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장경판·왕조의궤 세계기록유산 등재
고려대장경판·왕조의궤 세계기록유산 등재
  • 불교닷컴
  • 승인 2007.06.15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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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문화 저력 확인…사찰문화재 관람료 인식전환 계기될 듯

합천 해인사 소장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諸經板)'과 조선왕조 의궤(儀軌)가 각각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등재된다.

14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프리토리아에서 11일부터 닷새 일정으로 회의를 갖고 있는 유네스코 제8차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한국이 지난해 3월30일 외교통상부를 통해 등재신청한 이 두 건을 모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키로 최종 결정했다.

이로써 한국은 1997년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을 필두로 직지심체요절(2001년), 승정원일기(2001년)에 이어 모두 6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이 가운데 불교문화재는 해인사 장경판전, 직지심체요절,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 등 모두 3건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미국영화 '오즈의 마법사', 필리핀 민속음악자료 '호세 마세타 컬렉션', 이집트의 '천문학 필사본' 등도 함께 등재가 결정됐다.

세계기록유산이란 인류의 소중한 기록유산을 가장 적절한 기술을 통해 보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가능한 많은 대중이 기록유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유네스코가 1992년부터 추진해온 사업이다.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 8만7,000여 장은 불교경전 일체를 한자로 새긴 현존 세계유일의 목판본이다. 그 내용이 광범위하고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고유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한자권에서 불교가 지속적으로 포교될 수 있도록 기여한 것이 인정돼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결정됐다.

제경판은 대장경판을 제외한 해인사 소장 다른 불교경판과 조선시대 문집 경판들로 그 수량이 5,000장 이상 될 것으로 추산된다.

해인사 대장경판을 보관하고 있는 해인사 장경판전이 1995년 12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데다 이번에 그 대장경판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됨으로써 해인사는 대장경판 보관시설(하드웨어)과 역사적 기록물(소프트웨어)이 함께 이름을 올림으로써 명실상부한 세계유산으로 등극하게 됐다.

왕세자 책봉과 같은 각종 왕실 의식을 그림으로 정리한 조선왕조 의궤류는 유교문화권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대표적인 기록물인 점 등이 높이 평가돼 세계기록유산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의궤류는 등재소위원회 1차 평가에서만 해도 유교적 행동규범과 의례를 보여주는 우수한 유산이기는 하나 그런 의례들이 유교문화권에서만 실행되었고, 외교의전은 조공체계가 있는 아시아 국가에 한정돼 적용되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세계유산 대신 아시아.태평양지역목록으로 등재하라는 권고가 있어 등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등재 목록에 오를 의궤류는 규장각 소장 546종 2천940책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 287종 490책이다.

이번 세계기록유산 등재로 조선왕조 의궤와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의 중요성이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긍정적으로 평가를 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장경판 세계유산 등재회의에 참석한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이선경 문화팀차장은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인의 철저한 기록정신을 세계가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고려대장경은 이를 통해 한자권에서 불교가 지속적으로 포교될 수 있었고 또한 광범위한 내용을 집대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귀한 유산이다. 대장경은 수세기동안 특정 종교가 세계에 전파되는 데 기여하고 있으므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등재결정 의미를 설명했다.

불교계는 지난해말 정부의 일방적인 국립공원입장료 폐지로 사찰문화재 관람료를 단독으로 징수를 계속키로 결정, 국민적 저항에 부딪쳐왔다. 대장경판과 직지심경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음으로써 사찰 문화재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전환과 이에 따른 관람료 징수마찰을 완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이란
 
14일 유네스코가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등재를 결정한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은 쉽게 풀어 쓰면 합천 해인사에 소장된 팔만대장경판과 같은 장소에 보관된 다른 경판 모두라는 뜻이다.

 

이 중 전자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고려왕조에서 두 번째로 만든 불교의 일체경(一體經.불교경전의 총합)이란 의미에서 고려재조대장경판(高麗再再彫大藏經板)이라고도 하는 팔만대장경판은 현존 세계 유일의 일체경 목판집이다.

현전 불경류만 해도 이제는 그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지만, 팔만대장경이 판각되던 시기(1237-1248)만 해도 그 숫자는 만만치 않았다. 한데 당시까지 알려진 모든 불교경전을 하나로 통합하려 한 이 팔만대장경판이 도대체 구체적으로 몇 장이며 이에 수록된 불경류는 몇 종 몇 권인지는 조사자마다, 보고서마다 차이를 보인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 펴낸 '민족대백과사전'에는 1천497종, 5천558권, 8만1천258장이라 했으나, 문화재청이 제공하는 문화재 정보에는 1천496종, 6천568권, 8만1천258장이다. 장수는 같으나 종수와 권수가 차이가 난다.

아무튼 이 고려대장경판은 당시까지 알려진 모든 불경을 대조하고 교정, 가감, 배열한 가장 완벽한 불교문헌 목판 인쇄물로 꼽히는 것은 물론 이후 일본, 중국, 대만에서 간행된 대장경 대부분의 모본(母本)으로 군림했다.

그 보관처는 해인사 중에서도 동서로 나란히 놓인 수다라장과 법보전이다.

두 건물 사이를 막은 'ㅁ'자 모양 작은 건물이 있는데 '사간전'이란 곳으로 팔만대장경을 제외한 다른 목판들이 소장된 곳이다.

사간전은 사간판이 보관된 전(殿.건물채)이라는 뜻이다. 사간판은 한자로는 '寺刊板'이라 쓰기도 하고, '私刊板'이라고도 하는데 전자는 사찰에서 만들어낸 목판이란 뜻이며 후자는 개인이 시주해서 만든 목판이란 의미다.

해인사라고 하면 흔히 팔만대장경판을 떠올리지만, 이런 명성은 사간전에 보관된 사간판들을 왜소한 존재로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사간전에 소장된 사간판 또한 그 면모가 만만치 않다. 수량에서는 8만장에 이르는 고려대장경에 비해 적기는 하지만, 총수가 5천 점 이상에 이르러 이 역시 엄청나며, 나아가 이 중 54종 2천835장이 고려대장경과 같은 고려시대에 새긴 경판들이다.

이들 고려시대 경판 중에서도 다시 28종, 2천725장은 '고려각판'이라는 이름으로 국보 제206호로 지정되어 있고 그 나머지 26종 11장은 보물 734호로 등록되어 있다. 고려각판 중에는 그 제작연대가 고려 숙종 3년(1098)인 '화엄경'이 있는가 하면, 충정왕 원년(1349)에 간행된 '화엄경약신중'도 있다. 일부는 고려대장경보다 제작연대가 빠른 것이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조선시대 목판이다. 그 중에는 암행어사로 유명한 박문수의 아버지와 삼촌의 문집도 포함돼 있다.

이번 세계기록유산 등재 목록에서 '고려대장경판'과 하나의 문화유산으로 묶여 이름을 당당히 올린 '제경판'(諸經板)이란 바로 사간전에 보관된 경판류들을 말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세계기록유산 등재 결정은 팔만대장경에 밀린 '제경판'이란 존재를 더욱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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