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사암연 "가톨릭 성지순례길 추진 중단하라"
광주사암연 "가톨릭 성지순례길 추진 중단하라"
  • 조현성 기자
  • 승인 2021.09.15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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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암 성지 광주 순례길'은 불교 성지 축소 왜곡의 길...사업 백지화 촉구"
천진암 터에는 현재 성모상이 세워져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천진암 터에는 현재 성모상이 세워져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천진암 성지 광주 순례길'은 역사 왜곡의 길
나라위해 목숨바친 스님들 노력은 어디가고
남한산성 천진암 '나눔의집' 천주교 성지로?

경기도 광주시가 추진 중인 '천진암 성지 광주 순례길'을 두고 지역스님들이 백지화를 촉구했다.

광주불교사암연합회(회장 청호 스님)는 15일 '종교화합 저해하는 가톨릭 성지순례길 추진 중단하라' 제하의 성명을 발표했다.

조선시대 이 지역스님들은 남한산성 증개축 동참을 비롯해 관군을 대신해 남한산성을 수호했다. 천주교인을 돕다가 스님들은 목숨을 잃고 천진암은 폐사됐다. 또, 조선을 강제병합한 일본은 1907년 8월 군대 해산령을 빌미로 남한산성 내 사찰들을 파괴했다. 

1990년대초 정부가 외면하던 일본군 위안부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불교계는 '나눔의집'을 개원했고, 이 지역스님들도 십시일반 보탰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스님들은 법회 기도를 중단하고, 정부의 방역조치를 준수했다.

광주불교사암연합회 스님들은 "이처럼 광주지역 사찰과 스님 및 신도들은 수백 년간 나라사랑과 종교화합 정신을 면면히 계승해오고 있다"고 했다.

스님들은 "광주시가 ‘관광마케팅 활성화’라는 미명하에 스님들의 자비정신과 희생이 깃든 곳을 연결해놓고 이를 특정종교 성지로 축소 왜곡하는 ‘천진암 성지 광주 순례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의 역사성을 무시하고 종교화합을 저해하는 비상식적인 순례길 사업을 규탄한다"고 했다.

스님들은 "관계기관의 '천진암 성지 광주 순례길' 사업 백지화 및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천주교인 숨겨주다 폐사된 곳 천주교 성지로 탈바꿈
천주교 측 "광주시가 제안, 불교계 반발 우려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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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천진암은 지금은 폐사된 암자이다.  18세기 중엽 권철신 등이 강학을 한 사찰 가운데 한 곳으로 정약용도 자주 방문했던 곳이다. 지금은 한국 천주교회 발상지로 더 알려져 있다. 1962년 천진암 절터가 확인됐다. 1975년부터 천주교 성지로 개발됐다. 1779년 천진암에서 강학이 열렸다는 이유에서다. 

1979~1981년 사이 이벽 정약종 권철신 권일신 이승훈 등 한국천주교회 초기 인물 묘소가 천진암으로 이장됐다. 현재 성모상이 세워지고 천주교 신자들의 순례에 필요한 시설들이 설치됐다.

천진암 일대를 한국의 '산티에고길'로 꾸미겠다는 계획은 지난달 26일 경기 광주시와 천주교 수원교구가 '천진암 성지 광주 순례길'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알려졌다.

이용훈 수원교구장과 신동헌 광주시장이 서명한 협약에 따르면 광주시는 순례길 조성과 유지 관리, 성지 순례 활성화를 위한 행정적 지원을 한다. 수원교구는 광주 지역 천주교 역사를 추가로 발굴키로 했다. 원활한 협력을 위해 두 기관은 실무위원회도 둔다.

지난 8일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위원장 도심 스님)가 사업 취소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면서 불교계 반발이 시작됐다. 10일 조계종 중앙종회가 제221회 임시회에서 경기도 광주시 가톨릭 성지순례길 사업 백지화 촉구 결의와 성명서를 채택했다.

'천진암 성지 광주 순례길'은 경기 광주시가 천주교에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주교 수원교구 측은 "우리 쪽에서 먼저 불교계 반발을 우려했지만 광주시가 불교계와 잘 협의해 종교 편향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해서 추진했다"고 밝혔다.

경기 광주시는 "천진암이 이번 업무협약으로 천주교 전유물처럼 비춰진 것에 유감을 표한다. 남한산성과 천진암 불교 관련 스토리와 콘텐츠도 함께 발굴·홍보하고, 광주 순례길을 더 철저하게 역사적으로 검증하겠다. 종교계 등 각계 의견을 반영해 왜곡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광주불교사암연합회 성명서 전문이다.

종교화합 저해하는 가톨릭 성지순례길 추진 중단하라

불교는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분연히 일어났다. 병자호란의 아픈 역사를 겪으면서 전국 각지에서 온 스님들이 남한산성 증개축에 참여하며 호국불교를 실천했다. 

조선시대 스님들은 장경사, 망월사, 개원사 등 광주지역 사찰에 주석하며 관군(官軍)을 대신해 남한산성을 수호했다. 억불숭유의 탄압에도 나라와 백성을 지키는 일에 앞장섰다. 

조선 후기에는 종교의 벽을 넘어 핍박 받는 천주교인들에게 천진암 공간을 제공했는데, 그로 말미암아 수많은 스님이 목숨을 잃고 폐사되는 아픔을 겪었다. 어디 그뿐이랴 조선을 강제병합한 일제가 1907년 8월 군대 해산령을 빌미로 남한산성 내 사찰들을 파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1990년대 초반 정부나 지자체에서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해 불교계에서는 나눔의집을 개원해 운영했다. 광주지역 사찰들도 십시일반으로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코로나19 발병 뒤에는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대폭 축소하고 정기법회 및 기도를 중단하는 등 정부와 지자체의 방역조치를 준수했다. 

이처럼 광주지역 사찰과 스님 및 신도들은 수백 년간 세계일화(世界一化) 파사현정(破邪顯正)의 가르침을 기반으로 나라사랑과 종교화합 정신을 면면히 계승해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시가 ‘관광마케팅 활성화’라는 미명하에 스님들의 자비정신과 희생이 깃든 곳을 연결해놓고 이를 특정종교 성지로 축소 왜곡하는 ‘천진암 성지 광주 순례길’ 사업을 진행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에 지역의 역사성을 무시하고 종교화합을 저해하는 비상식적인 순례길 사업을 규탄하며 관계 기관이 사업 백지화 및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 광주불교사암연합회는 광주시의 향후 조치를 엄중하게 주시할 것이며, 합당한 방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그에 상응한 대응에 나설 것이다.  

불기2565(2021)년 9월 15일

광주불교사암연합회 사부대중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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