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헌을 잘 모르는 법규위원 스님?
종헌을 잘 모르는 법규위원 스님?
  • 이혜조
  • 승인 2007.06.1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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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헌수호 최후 보루 권위 상실, 후속 절차 전무

법규위원 자격 문제…집행부·종도들, 결정 무시

조계종의 각종 법률행위가 종헌이나 종법을 위반했는지를 판단하는 법규위원회의 존재 의의가 조롱당하고 있다.

법규위원 스스로 종헌을 잘 모른다고 발언하는가하면, 30일 이내 심판해야 한다는 법조항을 무시한 채 1년5개월 여동안 보류하는 사건들도 있다. 법규위 결정이 종단을 기속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종단 집행부조차 법규위 결정을 무시하고 있다. 종헌에 위배된다고 결정하더라도 관련 종법을 개정하는 등의 후속절차는 마련돼 있지 않는 등 '있으나 마나'한 기구로 전락하고 있다.

이 때문에 종도들조차도 법규위 결정사항에 불복해 사회법에 제소하는 등 불신과 무용론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으로 보여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처음 참석했고 종헌을 연구한 바 없다"

13일 열린 법규위원회 42차회의에서 A스님은 "법규위원회에 처음 참석한다. 종헌을 연구한 바 없어 배워가며 위원 스님들과 맞춰나가도록 하겠다"고 발언했다. B스님은 "처음 참석해서 내용을 듣질 못했다. 법규위 심리사안인지 검토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법규위원으로서 자격미달을 자인한 발언이다.

C스님은 "법규위원회 상위에 원장, 종정, 원로회의의장 등이 있다"면서 "이 분들이 사면과 화합이라는 대의명분을 선거공약과 연두교시로서 제시한 부분이 있어 맥을 같이 하면서 법규위서 대응하는 것이 종단 흐름에 맞다"고 주장했다. 법규위가 삼권분립을 팽개친 채 행정부인 총무원의 시녀로 전락하는 것을 당연시 한 꼴이다.

이러한 법규위원들의 상식을 벗어난 인식들은 종헌은커녕 법규위원회법마저 무시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법규위원회법 17조는 '법규위원회의 심판은 그 청구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도연스님등은 지난해 1월 16일, 원두스님은 지난해 7월 5일, 탄우스님은 지난해 12월 20일 심판을 청구했으나 2007년 6월 13일 42차 회의에서도 심판을 보류했다. 법규위 스스로 종법을 위반하고 직무유기를 한 것이다.



△ 조계종 종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인 법규위원회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권위회복은 결국 법규위원회 스스로의 몫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2007 불교닷컴

"법규위서 종헌위배 결정해도 후속절차 없다"

이에 대해 법규위 사무를 관장하고 있는 중앙종회 사무처장 주경스님은 "오늘 회의에서 위원스님들이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민을 했다. 사전심의제 즉 최근 호계원에서 도입한 집중심리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규칙을 제정할 것으로 보이고 '종헌을 잘 모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워크샵 등의 교육을 계획 중"이라고 해명했다.

주경 스님은 "법규위에서 해당 종법조항이 종헌에 위배된다고 결정을 내리더라도 문제의 종법을 개정한다거나 하는 등의 후속절차를 규정한 법조항이 없고, 총무원 집행부나 중앙종회에서 법규위 결정을 거부하더라도 뚜렷한 제재 장치가 없는 것은 한계"라고 인정했다. 스님은 "종단의 계율과 법령 사이의 괴리도 문제점의 하나"라고 말하고 "제도와 종헌종법 미비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집행부 법규위 결정 무시, 종도들은 사회법 제소

법규위원회법 19조는 '법규위원회의 결정의 효력은 종단을 기속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법규위원회가 종헌을 호지하는 권위를 부여받은 기구라는 의미다. 법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에 해당하며 위원은 헌법재판관이다. 행정수도이전, 탄핵 등 대통령을 겨냥한 위헌소송을 하는 헌법재판소 위에 대통령이 굴림할 수는 없다. 따라서 법규위 위에 굴림하는 것은 종헌과 종도들 뿐이다.

그러나 부산 소림사에서 현재 진행중인 사건들은 법규위의 권위를 무참히 깨뜨리는 단적인 사례다.

사설사암의 소유권, 창건주, 주지임명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을 빚고 있는 부산 소림사의 경우 2003년 11월 종인스님이 해운스님 상좌 3명이 모인 가운데 문도회의를 열었다며 회의록을 제출, 총무원으로부터 창건주 권리를 승계받았다.

법규위는 2005년 8월 9명 전원합의로 "총무원이 2003년 11월 종인스님으로 소림사 창건주 권한 승계를 결정한 것은 적법하지 아니하므로 무효"라고 결정했다. 이에따라 소림사는 정일스님을 창건주 권한승계자로 결정했다.

사설사암관리법 6조에 따르면 '설립자가 주지 또는 대표임원에 취임하지 않을 때에는 설립자가 추천한 자를 주지 또는 대표임원으로 발령하여 관리하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림사는 정일스님의 추천으로 혜전스님을 주지로 범어사에 상신했고, 범어사는 이를 총무원장에게 품신했다.

그러나 총무원장은 법규위 판결에도 불구하고 혜전스님에게 주지 임명장을 수여하지 않았다. 되레 종인스님은 법규위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총무원장 지관스님 등 3명을 상대로 창건주권한승계확인 소송을 제기, 오는 27일부터 심리가 열린다.

총무원 집행부와 종도가 법규위 결정을 부정하고 불신한 것이다. 이번 소송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법규위의 신뢰성에 입힐 타격은 크다.

법규위원 자격 검증, 종헌종법 미비사항 보완, 중앙종회와 총무원 집행부를 비롯한 종도들의 법규위 결정 준수 등 세가지 요소의 '황금 트라이앵글'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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