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해인사정상화추진위원회(공동의장 원학·여연 스님 등, 이하 추진위)는 19일 오후 성명서를 발표하며 즉각 반발했다. 차기 주지로 선해 스님을 추천한 것은 선각 스님의 오만함에서 비롯됐다고 주장이다. 하지만 방장 스님에게 총림 주지의 추천권이 있는 현행법에서 추진위원회가 방장의 권위에 도전하는 모양새여서 관심이 모아진다.
추진위는 ‘해인사가 사설사암이며, 선각스님이 창건주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총림 방장 스님이 선해 스님을 차기 주지로 추천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 “방장 스님이 통보식 말씀을 했는데 이는 요식행위일 뿐”이라며 “선해 스님의 차기 주지 추천은 선각 스님이 지명한 인선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추진위는 이 같은 주장하며, ‘선각 스님은 걸망을 메고 즉시 해인사 산문을 떠나라’고 주장했다. 또 차기 주지로 품신된 선해 스님에 대해서는 “선해 스님은 선각 스님의 꼭두각시 노릇을 즉시 중지하고 주지 후보를 사퇴하고 자숙하라”고 요구했다.
방장 법전 대종사가 추천한 선해 스님의 주지 품신을 부정한 ‘해인사정상화추진위’는 선해 스님의 사퇴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물리적 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하면서 해인총림이 다시 한 번 폭풍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추진위는 성명서를 통해 “이제 해인사 대중은 총궐기 하자”면서 “그동안 해인사의 크나큰 법은을 입은 해인사 각 문중 스님, 재적승 그리고 동문들은 해인사를 방문하여 해인사와 종단을 농단하는 선각 스님을 응징하자”고 밝혀 물리적 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추진위는 “더 이상 방장 스님을 욕보이지 말라”면서 “해인사를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이제 접기 바란다. 대리 주지. 허수아비 주지로 선해 스님을 내세워 지금까지 해왔던 납골위패사업을 계속하겠다는 꿈도 깨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추진위는 그동안 선각 스님이 주지를 계속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해인사 정상화’의 조건으로 주장해 왔다. 납골, 위패, 천도재 등 각종 사업 과정에서 약 180억 원 채무를 발생시키고, 이를 통해 법보종찰의 위상을 추락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선각 스님의 주지 품신을 총무원이 반려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총무원은 이미 같은 사안으로 ‘문서견책’을 받은 선각 스님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법리적 검토를 이유로 품신을 이월시킨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방장 법전 대종사에게 누를 끼치지 않고 부담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판단한 선각 스님이 스스로 주지 품진을 철회하겠다고 밝혔고, 이어 방장 법전 대종사는 18일 반결재 포살법문에 앞서 차기 주지를 선해 스님으로 추천한다고 선언했다. 선각 스님의 주지 품신 철회는 자신과 관련된 각종 사안이 산적했음에도 큰 결단을 내린 것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선각 스님은 19일 <불교닷컴>과의 통화에서 “내 자신의 결격사유 여부를 떠나 논란이 일고 있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면서 “스스로 철회하는 게 종단의 쇄신에도 도움이 되고, 산중과 종단의 안정을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종 종헌종법에서는 총림 주지의 추천권을 방장이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장의 추천으로 품신된 주지후보자에 대해 총무원은 결격사유가 없는 한 임명해야 한다. 영축총림 통도사는 지난해 4월 산중총회와 총림 대중들의 뜻을 무시한 방장 원명 스님의 원산 스님 주지 품신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특히 통도사 대중들은 ‘산중회의’까지 결성해 총무원에 ‘방장 스님의 일방소통’으로 대중공의가 무시되면서 총림의 안정과 화합을 해쳐왔다는 등의 주장을 벌였지만, 결국 조계종 총무원은 현행법에 따라 방장 스님이 추천한 원산 스님을 주지로 임명했었다.
해인총림 역시 방장 스님이 행사한 추천권에 의해 품신된 선해 스님의 주지 임명에 대해 ‘해인사정상화추진위원회’가 대중들의 뜻을 모아 반발하는 모양새지만, 현행법은 총림의 주지는 방장 스님의 추천권이 무소불위의 힘을 갖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추진위원회가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자칫 물리적 충돌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 해인총림 주지 품신 역시 영축총림 주지 품신 때와 마찬가지로 방장 스님이 추천권을 발휘한 것이어서 총무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 지 관심이 모아진다.
해인총림의 주지 자리다툼으로 비화될 경우 ‘종단 쇄신’을 추진하고 있는 조계종이 다시 한 번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교구본사이자 총림인 사찰들의 주지 선출과 관련된 법규가 종헌과 총림법, 산중총회법 등에서 상이한 선출방식을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빚어진 문제여서 이에 대한 정비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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