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은 사람을
기다림은 행복이요
설레임이다
두려운 이를
기다리는 마음은
얼음땡하듯
온 몸이 굳어 오는
시간
떠나보낸 이를 기다림은
애가타서
재가 되어 버리는
부모 같은 마음이다.
#작가의 변
우리는 늘 누군가를 기다린다. 약속시간에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고 학교 보낸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 마음과 멀리 떠나보낸 그리운 정인을 기다리는 마음, 기다리지 말라고 말을 했지만 기다리길 바라는 마음, 모든 마음이 뒤섞여서 기다림은 늘 초조하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만남이 있듯이, 찾아 나서도 만날 수 없는 만남이 있듯이, 세상은 내가 원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있고 그렇지 않고 되지 않는 일이 있다. 물론 우리가 원하지 않는 일이 불청객처럼 불쑥불쑥 찾아오기도 한다.
시험이 끝날 시간은 다되어 가는데 문제의 핵심도 파악하지 못했을 때처럼 손과 팔 다리가 마비되는 듯한 느낌이 올 때 우린 패닉이 왔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 순간을 떠나고 싶은 것이다.
우리가 기다리는 만남, 기다리는 시간, 기다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불청객처럼 불쑥 찾아오는 원하지 않는 만남과 시간은 비처럼 쏟아지는 운석이 그냥 지나치듯 지나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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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민(Terry)은
캐나다 BC주 밴쿠버에 살고 있는 ‘셰프’이자, 시인(詩人)이다. 경희대학교에서 전통조리를 공부했다. 1987년 군 전역 후 조리학원을 다니면서 한식과 중식도 경험했다. 캐나다에서는 주로 양식을 조리한다. 법명은 현봉(玄鋒).
전재민은 ‘숨 쉬고 살기 위해 시를 쓴다’고 말한다. ‘나 살자고 한 시 쓰기’이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고, 감동하는 독자가 있어 ‘타인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음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밥만으로 살 수 없고, 숨 만 쉬고 살 수 없는 게 사람이라고 전재민은 말한다. 그는 시를 어렵게 쓰지 않는다. 사람들과 교감하기 위해서다. 종교인이 지업이지만, 직업인이 되면 안 되듯, 문학을 직업으로 여길 수 없는 시대라는 전 시인은 먹고 살기 위해 시를 쓰지 않는다. 때로는 거미가 거미줄 치듯 시가 쉽게 나오기도 하고, 숨이 막히도록 쓰지 못할 때도 있다. 시가 나오지 않으면 그저 기다린다. 공감하고 소통하는 사회를 꿈꾸며 오늘도 시를 쓴다.
2017년 1월 (사)문학사랑으로 등단했다. 2017년 문학사랑 신인 작품상(아스팔트 위에서 외 4편)과 충청예술 초대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문학사랑 회원이자 캐나다 한국문인협회 이사, 밴쿠버 중앙일보 명예기자이다. 시집 <밴쿠버 연가>(오늘문학사 2018년 3월)를 냈고, 계간 문학사랑 봄호(2017년)에 시 ‘아는 만큼’ 외 4편을 게재했다.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밴쿠버 중앙일보에 <전재민의 밴쿠버 사는 이야기>를 연재했고, 밴쿠버 교육신문에 ‘시인이 보는 세상’을 기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