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문학 상호성 근대문학에 구현한 첫 성과”
“종교와 문학 상호성 근대문학에 구현한 첫 성과”
  • 서현욱 기자
  • 승인 2021.06.10 16: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춘식 교수, 7일 선학원 만해 스님 77주기 추모학술제서
“만해 스님, 선학원서 ‘님의 침묵’ 발표…석주 스님이 서점 배포·수금”
“영적 신비적 해석 외치중해 ‘님의 다양한 해석 가능성 제한”
김춘식 동국대학교 교수는 7일 오후 2시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 만해홀에서 열린 만해학술제에서 ‘님’의 시적 표상과 타고르 - 1920년대 시의 언어와 한용운의 ‘님’을 주제발표했다.



“만해 스님의 ‘님의 침묵’은 ‘종교와 문학’의 상호성을 ‘근대문학’ 내부에서 최초로 구현해 낸 미학적 성과물이어서, 그 가치와 독창성은 문학사적 차원에서 소중한 것이다.”

김춘식 동국대학교 교수는 7일 오후 2시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 만해홀에서 열린 만해학술제에서 <‘님’의 시적 표상과 타고르 - 1920년대 시의 언어와 한용운의 ‘님’>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이 말했다. 만해 학술제는 재단법인 선학원(이사장 권한대행 지광 스님)의 설립조사 중 한 분인 만해 한용운(萬海 韓龍雲, 1879~1944) 스님의 삶과 사상을 재조명하고 추모사업의 일환으로 선학원과 한국불교선리연구원이 주최하는 행사이다. 올해 만해학술제는 ‘만해와 《님의 침묵》’을 주제로 열렸다.

"영적 신비적 해석에 치중해 '님'의 해석 다양성 제한"

김춘식 교수는 타고르의 시집 《원정(園丁)》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님의 침묵》의 가치를 재평가했다. 그는 “타고르의 ‘신성’ 중심적 사유와는 달리 만해 스님은 《님의 침묵》을 통해 타고르의 2인칭 대명사 ‘thou’와 구별되는 ‘님’을 표상화 함으로써 육체성, 인간성에 형이상학적인 가치를 부여한 새로운 ‘사랑’의 개념을 구현해 냈다.”고 보았다.

또 김 교수는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은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최초로 ‘몸’의 담론인 문학(연애)과 형이상학인 ‘종교적 신념’을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시집”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님’에 대한 해석을 부처, 조국, 연인의 세 가지 의미로 해석해 온 지금까지의 생각은 ‘님’의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지나치게 ‘알레고리적인 해석’에 한정해서 읽은 혐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의 이 같은 지적은 그동안 님의 침묵을 해석하면서 그리스도교에서 성서를 문자적 의미와 반대로 쓰이는 영적 의미나 신비적 의미로 출가자인 만해 스님이 쓴 님의 침묵을 종교와 국가 등을 대입해 해석하는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으로 보인다. 특히 알레고리적 해석은 성서 해석에 많이 사용되고 있어, 출가자인 만해 스님의 시를 서구 종교의 해석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은 만해 스님의 수행관과 불교적 가치를 배제한 해석에만 집중했다는 비평으로 읽힌다.

김 교수는 “‘날카로운 첫 키쓰의 추억’이라는 구절에서 보듯 ‘키쓰’의 감각과 ‘님’의 관계를 종교적인 ‘믿음’으로 연결시키는 《님의 침묵》의 화법은 ‘육체성’을 ‘정신성’으로 환기시키는 새로운 방식의 담론”이며, “《님의 침묵》은 육체, 일상적 체험, 현실과 정신, 형이상학, 종교적 믿음 사이의 차이나 경계를 무너뜨림으로써 ‘님’이 지닌 전통적 의미에 종교성과 형이상학적 상징을 덧보태고, 동시에 추상적 종교인 불교에 ‘구체성과 육체성’을 부여했다.”고 평가했다.

“‘님의 침묵’ 창작, 불교 근대화 일상화 방법 일환”

대문에 김 교수는 《님의 침묵》 창작 동기도 “1920년대 언론 탄압 내지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에 문학적으로 저항하기 위해서”라는 일반적인 해석에 긍정하면서도, “‘정치적 의도’ 이전에 ‘불교’ 근대화 방법의 일환, 혹은 ‘종교의 세속화, 일상화’라는 근대적 전망이나 추세에 대한 한용운의 예민한 포착의 결과가 《님의 침묵》의 창작으로 나타났다는 견해가 좀 더 적확한 것”이라고 보았다.

김 교수는 《님의 침묵》의 방법론적 특징도 “은유와 역설을 탁월하게 구사함으로써 현대시의 형식적 면모와 완결성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 시단의 형성기인 1920년대에 독창적인 은유와 역설을 시의 핵심적인 수사법으로 사용해 우리 시의 ‘언어 사용 기법’에 탁원한 발전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며, “1920년대 초기 시 대다수가 ‘과도한 감각성’에 치중돼 방향 없는 열정으로 치닫거나 직설적 토로에 사로잡혀 시의 기교, 언어의 감각화에 상대적으로 미숙했다면, 한용운의 《님의 침묵》은 이런 미숙성을 극복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시집”이라고 평가했다.



만해 학술제 모습.



“은유와 역설 구사 탁월…한글 중심 구어체 표현,
번역어 근대적 조어 사용 절제” 중요한 특징

김 교수는 《님의 침묵》의 시 문법, 문체, 구조 등도 “전통시가의 율격 체계와 상당히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며, “한자어가 아닌 한글 중심의 구어적 표현, 당대 유행하던 번역어나 근대적 조어 사용을 절제하고 있다는 점”을 중요한 특징으로 지적했다.

그는 또 “행과 연의 구분을 많이 활용하지는 않지만 ‘내재율’의 특징에 비추어보면 4음보의 율격을 시인의 정서적 흐름에 따라 적절히 변형해 활용하고 있다.”며, “행과 연의 구분을 통해서 율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기 보다는 시적 내용에 따른 ‘정서’의 울림을 ‘시적 리듬’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당대로서는 ‘정서율 혹은 호흡률’이라는 개념에 가장 가까운 시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집 구성 염두한 창작과정…편집체계 고려해 읽어야”

김 교수는 《님의 침묵》이 처음부터 한 권의 시집으로 묶기 위해 쓰인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여러 편의 시를 묶어서 발간하는 것이 시집 발행의 일반적인 관행이라면, 《님의 침묵》 출간은 문단에 시집을 출간하면서 시인이 모습을 나타낸 최초의 ‘등단’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점은 애초에 시집의 구성을 염두에 둔 ‘창작 과정’이 있었다는 의미이며, 이런 점에서 《님의 침묵》은 시집의 편집 체계도 함께 고려해 각각의 시 작품과 전체의 구성을 읽어야 하는 완결된 형식을 지닌 ‘시집’에 해당된다.”는 강조했다.
 



만해 학술제를 주최한 한국불교선리연구원 원장 법진 스님.
김춘식 동국대학교 교수는 7일 오후 2시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 만해홀에서 열린 만해학술제에서 ‘님’의 시적 표상과 타고르 - 1920년대 시의 언어와 한용운의 ‘님’을 주제발표했다.

“만해 스님의 ‘님의 침묵’은 ‘종교와 문학’의 상호성을 ‘근대문학’ 내부에서 최초로 구현해 낸 미학적 성과물이어서, 그 가치와 독창성은 문학사적 차원에서 소중한 것이다.”

김춘식 동국대학교 교수는 7일 오후 2시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 만해홀에서 열린 만해학술제에서 <‘님’의 시적 표상과 타고르 - 1920년대 시의 언어와 한용운의 ‘님’>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이 말했다. 만해 학술제는 재단법인 선학원(이사장 권한대행 지광 스님)의 설립조사 중 한 분인 만해 한용운(萬海 韓龍雲, 1879~1944) 스님의 삶과 사상을 재조명하고 추모사업의 일환으로 선학원과 한국불교선리연구원이 주최하는 행사이다. 올해 만해학술제는 ‘만해와 《님의 침묵》’을 주제로 열렸다.

"영적 신비적 해석에 치중해 '님'의 해석 다양성 제한"

김춘식 교수는 타고르의 시집 《원정(園丁)》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님의 침묵》의 가치를 재평가했다. 그는 “타고르의 ‘신성’ 중심적 사유와는 달리 만해 스님은 《님의 침묵》을 통해 타고르의 2인칭 대명사 ‘thou’와 구별되는 ‘님’을 표상화 함으로써 육체성, 인간성에 형이상학적인 가치를 부여한 새로운 ‘사랑’의 개념을 구현해 냈다.”고 보았다.

또 김 교수는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은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최초로 ‘몸’의 담론인 문학(연애)과 형이상학인 ‘종교적 신념’을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시집”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님’에 대한 해석을 부처, 조국, 연인의 세 가지 의미로 해석해 온 지금까지의 생각은 ‘님’의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지나치게 ‘알레고리적인 해석’에 한정해서 읽은 혐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의 이 같은 지적은 그동안 님의 침묵을 해석하면서 그리스도교에서 성서를 문자적 의미와 반대로 쓰이는 영적 의미나 신비적 의미로 출가자인 만해 스님이 쓴 님의 침묵을 종교와 국가 등을 대입해 해석하는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으로 보인다. 특히 알레고리적 해석은 성서 해석에 많이 사용되고 있어, 출가자인 만해 스님의 시를 서구 종교의 해석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은 만해 스님의 수행관과 불교적 가치를 배제한 해석에만 집중했다는 비평으로 읽힌다.

김 교수는 “‘날카로운 첫 키쓰의 추억’이라는 구절에서 보듯 ‘키쓰’의 감각과 ‘님’의 관계를 종교적인 ‘믿음’으로 연결시키는 《님의 침묵》의 화법은 ‘육체성’을 ‘정신성’으로 환기시키는 새로운 방식의 담론”이며, “《님의 침묵》은 육체, 일상적 체험, 현실과 정신, 형이상학, 종교적 믿음 사이의 차이나 경계를 무너뜨림으로써 ‘님’이 지닌 전통적 의미에 종교성과 형이상학적 상징을 덧보태고, 동시에 추상적 종교인 불교에 ‘구체성과 육체성’을 부여했다.”고 평가했다.

“‘님의 침묵’ 창작, 불교 근대화 일상화 방법 일환”

대문에 김 교수는 《님의 침묵》 창작 동기도 “1920년대 언론 탄압 내지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에 문학적으로 저항하기 위해서”라는 일반적인 해석에 긍정하면서도, “‘정치적 의도’ 이전에 ‘불교’ 근대화 방법의 일환, 혹은 ‘종교의 세속화, 일상화’라는 근대적 전망이나 추세에 대한 한용운의 예민한 포착의 결과가 《님의 침묵》의 창작으로 나타났다는 견해가 좀 더 적확한 것”이라고 보았다.

김 교수는 《님의 침묵》의 방법론적 특징도 “은유와 역설을 탁월하게 구사함으로써 현대시의 형식적 면모와 완결성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 시단의 형성기인 1920년대에 독창적인 은유와 역설을 시의 핵심적인 수사법으로 사용해 우리 시의 ‘언어 사용 기법’에 탁원한 발전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며, “1920년대 초기 시 대다수가 ‘과도한 감각성’에 치중돼 방향 없는 열정으로 치닫거나 직설적 토로에 사로잡혀 시의 기교, 언어의 감각화에 상대적으로 미숙했다면, 한용운의 《님의 침묵》은 이런 미숙성을 극복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시집”이라고 평가했다.

만해 학술제 모습.
만해 학술제 모습.

“은유와 역설 구사 탁월…한글 중심 구어체 표현,
번역어 근대적 조어 사용 절제” 중요한 특징

김 교수는 《님의 침묵》의 시 문법, 문체, 구조 등도 “전통시가의 율격 체계와 상당히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며, “한자어가 아닌 한글 중심의 구어적 표현, 당대 유행하던 번역어나 근대적 조어 사용을 절제하고 있다는 점”을 중요한 특징으로 지적했다.

그는 또 “행과 연의 구분을 많이 활용하지는 않지만 ‘내재율’의 특징에 비추어보면 4음보의 율격을 시인의 정서적 흐름에 따라 적절히 변형해 활용하고 있다.”며, “행과 연의 구분을 통해서 율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기 보다는 시적 내용에 따른 ‘정서’의 울림을 ‘시적 리듬’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당대로서는 ‘정서율 혹은 호흡률’이라는 개념에 가장 가까운 시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집 구성 염두한 창작과정…편집체계 고려해 읽어야”

김 교수는 《님의 침묵》이 처음부터 한 권의 시집으로 묶기 위해 쓰인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여러 편의 시를 묶어서 발간하는 것이 시집 발행의 일반적인 관행이라면, 《님의 침묵》 출간은 문단에 시집을 출간하면서 시인이 모습을 나타낸 최초의 ‘등단’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점은 애초에 시집의 구성을 염두에 둔 ‘창작 과정’이 있었다는 의미이며, 이런 점에서 《님의 침묵》은 시집의 편집 체계도 함께 고려해 각각의 시 작품과 전체의 구성을 읽어야 하는 완결된 형식을 지닌 ‘시집’에 해당된다.”는 강조했다.
 

만해 학술제를 주최한 한국불교선리연구원 원장 법진 스님.
만해 학술제를 주최한 한국불교선리연구원 원장 법진 스님.

"님의침묵 배포 대금 수금, 석주 스님이 도맡아"

이날 한국불교선리연구원 원장 법진 스님은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과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하신 석주 큰스님께 ‘은사 남전 스님과 만해 스님 두 분을 스승으로 모시고 선학원에서 정진할 당시 회동서관에서 발간한 《님의 침묵》을 서울 각 서점에 배포하고, 대금도 직접 수금해 회동서관에 가져다주어 출판비로 충당했다.’는 말씀을 직접 들었다.”고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법진 스님은 “《님의 침묵》은 이처럼 만해 스님이 선학원에 주석하실 때 발표하였고, 선학원 스님이 중심이 돼 경향 각지에 배포하는 등 선학원과 깊은 인연이 있기 때문에 이번 학술회의의 주제로 삼았다.”고 했다.

만해 스님은 1922년부터 10여 년간 재단법인 선학원 중앙선원에 주석했으며, 《님의 침묵》은 이 시기인 1926년 발간됐다.

이날 학술제에는 김춘식 동국대학교 교수가 <‘님’의 시적 표상과 타고르 - 1920년대 시의 언어와 한용운의 ‘님’>을, 김익균 동국대학교 교수가 <한용운의 시와 ‘선외선’의 사상>을 주제발표하고, 차성환 한양대학교 겸임교수(시인)와 양순모 평론가(연세대학교)가 각각 토론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34-733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법인명 : 뉴스렙
  • 제호 : 뉴스렙
  • 등록번호 : 서울 아 0043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7-09-17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뉴스렙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렙.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etana@gmail.com
  • 뉴스렙「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조현성 02-734-7336 cetana@gmail.com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