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14. 거울 앞에서
[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14. 거울 앞에서
  • 서현욱 기자
  • 승인 2021.06.14 15: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명인의 주검 앞에
내 발자욱을 돌아본다


세수를 하려다 세숫대야에 비친
내 얼굴에 놀라듯
삐뚤빼뚤 걸어 온 길에 숨고 싶어진다


손가락은 태어나면서 부터 길고 짧고
숲엔 큰 나무 작은 나무 어우렁더우렁 살아가는데
나는 나의 스승에게
나는 나의 부모에게
자랑스런 제자고 아들이었는지
건강만 해다오
살아만 있어다오
아들에게 하는 말을 나에게 한다
 

떠나고 나면 늘 후회를 안고 살고
만나면 할 말도 못하면서
오늘은 거울에 립스틱으로 편지를 쓴다
사랑한다고.


#작가의 변
오늘 고인이 된 유명한 자연요리 쉐프인 임지호님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우린 살아가면서 늘 다른 사람의 삶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된다. 마치 거울을 보듯 말이다. 어릴 적 두레박 물을 물동이로 길어다 큰 독에 받아 놓고 밥도 짓고 세수도 하고 겨울이면 부엌에서 물을 데워서 목요도 했었다. 거울이 귀해서 물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보고 나조차 놀라는 경우가 많았다. 때론 다른 아이들의 얼굴에 묻은 숯검정을 보고 박장대소했지만 그 아이는 나의 얼굴을 보고 박장대소했다. 내가 나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다른 아이의 얼굴을 보고 웃듯이 다른 아이도 나의 모습에서 그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다.
지난주엔 지인과 오랜만에 만나기로 해서 만나보니 아주 많이 안 좋은 상태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침술치료를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양말을 벗겨주고 하면서 나를 돌아 보게 되었다. 그를 보면서 나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거울을 굳이 보지 않아도 마음의 거울로 나를 비출 수 있음이다. 그도 조리사로 머나 먼 외국에서 고생을 하며 살아 왔고 나 또한 조리사로 살아 온 인생이라 거울을 보듯 서로를 본다. 그가 영주권을 얻기 위해서 업주가 부르면 쉬는 날도 일하러 나가고, 하루 17시간을 일한 날도 있고 쉬는 날도 없이 일을 한 것에 비하면 난 이민 올 때 영주권을 받고 왔기 때문에 비교적 편한 이민 생활이었다. 하지만 비교적이라고 말했지, 편했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요즘은 학생으로 이민을 와서 정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들은 우리가 이민 왔을 때보다 자리를 잘 잡는 듯하다. 이민 1세로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것을 포기하는 삶이다. 때론 한국에 내가 그대로 있었다면 이라는 가정을 한다. 지금 나보다 나아진 삶 조금은 편안한 삶이었지 않았을까 하면서 말이다. 부질없는 생각인줄 알면서 삶의 갈림길에서 우리가 선택한 삶은 시작은 비록 비슷하지만 갈수록 멀어진 길인 것 같다.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한 임지호 쉐프의 방송을 보면서 조리사로서 그의 조리처럼 자연을 닮은 조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조리 현장에서는 만들어진 레스피로 회사의 룰을 따르고 식당 업주의 마음을 따라 조리를 하는 일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마음대로 조리해봐 하면서 재료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듯 내 마음대로 살아 보고 싶었던 삶은 어쩌면 이런 저런 이유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살면서 때론 마음의 거울을 볼 때가 가장 나를 자세히 들여다 볼 때가 아닌가 싶다. 푸른 하늘에 흰 구름처럼 내 마음을 한 번쯤은 돌아보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

 

유명인의 주검 앞에
내 발자욱을 돌아본다

세수를 하려다 세숫대야에 비친
내 얼굴에 놀라듯
삐뚤빼뚤 걸어 온 길에 숨고 싶어진다

손가락은 태어나면서 부터 길고 짧고
숲엔 큰 나무 작은 나무 어우렁더우렁 살아가는데
나는 나의 스승에게
나는 나의 부모에게
자랑스런 제자고 아들이었는지
건강만 해다오
살아만 있어다오
아들에게 하는 말을 나에게 한다
 

떠나고 나면 늘 후회를 안고 살고
만나면 할 말도 못하면서
오늘은 거울에 립스틱으로 편지를 쓴다
사랑한다고.

#작가의 변
오늘 고인이 된 유명한 자연요리 쉐프인 임지호님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우린 살아가면서 늘 다른 사람의 삶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된다. 마치 거울을 보듯 말이다. 어릴 적 두레박 물을 물동이로 길어다 큰 독에 받아 놓고 밥도 짓고 세수도 하고 겨울이면 부엌에서 물을 데워서 목요도 했었다. 거울이 귀해서 물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보고 나조차 놀라는 경우가 많았다. 때론 다른 아이들의 얼굴에 묻은 숯검정을 보고 박장대소했지만 그 아이는 나의 얼굴을 보고 박장대소했다. 내가 나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다른 아이의 얼굴을 보고 웃듯이 다른 아이도 나의 모습에서 그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다.
지난주엔 지인과 오랜만에 만나기로 해서 만나보니 아주 많이 안 좋은 상태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침술치료를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양말을 벗겨주고 하면서 나를 돌아 보게 되었다. 그를 보면서 나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거울을 굳이 보지 않아도 마음의 거울로 나를 비출 수 있음이다. 그도 조리사로 머나 먼 외국에서 고생을 하며 살아 왔고 나 또한 조리사로 살아 온 인생이라 거울을 보듯 서로를 본다. 그가 영주권을 얻기 위해서 업주가 부르면 쉬는 날도 일하러 나가고, 하루 17시간을 일한 날도 있고 쉬는 날도 없이 일을 한 것에 비하면 난 이민 올 때 영주권을 받고 왔기 때문에 비교적 편한 이민 생활이었다. 하지만 비교적이라고 말했지, 편했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요즘은 학생으로 이민을 와서 정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들은 우리가 이민 왔을 때보다 자리를 잘 잡는 듯하다. 이민 1세로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것을 포기하는 삶이다. 때론 한국에 내가 그대로 있었다면 이라는 가정을 한다. 지금 나보다 나아진 삶 조금은 편안한 삶이었지 않았을까 하면서 말이다. 부질없는 생각인줄 알면서 삶의 갈림길에서 우리가 선택한 삶은 시작은 비록 비슷하지만 갈수록 멀어진 길인 것 같다.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한 임지호 쉐프의 방송을 보면서 조리사로서 그의 조리처럼 자연을 닮은 조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조리 현장에서는 만들어진 레스피로 회사의 룰을 따르고 식당 업주의 마음을 따라 조리를 하는 일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마음대로 조리해봐 하면서 재료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듯 내 마음대로 살아 보고 싶었던 삶은 어쩌면 이런 저런 이유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살면서 때론 마음의 거울을 볼 때가 가장 나를 자세히 들여다 볼 때가 아닌가 싶다. 푸른 하늘에 흰 구름처럼 내 마음을 한 번쯤은 돌아보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





 

유명인의 주검 앞에
내 발자욱을 돌아본다


세수를 하려다 세숫대야에 비친
내 얼굴에 놀라듯
삐뚤빼뚤 걸어 온 길에 숨고 싶어진다


손가락은 태어나면서 부터 길고 짧고
숲엔 큰 나무 작은 나무 어우렁더우렁 살아가는데
나는 나의 스승에게
나는 나의 부모에게
자랑스런 제자고 아들이었는지
건강만 해다오
살아만 있어다오
아들에게 하는 말을 나에게 한다
 

떠나고 나면 늘 후회를 안고 살고
만나면 할 말도 못하면서
오늘은 거울에 립스틱으로 편지를 쓴다
사랑한다고.


#작가의 변
오늘 고인이 된 유명한 자연요리 쉐프인 임지호님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우린 살아가면서 늘 다른 사람의 삶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된다. 마치 거울을 보듯 말이다. 어릴 적 두레박 물을 물동이로 길어다 큰 독에 받아 놓고 밥도 짓고 세수도 하고 겨울이면 부엌에서 물을 데워서 목요도 했었다. 거울이 귀해서 물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보고 나조차 놀라는 경우가 많았다. 때론 다른 아이들의 얼굴에 묻은 숯검정을 보고 박장대소했지만 그 아이는 나의 얼굴을 보고 박장대소했다. 내가 나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다른 아이의 얼굴을 보고 웃듯이 다른 아이도 나의 모습에서 그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다.
지난주엔 지인과 오랜만에 만나기로 해서 만나보니 아주 많이 안 좋은 상태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침술치료를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양말을 벗겨주고 하면서 나를 돌아 보게 되었다. 그를 보면서 나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거울을 굳이 보지 않아도 마음의 거울로 나를 비출 수 있음이다. 그도 조리사로 머나 먼 외국에서 고생을 하며 살아 왔고 나 또한 조리사로 살아 온 인생이라 거울을 보듯 서로를 본다. 그가 영주권을 얻기 위해서 업주가 부르면 쉬는 날도 일하러 나가고, 하루 17시간을 일한 날도 있고 쉬는 날도 없이 일을 한 것에 비하면 난 이민 올 때 영주권을 받고 왔기 때문에 비교적 편한 이민 생활이었다. 하지만 비교적이라고 말했지, 편했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요즘은 학생으로 이민을 와서 정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들은 우리가 이민 왔을 때보다 자리를 잘 잡는 듯하다. 이민 1세로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것을 포기하는 삶이다. 때론 한국에 내가 그대로 있었다면 이라는 가정을 한다. 지금 나보다 나아진 삶 조금은 편안한 삶이었지 않았을까 하면서 말이다. 부질없는 생각인줄 알면서 삶의 갈림길에서 우리가 선택한 삶은 시작은 비록 비슷하지만 갈수록 멀어진 길인 것 같다.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한 임지호 쉐프의 방송을 보면서 조리사로서 그의 조리처럼 자연을 닮은 조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조리 현장에서는 만들어진 레스피로 회사의 룰을 따르고 식당 업주의 마음을 따라 조리를 하는 일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마음대로 조리해봐 하면서 재료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듯 내 마음대로 살아 보고 싶었던 삶은 어쩌면 이런 저런 이유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살면서 때론 마음의 거울을 볼 때가 가장 나를 자세히 들여다 볼 때가 아닌가 싶다. 푸른 하늘에 흰 구름처럼 내 마음을 한 번쯤은 돌아보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

#전재민(Terry)
캐나다 BC주 밴쿠버에 살고 있는 ‘셰프’이자, 시인(詩人)이다. 경희대학교에서 전통조리를 공부했다. 1987년 군 전역 후 조리학원을 다니면서 한식과 중식도 경험했다. 캐나다에서는 주로 양식을 조리한다. 법명은 현봉(玄鋒).
전재민은 ‘숨 쉬고 살기 위해 시를 쓴다’고 말한다. ‘나 살자고 한 시 쓰기’이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고, 감동하는 독자가 있어 ‘타인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음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밥만으로 살 수 없고, 숨 만 쉬고 살 수 없는 게 사람이라고 전재민은 말한다. 그는 시를 어렵게 쓰지 않는다. 사람들과 교감하기 위해서다. 종교인이 직업이지만, 직업인이 되면 안 되듯, 문학을 직업으로 여길 수 없는 시대라는 전 시인은 먹고 살기 위해 시를 쓰지 않는다. 때로는 거미가 거미줄 치듯 시가 쉽게 나오기도 하고, 숨이 막히도록 쓰지 못할 때도 있다. 시가 나오지 않으면 그저 기다린다. 공감하고 소통하는 사회를 꿈꾸며 오늘도 시를 쓴다.
2017년 1월 (사)문학사랑으로 등단했다. 2017년 문학사랑 신인 작품상(아스팔트 위에서 외 4편)과 충청예술 초대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문학사랑 회원이자 캐나다 한국문인협회 이사, 밴쿠버 중앙일보 명예기자이다. 시집 <밴쿠버 연가>(오늘문학사 2018년 3월)를 냈고, 계간 문학사랑 봄호(2017년)에 시 ‘아는 만큼’ 외 4편을 게재했다.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밴쿠버 중앙일보에 <전재민의 밴쿠버 사는 이야기>를 연재했고, 밴쿠버 교육신문에 ‘시인이 보는 세상’을 기고했다.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 제보 mytrea70@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34-733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법인명 : 뉴스렙
  • 제호 : 뉴스렙
  • 등록번호 : 서울 아 0043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7-09-17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뉴스렙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렙.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etana@gmail.com
  • 뉴스렙「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조현성 02-734-7336 cetana@gmail.com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