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림하는 승단, 희망 잃는 불교도
군림하는 승단, 희망 잃는 불교도
  • 이혜조
  • 승인 2012.04.02 1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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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김재영 법사의 <초기불교의 사회적 실천>
한국불교의 문제점을 샅샅히 지적하고 통찰적 대안을 제시한 한 권의 책이 눈길을 끈다. 조계종이 자성과 쇄신을 위한 5대 결사의 일환으로 1,000일 정진에 들어간 시점에 곱씹어야 할 내용들이다.

역사와 불교학을 공부한 뒤 한국불교의 현대적 부흥운동에 평생 매진한 동방불교대학 교수이자 청보리학생회 지도법사인 김재영 박사가 최근 <초기불교의 사회적 실천>을 펴냈다.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수정보완한 책이다.

김재영 법사는 한국불교의 현안부터 진단했다.

"한국불교는 생존 기반 자체가 급속히 쇠락하는 역사상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 시민들에 대한 봉사를 망각한 종단, 일부 승려들의 이기주의적 권력구조로 왜곡된 채 대중들 위에 군림하는 승단, 애정을 포기하고 떠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희망과 긍지를 잃어가는 불교도들..."

그는 "이 위기는 한국불교의 사회적 리더십의 부재, 사회적 역할의 상실에서 오는 것이다."며 "시대정신으로서의 사회적 리더십을 상실한 종교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 역사의 엄연한 교훈이다"고 했다.

김 법사는 한국불교가 사회적 에너지를 상실한 원인으로 "기본적으로 불교대중들의 사회의식 결핍에서 오는 것"이라며 "한국불교가 온존시켜온 모든 구성 요소들인 출세간적 교리체계, 참선 중심의 수행법, 출가자 우월적 교단이나 종단 구조, 불교도들의 사고와 행동방식 등의 구성요소들이 대중들에게 박탈감을 안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0년대 이후 우수한 인재들이 불교연구의 인적 풀을 확장하고 초기경전들의 번역 보급되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면서도 "현 단계 한국불교학은 불교의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끊임없는 개념분석, 아비담마적 사상 연구 등에 몰두해 회의감만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불교학은 사회적 실천의 문제를 '참여불교', '응용불교'로 규정함으로써, 도리어 불교의 사회적 실천을 주변적, 부수적인 차원으로 왜곡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법사는 초기불교의 역사적인 전법 개척과 사회적 변혁의 과정을 통찰함으로써 한국불교의 역동적 에너지를 복원하고 불교도의 사회적 리더십을 되살리려고 이 논문을 저술했다. '우리도 부처님같이' 처럼 초기불교의 재발견을 통해 출가중심의 선민불교를 많은 사람들의 대중불교(대중견성)으로 개혁하는 것인 한국불교 기사회생의 거의 유일한 출구라는 것이다.

그는 "붓다는 '폭력과 차별'이 난무했던 인도 사회를 '비폭력과 평등'의 불교식 인도로 개척했다. 초기대중의 사회적 실천 동력도 유례없었다. 하지만 선행연구들은 자비, 무아, 연기, 사성제 등 교리에서 원인을 찾음으로써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본질적으로 사람의 문제인데, 거의 방치돼 왔다"고 지적했다.

필자는 이 논문에서 붓다의 삶이 그의 치열한 사회의식에 의해 추동되고 있다는 사실을 현장 중심의 접근법으로 규명하고 있다. 붓다의 사회의식은 캇띠야의식(khattita)-전사의식에 기초하고 있으며 인도 민중들의 대망의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불교의 개혁은 사회의식의 회복과 사회적 헌신의 활현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바로 우리가 깨달음의 주인, 불교의 주인이 돼야 한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김 법사는 이를 위해 승단 중심의 교단은 사부대중 중심의 공동체로 시급히 재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단의 지배구조인 총무원, 종회, 본사체제를 혁파하고 자발적이고 느슨한 형태의 다양한 공동체들이 불교운동의 주역으로 나서야 한다. 승가는 개별 사찰 중심의 현전 승가체제로 전환돼야 한다. 어떤 형태의 권위주의나 권력도 본질적으로 반 불교적 사도(邪道)이므로 극복돼야 한다.

출가, 승가교육, 대중교육, 참선 등 수행체계 등의 체계들이 사회적 실천 중심으로 개혁돼야 한다. 승가대는 봉사, 전문교육 방식으로 바꾸고, 안거는 봉사, 포교, 전문참선으로 변해야 한다. 사찰, 법회, 공동체는 기도 교육 봉사의 대중적 수행방식으로 전환하고, 요양원 상담원 수련원 등 주민 재활센터를 사찰의 주기능으로 수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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