수처리장이라는 거대한 시설에서 깨끗하게 처리하기 위해 만났습니다. 하수를 처리하기 위해 만난 똥은 그저 일일뿐 여전히 똥이 저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던 것같습니다. 환경공학을 좀더 공부하기 위해 간 미국유학에서도 똥이 저의 관심사는 아니었습니다.

사이언스월든 초기(2016년) 화장실 모델을 체험하는 파빌리언(사월당)을 방문한 어린이들에게 비비화장실을 설명하는 조재원 교수.
사이언스월든 초기(2016년) 화장실 모델을 체험하는 파빌리언(사월당)을 방문한 어린이들에게 비비화장실을 설명하는 조재원 교수.

그런데 갑자기 똥과 돈이 함께 저를 찾아 왔는데 2000년대 초기 광주에 있는 한 대학에 있을 때였습니다. 첫 번째 두 존재의 방문은 기술로 다가왔습니다. 똥을 박테리아의 먹이로 제공하면 박테리아는 똥을 먹고 소화시켜 에너지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동료교수 한 분은 이를 전공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분야가 미래 큰돈이 될 것이라는 주위 얘기가 종종 들리기도 했습니다. 그런 사실에 큰 관심이 생겼다기보다는 그냥 신기했습니다.

두 번째로 똥과 돈이라는 것이 나를 찾아와 이번에는 제대로 저의 관심을 끌게 만든 것은 당시 우연히 만나게 된 녹색, 환경 관련 잡지였습니다. 이 책들을 통해 똥을 통해 만난 환경파괴 주범으로서의 인간, 그리고, 자본을 향한 끝없는 욕망을 가진 존재로서의 인간을 만났습니다. 똥과 돈은 이렇게 어린 시절 외할머니 화툿장 이후 처음으로 겹쳐진 존재로 나에게로 왔습니다. 저의 녹색시절, 똥은 선한 것이었고 자본은 악한 것이었습니다. 이 시절 저의 모든 관심은 녹색이었습니다. 가치관도 녹색이었고 삶도 녹색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녹색은 저에게 크게 관심을 주지 않았습니다. 녹색주위를 끊임없이 기웃거리고 구애를 해도 녹색은 끝내 저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 듯 했습니다.

2016년 녹색을 향한 짝사랑은 추억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때 오래전 선배 과학자들이 나에게 알려준 기술, 즉, 똥으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이용하여 환경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에너지는 곧 돈이니 이를 이용하여 사회 빈부격차를 줄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가설을 가진 ‘사이언스월든’이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 늦가을 추위가 시작되고 첫눈이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프로젝트를 함께 고민하던 한 분이 나에게 날을 잡았다는 듯이 질문을 시작 했습니다. 똥으로 에너지를 만든다고 해서 그게 왜 사회의 빈부격차를 줄이는 길이 되냐는 것이었습니다. 또 그것이 왜 유토피아로 가는 길이 될 수 있느냐고 집요하게 물었습니다. 저도 그 답을 알지 못했고 몇 가지 준비된 답을 하다가 저의 머리를 스친 생각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질문을 퍼붓던 분께 답을 했습니다. “똥 눈 사람에게 가치를 제공했으니 돈을 주면 되잖아요”. 그 말에 저 자신도 놀랐고 그 말을 들은 그 때 그 분은 질문을 멈추고 나에게 “라디칼한 분이군요”라고 말했다. 라디칼, 그 의미를 난 여전히 잘 알지 못하지만 그 때 그 말이 기분 나쁘지 않았었습니다. 이것이 ‘똥본위화폐’의 탄생입니다.

비비화장실 초창기 모델, 똥과 오줌을 분리할 수 있었고 똥을 누면 열을 가해 가루로 만들 수 있었다. 이후 비비화장실은 진공으로 똥을 미생물 소화조로 운반하는 모델로 바뀌어 현재 모델이 되었다.
비비화장실 초창기 모델, 똥과 오줌을 분리할 수 있었고 똥을 누면 열을 가해 가루로 만들 수 있었다. 이후 비비화장실은 진공으로 똥을 미생물 소화조로 운반하는 모델로 바뀌어 현재 모델이 되었다.

똥본위화폐를 만나고 나의 지긋지긋했던 녹색 짝사랑은 끝이 났습니다. 추억으로부터도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한 가지 나를 괴롭히던 생각 하나를 놔줄 수 있었는데 그것은 환경 그리고 자연입니다. 똥본위화폐를 만나면서 환경을 정의하는 방법에 깊은 회의를 갖게 되었고, 자연은 우리가 만든 환상 같은 개념이 아닌 가 느끼게 되었습니다. 환경은 환경산업 단어 속 환경과 다르고 생태 시스템 속에서 조금씩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자연이라는 개념이 놓인 곳 그로부터 반대편에 있다고 믿었었던 인간을 다시금 보게 되고 두 양극을 극복하기 위해 중간지점이 아닌 중용적 사고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똥본위화폐는 아직 간난 아이입니다. 개념정립도 아직 명확히 되지 않았고 이제 더듬더듬 발걸음을 내딛고 있고 옹아리 형태의 말을 배우고 있습니다. 난 이 책을 통해 똥본위화폐를 매개로 가능하면 많은 분들을 만나 “라디칼”한 꿈을 함께 꾸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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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원 교수.
조재원 교수.

#조재원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법명은 원광(圓光).
과학예술융합 연구센터 사이언스월든 센터장을 2015년 이후 맡고 있다. 2016년, 2017년 씽크탱크 Edge 재단에 ‘똥본위화폐’, ‘중용의 비움’ 에세이를 발표했다.
통일부 (사)북한물문제연구회 창립멤버로서 북한주민이 겪고 있는 물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또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물이 부족하고 수질이 나쁜 작은 마을에 전기없이도 안전한 물을 생산할 수 있는 ‘옹달샘’ 정수기 공급프로젝트를 2006년 이후 진행하고 있다.
저술로는 <이것은 변기가 아닙니다>(2021년, 개마고원)과 <금간 거울 산산조각 내기>(2020년, 파티)가 있다.사이언스월든 센터 웹: ScienceWalde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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