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生敗闕 이번 生은 망했다
一生敗闕 이번 生은 망했다
  • 이상희
  • 승인 2007.06.1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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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응오 기자, 우리 시대 고승 18인의 출가기 엮어


 

一生敗闕 일생패궐.


'이번 생은 크게 망했다'는 말이다.

조계종 초대 종정인 한암 스님은 네 차례 오도 과정을 담은 자전적 구도기 제목을 이 말로 삼았다. 고지식한 풀이보다 반어와 역설의 겸사(謙辭)로 해석해야 옳을 것이다.
 

샘터사에서 출간된 <이번 生은 망했다>는 한암스님 책에 감동을 받은 엮은이가 제목을 다시 빌려왔다.
 

90여 년 수행 끝에 열반에 든 만봉 스님부터 수행 기간이 20년이 채 안 된 혜조 스님의 이야기까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고승 18인의 출가수행기를 엮은 책이다. 스님들의 출가 사연을 가십성 이야기꺼리로 다루는 일부 세태와 달리 1인칭 시각으로 서술했다. 속세의 인연을 버리고 산문에 든 고승들의 가슴 속에 감춰진 사연과 고된 구도의 과정이 더욱 절절하게 다가온다.
 

손이 아닌 마음의 붓으로 일평생 만다라의 꽃씨를 뿌린 만봉 스님, 제자들에게 물건을 나누어 주며 ‘마지막 입는 옷에는 주머니가 없다’고 말한 만암 스님의 일화, ‘천하만물은 무비선(無非禪)이요, 세상만사는 무비도(無非道)다’라는 화두를 던진 성수 스님, 젊은 시절 가출과 자살 시도 등 숱한 방황 끝에 출가에 이른 청화 스님,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한 세숫대야에서 삭발을 한 탁연 스님 이야기 등 혹독한 삶의 과정을 겪으며 스님들은 깨달음을 얻는다.


이 시대 고승들의 출가도 전쟁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월서 스님은 지리산 공비소탕 작전에 참가했다 사고(四苦)를 체감하고 출가했다. 동희 스님과 탁연 스님은 전쟁 당시 부친을 여읜 것이 출가의 주요한 동기가 됐다. 공산주의 운동가 박헌영의 아들인 원경 스님은 전쟁 내내 지리산 빨치산의 이동 경로를 따라 움직이다가 불법에 귀의했다. 이처럼 우리 현대사 질곡의 세월을 그대로 체험한 큰스님들의 다양한 사연과 힘든 수행 시절, 실천적 삶을 통해 체득한 영묘한 지혜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스님들의 이력이나 면모도 다양하다. 선승과 학승뿐 아니라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는 스님들도 포함됐다. 인간문화재 금어 만봉 스님을 비롯 범패 이수자 동희 스님, 시인 청화 ․ 효림 ․ 혜조 스님, 희곡가 원담 스님 등은 불법의 진리를 예술로 승화시킨 주인공들이다. 포교 일선에서 활약하는 운산 ․ 일면 ․ 혜자 ․ 탁연 스님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한암 ․ 만암 ․ 청담 ․ 성철 등 고승들과 인연이 닿은 스님들의 출가기를 수록해 현대사 이래 이 땅의 선맥(禪脈)이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살펴볼 수 있다.


엮은이 유응오는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대전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2001년 불교신문 신춘문예와 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당선해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10․27법난’의 진상을 파헤친 《10․27법난의 진실》이 있으며, 현재 주간불교신문사 기자로 근무하고 있다.

/ 이 상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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