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천주교회에 질의 및 항의해야 한다
[기고]한국천주교회에 질의 및 항의해야 한다
  • 법응 스님
  • 승인 2021.09.23 15: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응 스님/불교사회정책연구소

‘흔적(痕跡/痕迹)’을 <네이버>의 사전은 ‘어떤 현상이나 실체가 없어졌거나 지나간 뒤에 남은 자국이나 자취’라 설명하고 있다. ‘생생하다’는 말은 ‘시들거나 상하지 아니하고 생기가 있다.’라는 의미다. 경기도 광주군은 조선 5백여 년 간 조선백자의 흔적이 살아서 생생한 지역이다. 광주군의 퇴촌면·실촌면·초월면·도척면·경안면·오포면 등 지역이 조선시대 백자의 분원지다.

남한산성(南漢山城)은 현재 경기도의 도립공원으로 2014년에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고 그 역사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시대 임진왜란에서부터 병자호란 등 이 땅의 역사와 그 흔적이 생생하게 살아서 숨 쉬고 있다.

남한산성 일대의 불교사와 그 유적은 의도적으로 거론하지 않겠다. 질곡과 애환의 역사위에 오늘의 남한산성이다. 그런데 남한산성의 역사가 생생한 광주군 일대에 어딘지 생경한 이름이 부여된다는 것은 지역사회가 공유해온 오랜 역사의 기억들이 묻히고 특정의 목적과 색채를 가진 땅으로 변화한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공공기관으로서 광주군이 시민의 정신건강과 휴식문화를 위해 순례길을 조성하려면 우선적으로 학계로부터 생성된 정보와 자료를 통해 광주의 오랜 역사를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환경과 문화 등 제반 인문 분야와 산림치유 및 의료관계자들의 자문을 구하고 위원회를 구성하여서 주민의 의견을 폭 넓게 수용하는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최종 의회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상식이며 행정의 바른 절차가 될 것이다. 기관의 장이라 해서 장대하고 뿌리 깊은 역사의 단면만을 부각한다거나 다양하게 구성된 지역민들의 정서를 왜곡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순례길 조성에는 지정 예상 도로에 대한 교통과 안전성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걸어서 이동해야하기에 안전성이 우선적으로 담보돼야 하고, 환경을 보호하면서 향후 정신문화 및 건강에 기여 그리고 경제성 등 얼마나 많은 인원이 자연스럽게 이용할 지에 대한 정밀한 분석 자료가 우선적으로 생산되어야 한다.

볼거리도 중요한 고려요소다. 안정성과 더불어서 장시간 걷는 동안의 주변 경관, 공기, 분위기가 심리에 긍정적으로 향상시키는 코스여야 한다. 차도나 차도 옆에 별도의 인도를 설치함은 순례길의 의미를 애초부터 죽이고 들어가는 형국이다.

천주교계에도 묻고 싶다. ‘천진암 성지 광주 순례길’ 이 과연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이 지향하려는 그 신앙적 철학과 실천에 부합하는지 말이다.‘비 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선언·우리시대’의 지향점과 일치하는지도 의문이 든다.

남한산성 일대에서 천주교인들이 박해를 당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더 오래된 세월의 이야기가 켜켜이 누적되어 있고 수천수만 백성들의 안타까운 죽음과 그 역사의 흔적이 생생하게 살아서 숨 쉬는 터전이다. 이러한 곳에 행정기관장과 타협해서 자신의 종교를 앞세운 길을 명명함에 협력한다는 것은 이 땅과 역사와 그 위에서 무고하게 죽어간 분들에 대한 또 다른 의미에서의 박해가 아닌지 의문을 갖게 된다.

△경기도 광주 분원에서 19세기 제작된 '백자청화수자문약사발'이다. 광주군의 남한산성 일대 및 퇴촌면 남종면에서 도자기 역사를 중심에서 제외해서는 안 된다.
△경기도 광주 분원에서 19세기 제작된 '백자청화수자문약사발'이다. 광주군의 남한산성 일대 및 퇴촌면 남종면에서 도자기 역사를 중심에서 제외해서는 안 된다.

조선시대 남한산성에 무수한 스님들이 왜란과 호란을 통해 죽어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산성 일대에서의 불교사적 사실은 지역 민중사의 부속적인 위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진정한 종교성은 그 땅과 민중과 그 역사를 우선한 연후에 일이라야 하지 않을까 한다.

분명 불교계는 이번 문제를 한국천주교회에는 물론 교황청에 까지 질의 및 항의해야 마땅하다. 조계종단은 ‘천진암 성지 광주 순례길’ 조성은 광주군과 천주교계의 불교에 대한 공식적인 도전인 동시에 지역의 역사와 정서 및 정신세계를 무시하는 처사로서 결론내리면서 대응해야 마땅하다.

法應/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34-733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법인명 : 뉴스렙
  • 제호 : 뉴스렙
  • 등록번호 : 서울 아 0043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7-09-17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뉴스렙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렙.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etana@gmail.com
  • 뉴스렙「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조현성 02-734-7336 cetana@gmail.com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