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본위화폐] 27. 에필로그
[똥본위화폐] 27. 에필로그
  • 조재원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 승인 2021.10.05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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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대”와 “디지털을 배워야 하는 세대”가 함께 살고 있는 과도기, 똥본위화폐는 세대 너머 전달되는 선물이길 기대한다. 삽화=전지우.



“쌍둥이 같은 존재, 똥과 돈”

어린 시절 외할머니와 이모할머니들께서 화투를 치면서 똥을 돈이라 했다. 똥 패를 들고는 즐거워하셨던 할머니들의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는데 벌써 7년째 똥 패를 들고 돈이라 외치고 있는 날 발견한다. 이후 난 똥을 볼 때면 할머니들의 화투장이 생각났다. 그래서 똥 누면 돈 줄게 생각이 떠올랐을 것이다. 똥을 아무리 더럽게 여기는 사람도 똥이 밥이 되는 순환을 알고 과학기술은 똥을 기어코 에너지로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으니 화투놀이 속 똥이 돈이라는 규칙은 진리로 밝혀진 듯하다. 더럽지만 가치로운 세상 속 존재가 똥이라면, 사회 속 비슷한 존재가 하나 있으니 다름 아닌 돈이다. 똥과 돈을 대비시켜 똥과 같은 돈을 만든 게 똥본위화폐이다. 소중한 것을 나누기 위해 자연을 순환하면서 다른 생명을 탄생시키는 똥과 돈은 쌍둥이 같은 존재이다. 알고 보면 이렇게 쉬운데 아둔하여 똥과 돈 속에 의미를 넣어 기어코 무겁게 만든 건 아닌지 걱정이다. 티끌같이 가벼워야 먼 길 돌아 온 세상을 돌 텐데 말이다.

똥본위화폐를 세상에 내어놓으니 똥이 더러워 피하는 사람들 못지않게 돈을 더러워 하며 싫어 사람들도 많다는 걸 발견했다. 똥과 돈은 참 억울할 것 같다. 세상에서 사회로 나와 실컷 이용당하다 처절할 정도로 버려지기 않는가. 똥은 더럽다고 버려진다. 먹는 음식이 똥의 도움으로 만들어 졌다는 것을 알지만 방금 전까지 뱃속에 똥을 가득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혐오한다. 요리에는 온갖 찬사를 쏟아 붓다가도 똥은 혐오한다. 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자신이 가진 돈은 순수하다 여기고 돈 앞에서는 영혼이라도 팔듯 하다가도, 돈 가진 자들에 대한 분노를 쏟으며 돈은 철저하게 증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자신들이 가질 수 있는 건 음식이고 순수한 돈이다가도, 자신들이 버릴 똥과 가질 수 없는 돈은 혐오하고 증오한다. 사람들은 동전 뒤집기 귀재들이다. 똥본위화폐가 돈이라고 하니 왜 하필 돈이냐 비아냥 그렸던 사람들이 설명을 듣고는 제대로 된 돈이 아니라고 실망한다. 사라지고 저장할 수 없는 게 돈이 맞기는 하냐고 반문한다. 왜 꼭 나눠야 하냐고 부정적이든 사람들도 외국 유명대학 랩에서 발표한 초연결사회 이론에는 열광한다. 일부 공동체에서는 지역성을 살리는 지역화폐 역할 하려면 현금화가 가능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래서 똥본위화폐는 힘들단다. 요지경 세상이다. 디지털화폐는 생태주의적 삶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받는다. 디지털 언어를 핸드폰, 컴퓨터와 혼돈하는 듯 하다. 똥본위화폐는 이레저레 고생이 많다.



그가 던진 150 구속이 넘는 강속구는 무한한 사랑이었다. 고 최동원 선수의 강속구 같은 똥본위화폐로 세상에 기억되고 싶다. 삽화=전지우



“자연을 돌고 도는 물질 같은 존재, 똥본위화폐”

똥본위화폐는 영국 art.earth 출판사에서 2020년 영문 책으로 출판되었다. 디지털 플랫폼도 만들어져 울산 구영리 일부 가게와 유니스트 캠퍼스에서 무인꿀숍, 건강센터 한의클리닉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영국 로이터통신에 올해 8월 소개된 이후에는 30여개국 250여 매체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똥본위화폐의 현실은 밝지 않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사이언스월든 센터 연구가 마무리되는 내년 이후에는 흔적 없이 사라질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 보인다. 섣부르고 어쭙잖은 기대감을 가지기 보다는 똥본위화폐는 시간 속으로 보내주는 것도 꼭 나쁜 건 아니다. 똥본위화폐는 이미 사라진 존재일지도 모른다.

똥본위화폐는 자연을 돌고 도는 물질 같은 존재이다. 자연 속 물질이라 눈에 잘 띄지 않아도 된다고 여겼다. 쓰려고 하면 없는 똥, 좇을수록 멀리 도망가는 돈이 아니라 언제나 옆에 있어 주는 존재 말이다. 사용하면 할수록 자연과 사람의 마음이 이해되는 돈이 하나쯤 있었으면 했다. 지금까지의 세상에선 숭고한 뜻과 가치로운 의미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면, 디지털 세상에서는 편하고 재밌고 아름다운 공간과 시간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그 순간 뜻과 의미가 생긴다. 그리고 지금 시대는 디지털세대와 디지털을 배우는 세대가 혼존하는 역사 속 유일한 과도기이다. 20년, 길어야 30년 쯤 지나면 디지털세대로 모두 바뀌게 된다. 디지털 세상, 탈인류세 시대 새로운 의미 개념으로 살아갈 인류를 상상하기 쉽지 않지만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 그들이 자칫 놓칠 수 있는 돈 하나를 만들어 선물하고 싶었다. 푸세식 화장실도 사용해 보고 수세식화장실을 쓰고 있으며, 종이 입력카드로 전산을 배웠고 8비트, 16비트 컴퓨터로 논문을 썼으며, 천리안으로 통신하고 이메일 시절에 적응하면서 마침내 핸드폰 SNS로 동창들과 소통하는 “디지털을 배워야 하는 세대”, “낀 과도기 세대”만이 가질 수 있는 감각으로 만든 돈도 미래 디지털세대에게 필요할지 모른다고 믿고 싶다. 디지털세대가 받아줄지 아직 알 순 없지만 준 사람이 드러나지 않는 선물이 멋지지 않은가. 시간이 지난 후 그들이 천천히 뜯어보았으면 한다.

모자란 글 연재를 허락해준 불교닷컴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비록 작년에 써 둔 글들이 연재되었지만 중간 공동체 부분을 새롭게 썼고 매회마다 전지우 작가님의 삽화에 설명을 붙여 추가했다. 이 글의 주인으로 귀한 손님을 맞았으니 글들은 시간 속으로 흘러가고 난 나의 시간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제대로 된 글로 대중들을 만나보지 못한 초보 연재자였다. 거칠고 모자란 글을 읽어준 분이 계시다면 그것만으로도 전 행복해 진다. 이제 똥본위화폐 연재글들을 떠나보내면서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고마움을 드린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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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대”와 “디지털을 배워야 하는 세대”가 함께 살고 있는 과도기, 똥본위화폐는 세대 너머 전달되는 선물이길 기대한다. 삽화=전지우.

“쌍둥이 같은 존재, 똥과 돈”

어린 시절 외할머니와 이모할머니들께서 화투를 치면서 똥을 돈이라 했다. 똥 패를 들고는 즐거워하셨던 할머니들의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는데 벌써 7년째 똥 패를 들고 돈이라 외치고 있는 날 발견한다. 이후 난 똥을 볼 때면 할머니들의 화투장이 생각났다. 그래서 똥 누면 돈 줄게 생각이 떠올랐을 것이다. 똥을 아무리 더럽게 여기는 사람도 똥이 밥이 되는 순환을 알고 과학기술은 똥을 기어코 에너지로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으니 화투놀이 속 똥이 돈이라는 규칙은 진리로 밝혀진 듯하다. 더럽지만 가치로운 세상 속 존재가 똥이라면, 사회 속 비슷한 존재가 하나 있으니 다름 아닌 돈이다. 똥과 돈을 대비시켜 똥과 같은 돈을 만든 게 똥본위화폐이다. 소중한 것을 나누기 위해 자연을 순환하면서 다른 생명을 탄생시키는 똥과 돈은 쌍둥이 같은 존재이다. 알고 보면 이렇게 쉬운데 아둔하여 똥과 돈 속에 의미를 넣어 기어코 무겁게 만든 건 아닌지 걱정이다. 티끌같이 가벼워야 먼 길 돌아 온 세상을 돌 텐데 말이다.

똥본위화폐를 세상에 내어놓으니 똥이 더러워 피하는 사람들 못지않게 돈을 더러워 하며 싫어 사람들도 많다는 걸 발견했다. 똥과 돈은 참 억울할 것 같다. 세상에서 사회로 나와 실컷 이용당하다 처절할 정도로 버려지기 않는가. 똥은 더럽다고 버려진다. 먹는 음식이 똥의 도움으로 만들어 졌다는 것을 알지만 방금 전까지 뱃속에 똥을 가득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혐오한다. 요리에는 온갖 찬사를 쏟아 붓다가도 똥은 혐오한다. 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자신이 가진 돈은 순수하다 여기고 돈 앞에서는 영혼이라도 팔듯 하다가도, 돈 가진 자들에 대한 분노를 쏟으며 돈은 철저하게 증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자신들이 가질 수 있는 건 음식이고 순수한 돈이다가도, 자신들이 버릴 똥과 가질 수 없는 돈은 혐오하고 증오한다. 사람들은 동전 뒤집기 귀재들이다. 똥본위화폐가 돈이라고 하니 왜 하필 돈이냐 비아냥 그렸던 사람들이 설명을 듣고는 제대로 된 돈이 아니라고 실망한다. 사라지고 저장할 수 없는 게 돈이 맞기는 하냐고 반문한다. 왜 꼭 나눠야 하냐고 부정적이든 사람들도 외국 유명대학 랩에서 발표한 초연결사회 이론에는 열광한다. 일부 공동체에서는 지역성을 살리는 지역화폐 역할 하려면 현금화가 가능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래서 똥본위화폐는 힘들단다. 요지경 세상이다. 디지털화폐는 생태주의적 삶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받는다. 디지털 언어를 핸드폰, 컴퓨터와 혼돈하는 듯 하다. 똥본위화폐는 이레저레 고생이 많다.

그가 던진 150 구속이 넘는 강속구는 무한한 사랑이었다. (고)최동원 선수의 강속구 같은 똥본위화폐로 세상에 기억되고 싶다.
그가 던진 150 구속이 넘는 강속구는 무한한 사랑이었다. 고 최동원 선수의 강속구 같은 똥본위화폐로 세상에 기억되고 싶다. 삽화=전지우

“자연을 돌고 도는 물질 같은 존재, 똥본위화폐”

똥본위화폐는 영국 art.earth 출판사에서 2020년 영문 책으로 출판되었다. 디지털 플랫폼도 만들어져 울산 구영리 일부 가게와 유니스트 캠퍼스에서 무인꿀숍, 건강센터 한의클리닉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영국 로이터통신에 올해 8월 소개된 이후에는 30여개국 250여 매체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똥본위화폐의 현실은 밝지 않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사이언스월든 센터 연구가 마무리되는 내년 이후에는 흔적 없이 사라질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 보인다. 섣부르고 어쭙잖은 기대감을 가지기 보다는 똥본위화폐는 시간 속으로 보내주는 것도 꼭 나쁜 건 아니다. 똥본위화폐는 이미 사라진 존재일지도 모른다.

똥본위화폐는 자연을 돌고 도는 물질 같은 존재이다. 자연 속 물질이라 눈에 잘 띄지 않아도 된다고 여겼다. 쓰려고 하면 없는 똥, 좇을수록 멀리 도망가는 돈이 아니라 언제나 옆에 있어 주는 존재 말이다. 사용하면 할수록 자연과 사람의 마음이 이해되는 돈이 하나쯤 있었으면 했다. 지금까지의 세상에선 숭고한 뜻과 가치로운 의미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면, 디지털 세상에서는 편하고 재밌고 아름다운 공간과 시간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그 순간 뜻과 의미가 생긴다. 그리고 지금 시대는 디지털세대와 디지털을 배우는 세대가 혼존하는 역사 속 유일한 과도기이다. 20년, 길어야 30년 쯤 지나면 디지털세대로 모두 바뀌게 된다. 디지털 세상, 탈인류세 시대 새로운 의미 개념으로 살아갈 인류를 상상하기 쉽지 않지만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 그들이 자칫 놓칠 수 있는 돈 하나를 만들어 선물하고 싶었다. 푸세식 화장실도 사용해 보고 수세식화장실을 쓰고 있으며, 종이 입력카드로 전산을 배웠고 8비트, 16비트 컴퓨터로 논문을 썼으며, 천리안으로 통신하고 이메일 시절에 적응하면서 마침내 핸드폰 SNS로 동창들과 소통하는 “디지털을 배워야 하는 세대”, “낀 과도기 세대”만이 가질 수 있는 감각으로 만든 돈도 미래 디지털세대에게 필요할지 모른다고 믿고 싶다. 디지털세대가 받아줄지 아직 알 순 없지만 준 사람이 드러나지 않는 선물이 멋지지 않은가. 시간이 지난 후 그들이 천천히 뜯어보았으면 한다.

모자란 글 연재를 허락해준 불교닷컴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비록 작년에 써 둔 글들이 연재되었지만 중간 공동체 부분을 새롭게 썼고 매회마다 전지우 작가님의 삽화에 설명을 붙여 추가했다. 이 글의 주인으로 귀한 손님을 맞았으니 글들은 시간 속으로 흘러가고 난 나의 시간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제대로 된 글로 대중들을 만나보지 못한 초보 연재자였다. 거칠고 모자란 글을 읽어준 분이 계시다면 그것만으로도 전 행복해 진다. 이제 똥본위화폐 연재글들을 떠나보내면서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고마움을 드린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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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원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법명은 원광(圓光).
과학예술융합 연구센터 사이언스월든 센터장을 2015년 이후 맡고 있다. 2016년, 2017년 씽크탱크 Edge 재단에 ‘똥본위화폐’, ‘중용의 비움’ 에세이를 발표했다. 통일부 (사)북한물문제연구회 창립멤버로서 북한주민이 겪고 있는 물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또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물이 부족하고 수질이 나쁜 작은 마을에 전기없이도 안전한 물을 생산할 수 있는 ‘옹달샘’ 정수기 공급프로젝트를 2006년 이후 진행하고 있다. 저술로는 <이것은 변기가 아닙니다>(2021년, 개마고원)과 <금간 거울 산산조각 내기>(2020년, 파티)가 있다. 사이언스월든 센터 웹: ScienceWalde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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