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부처님 오신 날 목 놓아 통곡하며
[전문] 부처님 오신 날 목 놓아 통곡하며
  • 서현욱
  • 승인 2012.05.2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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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 목 놓아 통곡하며

우러러 고하옵나이다. 제불보살과 역대 조사이시여, 세존께서 영산회상에서 염화(拈花)하시니 가섭존자가 미소(微笑)하심으로부터 이심전심(以心傳心)하신 정법안장(正法眼藏)이 역대전등(歷代傳燈)하여 오늘의 조계종이 되었습니다.
세존이 아니시면 염화가 염화 아니시며, 가섭이 아니시면 미소가 미소 아니옵니다. 염화와 미소가 아니면 정법이 아닙니다. 정법이 없는 세상을 말세(末世)라 일렀습니다. 세존이시여, 사마(邪魔)는 날로 치성하며 정법은 시시(時時)로 파괴되는 이 말세를 당하여 제자 등이 어찌 참회의 혈루(血淚)를 뿌리지 아니하오며, 어찌 용맹의 본분사(本分事)를 반성하지 아니하오리까.

오직 원하옵건대, 대자대비의 삼보께옵서는 자비를 드리워 제자 등의 작은 외침을 들어주소서. 견성오도(見性悟道), 광도중생(廣度衆生)의 홍원(弘願)을 본받아 머리 숙여 발원하오니 호념(護念)의 가피를 내리시어, 염화미소의 정법이 천하총림(天下叢林)에 다시 살아나게 하시고, 요익중생(饒益衆生)의 자비가 온우주의 생명들을 거듭 적시게 하시옵소서.

아! 우리의 종(宗)은 망했는가. 정녕 조계의 깃발은 찢어지고 말았는가. 생사를 해탈하여 일체 중생을 제도하고자 부모형제를 떠나 출가의 본지(本志)를 서원하였건만, 오늘 우리의 일탈(逸脫)은 스스로 사자충의 역할을 자초하고 있다. 부처님 오신 날에 목 놓아 통곡하며 참회의 피눈물을 흘린다. 어둠과 밝음이 교차하는 시간에 첫울음을 터뜨리는 머슴새의 깨어있음으로, 간밤에 어질러놓은 자리를 묵묵히 청소하는 미화원의 묵묵함으로 오늘 이 조계의 종치(宗恥)를 온 몸으로 발로(發露)하고자 한다.

서산대사는 말하기를, “차라리 영겁토록 생사에 윤회하더라도 모든 성인의 해탈을 구하지 않는 것이 선가의 안목이요, 다른 사람의 허물을 보지 않고 항상 자신의 허물을 보는 것이 선가의 수족이다.” 라고 하였다.
나고 죽음이 본래 없는 불생불멸의 중도를 체득하여 일체 생명을 본래부처로 섬기는 상구보리, 하화중생이 출가 사문의 본분사요, 허물의 인과를 철저히 깨달아 허물을 돌이켜 바른 행을 닦는 것이 수행자의 행리(行履)이다.

“용과 뱀이 뒤섞여 있고, 성(聖)과 범(凡)이 동거하는 곳이 승단”이라는 고측(古則)에 기대어, 뱀을 돌이켜 용이 되게 하고, 범부를 바꾸어 성현이 되게 하는 것이 불법의 묘용(妙用)이라 변명한들, 오늘 이 후안무치의 작태는 불교라는 울타리와 무관하게 온 나라 사람들의 심기를 어지럽힌 과보를 떨쳐낼 수 없게 되었다.
유마의 침묵이 불이(不二)의 법문(法門)이 되고, 달마의 면벽이 안심(安心)의 종지(宗旨)가 되었음을 알고 있으며, 천자의 자리 권함에 귀를 씻은 허유와 귀 씻은 물을 소에게 먹이지 않은 소부의 기개를 어찌 모르리오만은, 어둠이 밀려오는 어지렁 날에 횃불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으며, 천둥번개가 치는 굳은 날에 우산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심정으로 말법을 온몸으로 부딪치며 소리 내어 외치고자 한다. 고인은 경계하기를 “눈밭을 걸어가는 수행자여, 발걸음을 함부로 옮기지 말라. 오늘 나의 행적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된다.”라고 하였다. 이 작은 자성의 외침은 천하의 눈 밝은 사람들의 비웃음을 조금이나마 면하고자 함이며, 오직 부처님을 믿고 승가를 따른 죄로 지금 망연자실, 비분강개하고 있는 백의단월(白衣檀越)을 위로하고자 함이다.

부처님은『유행경』에서 비구들을 향해 “믿음을 가질 것, 스스로 부끄러워 할 줄 알 것, 남에게 부끄러워할 줄을 알 것, 더러움이 없는 깨끗한 행(行)을 갖출 것” 등의 칠법(七法)을 설하여 정법구주(正法久住)를 부촉하였다. 그러나 오늘 우리 조계의 후학들은 부처님의 유지를 저버리고 세속의 오욕을 탐닉하여 거룩한 출가정신을 훼손하고 신심있는 불자의 귀의를 욕되게 하여 정법의 당간을 무너뜨리는 무간(無間)의 업보를 연출하고 있다.

현 종단의 집행부는 취임 초기부터 지금까지 시종일관 ‘자성과 쇄신’을 외쳐왔다. 그러나 누가 자성을 해야 할 주체이며, 누구를 향한 쇄신의 강요인가.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수행과 교화에 임하고 있는 일반 종도들은 알고 있다. 닭벼슬보다 못한 권력과 불조가 고구정녕 경계한 명리에 오염되어 자신이 지금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도 자각치 못하고 비불교적이며, 비승가적이며, 비도덕적인 아수라행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부류들이 총무원을 중심으로 한 지도층에 속해있다는 사실을 명명백백하게 알고 있다.

지금 근역의 도처에 들리느니 비난이요, 탄식이다. 인구에 회자되는 도박, 술집, 성매매, 폭로, 조폭 등 세속에서조차 언급하기 난감한 말이 조계종의 핵심부를 향한 사회적 비난에 동원되고 있다. 정녕 모든 방송 매체에서 연일 보도되는 목불인견의 화면과 천지사방에서 들려오는 한숨 소리에 눈 감고, 귀 막고만 있을 것인가.

이제 구악(舊惡)을 청산할 때가 되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한계를 더 이상 수수방관 할 수 없다. 정화(淨化)의 참뜻을 살려내지 못하고 자행되어 온 무지와 폭력과 권모와 술수의 유산을 떨쳐내고 불조의 정법이 살아 숨쉬고, 수행과 자비의 가풍이 진작되는 조계의 풍토를 새롭게 열어가야 할 전화위복의 시절인연을 만들어 가야 할 때가 도래하였다.

살을 도려내는 아픔 속에 새 시대를 열기 위한 몸부림의 첫 단초로 총무원장은 현금의 모든 책임을 통감하며 즉각적으로 퇴진하여야 한다. 그러나 만에 하나 혼란을 빙자한 정권적 이용과 종권적 해법을 도모하려는 일체의 음모를 차단하고, 94년과 97년의 혼돈의 재연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자승 원장은 불조와 종도들에 대한 마지막 참회와 봉사의 기회로 건전한 사부대중들에게 그 임무와 책임을 순조롭게 넘겨주는 소임에 충실하고 그나마 명예롭게 퇴진하기를 권고한다.

그 옛날 왜구의 침탈에 맞서 “이판(理判)은 가부좌를 풀고, 사판(事判)은 붓과 호미를 던지고 총궐기하여 도탄에 빠진 국가와 백성 그리고 정법의 도량을 호지하라.”는 서산대사의 소위 ‘이판사판’의 결연한 의지로 다음 몇 가지를 호소한다.

— 다음 —

하나. 자승 총무원장은 즉각적으로 사퇴하여야 하나 미증유의 종단 혼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바로 수임기구를 설치하여 조속히 종단을 정상화하고 퇴진하여야 한다.

하나. 자성 총무원장이 진정으로 ‘자성과 쇄신’을 추진하고자 하였다면 최우선적으로 자신부터 실천하여야 한다. 그 첫째가 위의 사실을 종도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혀야 하며, 둘째가 자신의 이권과 관련된 ‘연주암’을 즉각 포기해야 한다.

하나. 자승 총무원장은 수임기구를 통해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일체의 논란과 의혹을 명백히 밝히고 율장과 종법에 의거하여 처리해야 한다.

하나. 자승 총무원장은 수임기구를 통해 사찰재정 공개 및 사찰운영위원회 활성화를 통해 실질적으로 사부대중에 의한 사찰운영이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하여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근원적으로 방지하여야 한다.

하나. 자승 총무원장뿐 아니라 연일 인면수심의 폭로를 일삼는 훼불 행위자들은, 자신들의 이권에 대한 집착으로 종단이 절체절명의 벼랑으로 추락하고 있음을 참회하고, 더 이상의 망동을 삼갈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

조계종의 미래를 걱정하며 참회하는 사문

수경(전 화계사 주지)
연관(봉암사 선덕)
영진(백담사 무금선원 유나)
현진(전 봉암사 선원 입승)
원타(봉암사 주지)
함현(전 봉암사 주지)
철산(문경 대승사 선원장 및 주지)
월암(문경 한산사 용성선원장)
혜안(선원 수좌)
성종(선원 수좌)
(법랍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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