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본위화폐] 5.협상의 예절, 똥은 신뢰할 수 있는 자원
[똥본위화폐] 5.협상의 예절, 똥은 신뢰할 수 있는 자원
  • 조재원/울산과기원 교수
  • 승인 2021.04.26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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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과학기술원에 설치된 과일집.



#협상의 예절

코로나바이러스, 메르스 사태 등의 사태가 발생하면 사람들과 만났을 대 악수하는 것이 께름직하다. 합의 하에 악수를 않기도 하고, 심지어 악수한 후 바로 손세정제로 손을 소독해도 조금 불쾌하기는 어쩔 수 없이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누군가를 만나 악수하기 전에 만나는 사람에게 손을 소독했는지 물을 수는 없다. 요구할 수도 없다. 그렇게 하면 만남 자체, 협상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만나서 어떤 일을 도모하려면 그 사람 손의 위생 상태를 받아들이고 그 사람을 믿어야 한다. 서슴없이 손을 잡고 그 사람을 신뢰해야한다. 그것이 함께 일을 도모하는 자세의 출발이다. 즉, 매너, 예절이다.

우리는 매순간 손을 씻는다. 하루에 몇 번씩 세수한다. 가끔씩 장을 세척하기도 한다. 계절마다 소독제를 마을 전체에 뿌리고 다니기도 한다. 수돗물은 반드시 염소 소독해야 하는 것이 법을 지키는 것이다.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손님이 이용한 탁자를 소독제 뿌리고 닦는 것이 위생적인 깔끔한 환경유지 방법이다. 미생물을 99.9% 살균한 물을 마시고, 고기는 익혀먹고 채소도 채소용 세제로 세척한 후에 먹는다. 도시 속 사람들의 생활은 마치 미생물인 균과의 전쟁처럼 보인다. 모든 것을 소독해야 우리는 직성이 풀린다. 먹는 물과 음식, 사용하는 생활용품, 그리고, 최근에는 숨 쉬는 공기도 미생물과 미세먼지를 여과하는 필터를 이용한 공기청정기를 통해 이용한다. 공기청정기도 미생물 균을 걸러 내어 접촉을 피한다는 의미에서 일종의 소독이다. 인류가 세균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소독을 통한 위생이 큰 역할을 했으니 지금 우리들의 소독문화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똥은 인간의 소독을 피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상이다. 미생물을 죽이는 소독이 아닌 미생물을 이용하여 처리하는 방법을 똥에 대해서만큼은 선택하였다. 세상에서 지어져 가동되고 있는 거의 모든 하수처리장은 미생물 분해방식을 이용한다. 똥도 소독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듯 하지만 그 많은 똥을 소독하기도 힘들고 소독하고 남은 것을 처리하기도 쉽지 않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똥만큼은 소독하지 않고 미생물에 의존하고 있다. 온갖 독한 소독을 피해세상, 특히 도시 속 미생물들은 똥으로 다 몰려오는 형국이다. 똥은 이제 도시 속 미생물 피난처가 되었다.

“똥은 도시 속 미생물 피난처”

다양한 미생물들을 만나고 싶으면 우리는 똥과 만나야 한다. 소독을 피한 대신 똥은 인간이 만든 시스템 속에서 철저하게 관리된다. 수세식화장실만이 오직 똥을 시스템 속으로 받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았다. 도시를 관통하는 하수관을 거쳐 하수처리장에 다른 모든 오물들과 함께 도착한다. 예전에는 똥만을 처리하는 분뇨처리장이 있었지만 요즘은 모든 오물, 하수들과 함께 똥을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수처리장은 미생물 반응을 이용하여 똥과 하수를 처리하고 정화된 물을 강과 바다로 방류한다. 일부 하수처리장에서는 강과 바다로 방류하기 전에 소독하기도 한다. 똥과 온갖 종류의 오물들을 먹은 하수처리장 미생물들은 엄청나게 불어나는데 이를 모아탈수기에서 짜는데, 미생물 덩어리로부터 물을 뽑아내어 부피를 줄여야하기 때문이다. 물과 분리된 미생물 덩어리는 대개 매립장으로 옮겨진다. 일부 하수처리장에서는 미생물 덩어리를 태우기도 한다. 이 과정들이 우리가 만든 위생이라는 이름의 하수처리시스템이다.

미생물은 소독으로 죽고, 소독을 피해 피신해 온 하수처리장에서는 일한 후 매립장에 옮겨지는데, 마치 사람에 의해 죽고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존재처럼 보인다. 그런데 사람들은 참 변덕스럽다. 그들의 음식을 만들 때 필요해지면 이번에는 미생물을 초대한다. 보통 때는 미생물을 소독하고 죽이면서 자신들의 먹는 음식을 만드는데 도움을 달라고 한다. 발효과정이다. 된장과 술을 만드는 과정이다. 앞에서 소개했듯이 동물들의 대장 안에서 똥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발효이다. 사람들은 이렇듯 필요하면 취하고 이용한 다음에는 소독을 통해 미생물을 없애고 싶어 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서 좋은 미생물, 나쁜 미생물이라고 이름 붙인다.



똥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다. 수세식변기로 내려 버리지 않고, 똥, 오줌을 분리하면 에너지와 퇴비를 만들 수 있다. 똥은 혐기성 미생물 소화조로 보내 메탄 바이오에너지 생산에 활용하고, 부산물인 이산화탄소로는 미세조류를 키워 청정 바이오디젤을 생산할 수 있다. 바이오에너지 생산후 남은 똥은 호기성 과정을 거쳐 퇴비가 된다. 분리된 오줌은 토양산화를 막는 액비가 되며 한정된 자원인 "인"의 공급처가 된다. 똥, 오줌이 포함되지 않은 생활하수는 상대적으로 수질이 양호해서, 하수처리장이 아닌 처리형 인공습지로도 충분히 처리가 가능해진다.



“편의에 따라 좋은 미생물, 나쁜 미생물”

사람들에게 지식과 기술이 있다면 미생물에게는 적응력과 생존력이 무기이다. 미생물은 어떻게든 살아남는다. 죽으면 옆의 동료 미생물이 생명을 이어간다. 분 단위로 다음 세대가 이어지므로 진화의 속도가 인간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이다. 미생물의 DNA는 엄청난 속도로 진화과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소독에 의해 쉽게 죽지만 미생물은 옆 동료, 다음 세대에게 자신들이 당한 소독의 정보를 보낸다. 미생물들이 DNA 정보를 서로 교환한다는 것은 여러 과학논문을 통해 발표되어 이제는 상식수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생물은 적응하기도 하고 죽더라도 다음 세대를 통해 다른 생존의 길을 찾을 수 있다. 만약 나쁜 미생물을 발견하여 죽이려면 정말 완벽하게 죽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미생물은 진화과정을 통해 훨씬 강하고 무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돌아온다. 공포의 반전을 그들은 지금도 인간을 향해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협상하려면 미생물이 가장 모인 곳 똥으로 가야”

미생물은 소독에 약하다. 맥없이 소독에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 이것은 반대로 너무나 독한 소독을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독한 소독은 미생물을 화나게 하고 그들은 괴물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다. 적당한 소독을 통해 사람들에게 해를 주는 미생물만 없애고 적당한 수의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어차피 완벽한 소독은 불가능하고 미생물 없는 세상에서는 인간도 살 수 없다면 접점을 찾아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미생물과 소통해야한다. 협상해야 한다. 소통하고 협상하려면 미생물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에 가야하고 그 곳이 똥인 것이다. 똥은 사람과 생태계가 만나는 경계지점이고 협상 파트너인 셈이다. 협상 후 악수 나눈 손을 씻고 소독할 수는 있으나 협상파트너를 소독해서 죽여서는 협상할 수 없다. 최소한의 매너, 예절을 비록 미생물이라 하더라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울산과학기술원의 과일집은 2020 울산광역시 건축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똥은 신뢰할 수 있는 자원

과학기술을 이용하면 똥을 바이오에너지인 메탄을, 생태적인 방법으로 퇴비를 만들 수 있다. 관련 기술은 이미 충분하다. 햇빛, 바람, 똥 모두 에너지원이다. 햇빛과 바람은 에너지원으로 이용하지 않아도 그곳에 자연스럽게 있을 수 있지만 똥은 이용하지 않으려면 치워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위생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한다. 똥에 대해서 우리는 에너지원 또는 위생처리 대상인 쓰레기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만 한다. 선택만 한다면, 햇빛과 바람처럼 똥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이다. 매일 일정량을 거의 예외 없이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햇빛과 바람보다 오히려 더 신뢰할 수 있는 자원이 된다.

“똥, 지속 가능한 예너지원”

이렇게 안정된 공급이 보장된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있는데 왜 우리는 이를 활용하지 않는 것일까? 유가변동, 국제정세 등에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우리에게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있음에도 우리는 활용하지 않는다. 수세식화장실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서 가능하면 멀리 씻어 내버리고 하수처리장에서 에너지와 화학약품을 써 가면서 처리한 후 강과 바다로 방류한다. 하수처리장에서 고도의 기술을 이용하여 똥을 처리하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오염물질은 강과 바다를 오염시킨다. 신뢰할 수 있는 옵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수세식화장실과 하수처리장이 유일한 선택이고 다른 대안은 없다고 생각한다.

높은 빌딩, 아파트에서 똥은 폭포처럼 흘러내리고 있다. 도시의 거의 모든 도로 아래에는 똥이 흘러가는 하수관이 있고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거대한 하수처리장이 위치해 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보기 싫은 똥이 보이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다. 돈을 지불할 테니 보이지 않게 처리해 달라고 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에게 투시력이 있어 빌딩 속, 도로 아래 흐르는 똥을 볼 수 있다면 견디기 힘든 모습일 것이다. 길을 가다 하수구 속에서 올라오는 하수와 똥, 오줌 냄새를 우리는 당연하게 여기고 익숙한 표정으로 피해 돌아가곤 한다. 온갖 깔끔을 떨며 위생을 외치고 살지만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도시 속 우리들의 삶 속에서 똥의 흐름과 함께 사는 모습이 엄연한 현실이다.



과학이 일상이 되는 집, 사이언스 월든 과일집 개요.



울산과기원 ‘과일집’ 똥 에너지원 체험…“용기·확신 모이면 변화할 것”

어쩌면 우리는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다른 것을 받아들일 용기가 부족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보지 않아서, 굳이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가 없어서, 경제성은 있는지 의심이 가기 때문에 등의 이유로 변화를 귀찮아하고 두려워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정된 기술들이 있다. 마음 한번 바꾸고 용기 한번 내어 바꿀 수 있는 것이 정말 많다면 이제 그 변화를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비록 아직은 작은 시도지만 울산과학기술원에는 ‘과일집’(과학이 일상으로 들어오는 집)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누구나 예약하고 몇 일간 머물면서 새로운 세상을 체험해 볼 수 있다. ‘과일집’ 화장실에서 똥을 누면 그 똥은 ‘과일집’의 연구실에 있는 미생물소화조로 순식간에 이동한다. 혐기성 미생물 소화조에서는 ‘과일집’ 화장실이 제공하는 똥을 이용하여 메탄가스를 생산한다. 메탄가스는 ‘과일집’ 부엌에서 요리에 이용되기도 하고 보일러를 가동하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또 ‘과일집’에는 연료전기 발전시설이 있어 메탄을 이용하여 전기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30일 이후 소화조에서 충분히 소화된 똥은 퇴비시설로 이동하여 퇴비가 되고 이 퇴비는 ‘과일집’ 주변 텃밭에 뿌려진다. 텃밭에서 자란 채소를 ‘과일집’에 머무는 방문객은 샐러드로 만들어 아침을 먹을 수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런 삶과 도시시스템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체험해서 알게 되면 용기와 확신이 생긴다. 그런 용기와 확신이 모이면 변화는 시작된다. ‘과일집’에서 똥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원인지, 그리고, 지금 우리는 멀리해 왔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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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과학기술원에 설치된 과일집.

#협상의 예절

코로나바이러스, 메르스 사태 등의 사태가 발생하면 사람들과 만났을 대 악수하는 것이 께름직하다. 합의 하에 악수를 않기도 하고, 심지어 악수한 후 바로 손세정제로 손을 소독해도 조금 불쾌하기는 어쩔 수 없이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누군가를 만나 악수하기 전에 만나는 사람에게 손을 소독했는지 물을 수는 없다. 요구할 수도 없다. 그렇게 하면 만남 자체, 협상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만나서 어떤 일을 도모하려면 그 사람 손의 위생 상태를 받아들이고 그 사람을 믿어야 한다. 서슴없이 손을 잡고 그 사람을 신뢰해야한다. 그것이 함께 일을 도모하는 자세의 출발이다. 즉, 매너, 예절이다.

우리는 매순간 손을 씻는다. 하루에 몇 번씩 세수한다. 가끔씩 장을 세척하기도 한다. 계절마다 소독제를 마을 전체에 뿌리고 다니기도 한다. 수돗물은 반드시 염소 소독해야 하는 것이 법을 지키는 것이다.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손님이 이용한 탁자를 소독제 뿌리고 닦는 것이 위생적인 깔끔한 환경유지 방법이다. 미생물을 99.9% 살균한 물을 마시고, 고기는 익혀먹고 채소도 채소용 세제로 세척한 후에 먹는다. 도시 속 사람들의 생활은 마치 미생물인 균과의 전쟁처럼 보인다. 모든 것을 소독해야 우리는 직성이 풀린다. 먹는 물과 음식, 사용하는 생활용품, 그리고, 최근에는 숨 쉬는 공기도 미생물과 미세먼지를 여과하는 필터를 이용한 공기청정기를 통해 이용한다. 공기청정기도 미생물 균을 걸러 내어 접촉을 피한다는 의미에서 일종의 소독이다. 인류가 세균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소독을 통한 위생이 큰 역할을 했으니 지금 우리들의 소독문화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똥은 인간의 소독을 피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상이다. 미생물을 죽이는 소독이 아닌 미생물을 이용하여 처리하는 방법을 똥에 대해서만큼은 선택하였다. 세상에서 지어져 가동되고 있는 거의 모든 하수처리장은 미생물 분해방식을 이용한다. 똥도 소독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듯 하지만 그 많은 똥을 소독하기도 힘들고 소독하고 남은 것을 처리하기도 쉽지 않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똥만큼은 소독하지 않고 미생물에 의존하고 있다. 온갖 독한 소독을 피해세상, 특히 도시 속 미생물들은 똥으로 다 몰려오는 형국이다. 똥은 이제 도시 속 미생물 피난처가 되었다.

“똥은 도시 속 미생물 피난처”

다양한 미생물들을 만나고 싶으면 우리는 똥과 만나야 한다. 소독을 피한 대신 똥은 인간이 만든 시스템 속에서 철저하게 관리된다. 수세식화장실만이 오직 똥을 시스템 속으로 받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았다. 도시를 관통하는 하수관을 거쳐 하수처리장에 다른 모든 오물들과 함께 도착한다. 예전에는 똥만을 처리하는 분뇨처리장이 있었지만 요즘은 모든 오물, 하수들과 함께 똥을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수처리장은 미생물 반응을 이용하여 똥과 하수를 처리하고 정화된 물을 강과 바다로 방류한다. 일부 하수처리장에서는 강과 바다로 방류하기 전에 소독하기도 한다. 똥과 온갖 종류의 오물들을 먹은 하수처리장 미생물들은 엄청나게 불어나는데 이를 모아탈수기에서 짜는데, 미생물 덩어리로부터 물을 뽑아내어 부피를 줄여야하기 때문이다. 물과 분리된 미생물 덩어리는 대개 매립장으로 옮겨진다. 일부 하수처리장에서는 미생물 덩어리를 태우기도 한다. 이 과정들이 우리가 만든 위생이라는 이름의 하수처리시스템이다.

미생물은 소독으로 죽고, 소독을 피해 피신해 온 하수처리장에서는 일한 후 매립장에 옮겨지는데, 마치 사람에 의해 죽고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존재처럼 보인다. 그런데 사람들은 참 변덕스럽다. 그들의 음식을 만들 때 필요해지면 이번에는 미생물을 초대한다. 보통 때는 미생물을 소독하고 죽이면서 자신들의 먹는 음식을 만드는데 도움을 달라고 한다. 발효과정이다. 된장과 술을 만드는 과정이다. 앞에서 소개했듯이 동물들의 대장 안에서 똥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발효이다. 사람들은 이렇듯 필요하면 취하고 이용한 다음에는 소독을 통해 미생물을 없애고 싶어 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서 좋은 미생물, 나쁜 미생물이라고 이름 붙인다.

똥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다. 수세식변기로 내려 버리지 않고, 똥, 오줌을 분리하면 에너지와 퇴비를 만들 수 있다. 똥은 혐기성 미생물 소화조로 보내 메탄 바이오에너지 생산에 활용하고, 부산물인 이산화탄소로는 미세조류를 키워 청정 바이오디젤을 생산할 수 있다. 바이오에너지 생산후 남은 똥은 호기성 과정을 거쳐 퇴비가 된다. 분리된 오줌은 토양산화를 막는 액비가 되며 한정된 자원인 "인"의 공급처가 된다. 똥, 오줌이 포함되지 않은 생활하수는 상대적으로 수질이 양호해서, 하수처리장이 아닌 처리형 인공습지로도 충분히 처리가 가능해진다.
똥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다. 수세식변기로 내려 버리지 않고, 똥, 오줌을 분리하면 에너지와 퇴비를 만들 수 있다. 똥은 혐기성 미생물 소화조로 보내 메탄 바이오에너지 생산에 활용하고, 부산물인 이산화탄소로는 미세조류를 키워 청정 바이오디젤을 생산할 수 있다. 바이오에너지 생산후 남은 똥은 호기성 과정을 거쳐 퇴비가 된다. 분리된 오줌은 토양산화를 막는 액비가 되며 한정된 자원인 "인"의 공급처가 된다. 똥, 오줌이 포함되지 않은 생활하수는 상대적으로 수질이 양호해서, 하수처리장이 아닌 처리형 인공습지로도 충분히 처리가 가능해진다.

“편의에 따라 좋은 미생물, 나쁜 미생물”

사람들에게 지식과 기술이 있다면 미생물에게는 적응력과 생존력이 무기이다. 미생물은 어떻게든 살아남는다. 죽으면 옆의 동료 미생물이 생명을 이어간다. 분 단위로 다음 세대가 이어지므로 진화의 속도가 인간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이다. 미생물의 DNA는 엄청난 속도로 진화과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소독에 의해 쉽게 죽지만 미생물은 옆 동료, 다음 세대에게 자신들이 당한 소독의 정보를 보낸다. 미생물들이 DNA 정보를 서로 교환한다는 것은 여러 과학논문을 통해 발표되어 이제는 상식수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생물은 적응하기도 하고 죽더라도 다음 세대를 통해 다른 생존의 길을 찾을 수 있다. 만약 나쁜 미생물을 발견하여 죽이려면 정말 완벽하게 죽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미생물은 진화과정을 통해 훨씬 강하고 무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돌아온다. 공포의 반전을 그들은 지금도 인간을 향해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협상하려면 미생물이 가장 모인 곳 똥으로 가야”

미생물은 소독에 약하다. 맥없이 소독에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 이것은 반대로 너무나 독한 소독을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독한 소독은 미생물을 화나게 하고 그들은 괴물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다. 적당한 소독을 통해 사람들에게 해를 주는 미생물만 없애고 적당한 수의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어차피 완벽한 소독은 불가능하고 미생물 없는 세상에서는 인간도 살 수 없다면 접점을 찾아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미생물과 소통해야한다. 협상해야 한다. 소통하고 협상하려면 미생물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에 가야하고 그 곳이 똥인 것이다. 똥은 사람과 생태계가 만나는 경계지점이고 협상 파트너인 셈이다. 협상 후 악수 나눈 손을 씻고 소독할 수는 있으나 협상파트너를 소독해서 죽여서는 협상할 수 없다. 최소한의 매너, 예절을 비록 미생물이라 하더라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울산과학기술원의 과일집은 2020 울산광역시 건축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울산과학기술원의 과일집은 2020 울산광역시 건축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똥은 신뢰할 수 있는 자원

과학기술을 이용하면 똥을 바이오에너지인 메탄을, 생태적인 방법으로 퇴비를 만들 수 있다. 관련 기술은 이미 충분하다. 햇빛, 바람, 똥 모두 에너지원이다. 햇빛과 바람은 에너지원으로 이용하지 않아도 그곳에 자연스럽게 있을 수 있지만 똥은 이용하지 않으려면 치워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위생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한다. 똥에 대해서 우리는 에너지원 또는 위생처리 대상인 쓰레기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만 한다. 선택만 한다면, 햇빛과 바람처럼 똥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이다. 매일 일정량을 거의 예외 없이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햇빛과 바람보다 오히려 더 신뢰할 수 있는 자원이 된다.

“똥, 지속 가능한 예너지원”

이렇게 안정된 공급이 보장된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있는데 왜 우리는 이를 활용하지 않는 것일까? 유가변동, 국제정세 등에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우리에게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있음에도 우리는 활용하지 않는다. 수세식화장실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서 가능하면 멀리 씻어 내버리고 하수처리장에서 에너지와 화학약품을 써 가면서 처리한 후 강과 바다로 방류한다. 하수처리장에서 고도의 기술을 이용하여 똥을 처리하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오염물질은 강과 바다를 오염시킨다. 신뢰할 수 있는 옵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수세식화장실과 하수처리장이 유일한 선택이고 다른 대안은 없다고 생각한다.

높은 빌딩, 아파트에서 똥은 폭포처럼 흘러내리고 있다. 도시의 거의 모든 도로 아래에는 똥이 흘러가는 하수관이 있고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거대한 하수처리장이 위치해 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보기 싫은 똥이 보이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다. 돈을 지불할 테니 보이지 않게 처리해 달라고 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에게 투시력이 있어 빌딩 속, 도로 아래 흐르는 똥을 볼 수 있다면 견디기 힘든 모습일 것이다. 길을 가다 하수구 속에서 올라오는 하수와 똥, 오줌 냄새를 우리는 당연하게 여기고 익숙한 표정으로 피해 돌아가곤 한다. 온갖 깔끔을 떨며 위생을 외치고 살지만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도시 속 우리들의 삶 속에서 똥의 흐름과 함께 사는 모습이 엄연한 현실이다.

과학이 일상이 되는 집, 사이언스 월든 과일집 개요.

울산과기원 ‘과일집’ 똥 에너지원 체험…“용기·확신 모이면 변화할 것”

어쩌면 우리는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다른 것을 받아들일 용기가 부족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보지 않아서, 굳이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가 없어서, 경제성은 있는지 의심이 가기 때문에 등의 이유로 변화를 귀찮아하고 두려워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정된 기술들이 있다. 마음 한번 바꾸고 용기 한번 내어 바꿀 수 있는 것이 정말 많다면 이제 그 변화를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비록 아직은 작은 시도지만 울산과학기술원에는 ‘과일집’(과학이 일상으로 들어오는 집)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누구나 예약하고 몇 일간 머물면서 새로운 세상을 체험해 볼 수 있다. ‘과일집’ 화장실에서 똥을 누면 그 똥은 ‘과일집’의 연구실에 있는 미생물소화조로 순식간에 이동한다. 혐기성 미생물 소화조에서는 ‘과일집’ 화장실이 제공하는 똥을 이용하여 메탄가스를 생산한다. 메탄가스는 ‘과일집’ 부엌에서 요리에 이용되기도 하고 보일러를 가동하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또 ‘과일집’에는 연료전기 발전시설이 있어 메탄을 이용하여 전기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30일 이후 소화조에서 충분히 소화된 똥은 퇴비시설로 이동하여 퇴비가 되고 이 퇴비는 ‘과일집’ 주변 텃밭에 뿌려진다. 텃밭에서 자란 채소를 ‘과일집’에 머무는 방문객은 샐러드로 만들어 아침을 먹을 수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런 삶과 도시시스템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체험해서 알게 되면 용기와 확신이 생긴다. 그런 용기와 확신이 모이면 변화는 시작된다. ‘과일집’에서 똥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원인지, 그리고, 지금 우리는 멀리해 왔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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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원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법명은 원광(圓光).
과학예술융합 연구센터 사이언스월든 센터장을 2015년 이후 맡고 있다. 2016년, 2017년 씽크탱크 Edge 재단에 ‘똥본위화폐’, ‘중용의 비움’ 에세이를 발표했다.
통일부 (사)북한물문제연구회 창립멤버로서 북한주민이 겪고 있는 물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또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물이 부족하고 수질이 나쁜 작은 마을에 전기없이도 안전한 물을 생산할 수 있는 ‘옹달샘’ 정수기 공급프로젝트를 2006년 이후 진행하고 있다.
저술로는 <이것은 변기가 아닙니다>(2021년, 개마고원)과 <금간 거울 산산조각 내기>(2020년, 파티)가 있다.사이언스월든 센터 웹: ScienceWalde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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