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의 위기와 불교의 대안] 8. 담론과 헤게모니 투쟁(1)
[불평등의 위기와 불교의 대안] 8. 담론과 헤게모니 투쟁(1)
  • 이도흠 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
  • 승인 2021.10.05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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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 공동체로 산 인류

담론 및 헤게모니 투쟁 또한 필요하다.

1. 인류는 700만 년의 역사 가운데 99.99%의 시간을 평등한 공동체로 살았다.

인류 역사 700만 년 가운데 불평등한 사회는 대략 0.0857%인 6,000여 년에 지나지 않는다. 돈이 신이 되고 소외를 심화하고 자본이 노동자가 생산한 잉여가치를 착취하는 자본주의 체제는 대략 0.0057%인 400년에 불과하다. 특히,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나 이집트 문명에 앞서서 기원전 9,400년경부터 농경을 하고 도시문명을 건설한 터키의 차탈회유크 유적을 보면, 집과 곳간의 크기가 같았고 소유물도 똑같았다. 평등한 공동체를 추구하는 것은 빨갱이식 발상도, 과격한 주장도, 현실성이 없는 꿈도 아니다. 그것이 인류의 본래 모습이고 불평등한 사회가 찰나의 일탈이다.

2. 세대갈등은 피상이고 본질은 계급갈등이다.

불평등이 계급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청년 실업이 증대하면서 『88만원 세대』를 비롯하여 이들의 열악한 상황을 대변하는 담론들이 연이어서 출간되었으며, 이들의 대척점에 ‘386세대’를 설정하고 이들을 비판하는 담론도 봇물을 이루었다. 조국 사태로 386세대와 청년 세대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다시 세대담론이 부상하였으며, 장안의 화제가 된 대표적인 저서가 이철승의 『불평등의 세대』다.

“첫째는 거대한 베이비붐 세대가 위계 구조 상층을 독점하면서, 유교적 연공 사회의 대전제인 ‘세대교체’의 틀이 무너지고 있다…둘째, 세대 네트워크 내부에 속한 386 세대 상층 리더들과, 거기에 속하지 못한 동 세대 하층 및 다른 세대들 간의 정치·경제적 권력 자원의 격차가 커지면서 세대 내 그리고 세대 간 불평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셋째, 최대 규모의, 최고의 응집성과 연계성을 가진 세대 네트워크가 국가와 경제, 시민사회의 상층권력을 장악하고, 동시에 그 ‘세대 네트워크’가 ‘위계구조’와 결합하면서, 386세대 상층 간 조직 내부 및 조직 간의 지대 추구 행위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철승은 불평등의 문제를 세대의 프리즘으로 분석하였다. 386세대가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벼농사로부터 기원되고 유교사회에서 체계화한 위계와 결합하여 386세대 네트워크 위계를 형성하고 이들이 위계 구조의 상층을 독점하면서 다른 세대와 격차를 크게 벌렸고, 그 결과 불평등을 심화하였다는 것이다. 기존의 세대론과 달리 386세대가 저항 네트워크를 만들어 시민사회와 국가를 점유해가는 과정과 정보와 조직의 우위를 바탕으로 권력 자원을 축적하면서 불평등의 생산자이자 수혜자로 등극하는 과정, 이에 의하여 청년과 여성이 희생당한 양상에 대해 추론만이 아니라 실증적 연구를 겸하고 있기에, 설득력을 가질 뿐만 아니라 여러 부분에서 그동안 미처 보지 못하였던 모순의 실상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이 연구는 전반적으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철승이 언급한 이들이 386 전체를 대표할 수 없다.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이들은 1960년대 출생자 가운데 30%대에 지나지 않으며, 그 대학생 가운데 민주화 운동에 가담한 이들은 대략 10% 남짓이며, 소위 운동권 가운데 민주당이나 유사한 노선에 있는 참여연대 등의 시민사회단체로 간 사람은 그 중에서도 1%도 안 된다. 또, 386세대가 다른 세대보다 더 강한 권력을 형성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세대든 30대의 엘리트들이 50대가 되면 시장과 정치권력에서 상층을 형성하며 한국 사회의 특성상 위계와 결합한다. 이인영, 임종석, 송영길, 박원순을 비롯한 386세대의 엘리트들이 강력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권력 자원을 축적하고 상층으로 진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한국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것처럼 묘사한 것은 착각이거나 조작이다. 386이 시장의 장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권력은 재벌에 비하여 미미하며, 정치의 장에서 권력은 산업화 세력, 보수정당과 관료와 분점하고 있다. 시민사회의 장에서 권력은 참여연대를 비롯하여 친민주당이거나 자유주의 노선을 걷는 시민사회 단체에서만 힘을 발휘하며, 이들 단체는 진보적인 시민사회 단체와 운동의 노선, 전략과 전술을 놓고 늘 대립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철승은 이를 무시한 채 과대포장하고 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연구가 환원론에 빠졌다는 것이다. 사회과학에서 이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결과에 해석을 맞추지 말고 결과를 야기한 여러 변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하는데, 이철승은 학벌이라는 변인을 소거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의 학벌체계가 정치권력과 시민사회의 권력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제1요인데 이를 무시하고 있다. 이철승이 예로 든 386의 엘리트들은 모두 명문대의 엘리트들이다. 필자는 지금 20대인 명문대의 엘리트들에 대해 30년 뒤에 연구를 수행해도 디지털 사회의 변화로 위계에 대해서만 약간 차이를 보일 뿐, 이철승의 연구와 똑같은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무엇보다 세대 사이의 불평등은 과장되거나 왜곡된 것이고, 세대 안에서 계급에 따른 불평등이 압도한다.

“1998년도 제1차 노동패널자료에서 밝혀진 점은 전체 불평등 가운데 세대 간 불평등은 전체 불평등의 약 12%로 그다지 크지 않았으며, 각 연령 코호트 내의 불평등에 의해서 나머지 88% 정도의 불평등이 설명된다는 사실이다. 세대 내 불평등에서는 40~49세에서 가장 불평등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연령 코호트 내의 불평등이 전체 불평등의 약 1/3 정도를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88만원세대’ 논의와는 달리, 2007년 전체 불평등에서 세대 간 불평등에 의해서 설명되는 부분은 3.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여전히 전체 불평등에서 세대 내 불평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컸고, 그중에서도 특히 40대 내의 불평등이 전체 불평등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점은 비록 20대와 30대나 40대와의 평균 근로소득 격차가 크지만, 각 세대 내에서의 격차가 대단히 커서 세대 간 격차를 압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일부 학자들에 의해서 세대 간 전쟁이라고 부른 세대 간 불평등 문제는 실제와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세대 간 불평등은 실제로 그다지 크지 않으며, 세대 내 불평등이 가장 중요한 불평등 요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경제활동이 활발한 연령 코호트인 30대와 40대의 세내 내 불평등이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세대 간 불평등은 상당히 과장되고 또한 왜곡되었다고 볼 수 있다.”

위의 신광영의 결론은 전국에서 5,000가구를 추출하여 동일한 가구와 가구원을 대상으로 10년 동안 매년 추적 조사한 노동임금패널 자료에 대해 각 연령 코호트의 근로소득 변화를 분석한 것이기에 실증적으로 객관적 타당성을 갖는다. 이철승은 386세대가 지대추구를 할 것이라는 가설이 자신이 행한 실증적 연구에서도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386세대 내부의 높은 네트워크 밀도와 강도로 인한 지대 추구행위가 증대되었다는 ‘실증에 기반한’ 결론을 도출해낼 수는 없다. 다만, … 이들 또한 지대 추구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심지어는 사회 개혁을 위해 자신들이 구축한 연대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대 추구가 더욱 용이해질 수 있다는 경고는 가능하다.”라며 이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신광영이 10년 동안의 실증적 분석을 통하여 잘 파악한 대로, 세대 사이의 불평등이 존재하지만 이는 아직 미약한 수준이고 계급에 따른 불평등과 갈등이 이를 압도하는 것이 실제 현실이다.

불평등에 대한 세대담론은 청년층의 좌절과 절망을 껴안거나 동원하려는 열망과 민주당 집권기마다 실세로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386세대에 대한 보수적 학자나 언론의 비판이나 진보진영의 성찰이 맞물려 빚어놓은 신화다. 민주당을 포함한 기득권 동맹은 계급갈등을 지역갈등이나 세대갈등으로 대체하고 진보적인 담론들을 ‘용공, 빨갱이, 종북’으로 매도하여 진보운동을 무력화하며 권력, 자본,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대담론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계급갈등을 세대갈등으로 대체하는 ‘모순의 전위(displacement)’를 일으켜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체제가 야기한 주요모순인 극단적인 불평등과 계급갈등, 이를 인식하는 데서 비롯된 계급의식, 이에 기반한 노동운동과 진보운동을 거세하는 지배담론으로 기능을 한다.

그럼에도 세대담론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좌파들이 인정해야 하는 것이 한국 사회가 80년대부터 이어진 재테크붐과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하여 세습자본주의와 렌트 자본주의(rentier capitalism)의 특성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세시대처럼, 방세, 집세, 임차료, 초과소득 등 지대형식의 렌트를 통한 불로소득이 점점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 청년들의 꿈은 어엿한 건물을 소유해 평생 일자리 걱정 없이 월세 수금만으로 풍요롭게 사는 것이다. 현실은 대학생이나 청년노동자 때부터 기숙사, 학교나 회사/공장 인근의 룸을 빌려 사용하고, 결혼을 해서도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채 월세나 전세로 소득의 일부를 수탈당하며 평생을 살아야 한다. 이들은 집주인인 기성세대와 금수저들에게 적대적일 수밖에 없다. “시장으로 표현되는 인간의 경제활동이 렌트에 지배되면 시민들은 렌트 추구에 몰입하게 되고 신뢰, 협력보다는 부패와 관계망 등이 시민사회의 지배적 가치가 된다. 이 지점에서 청년들은 내적 모순을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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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흠 교수
<화쟁기호학, 이론과 실제 - 화쟁사상을 통한 형식주의와 마르크시즘의 종합>, 인류의 위기에 대한 원효와 마르크스의 대화>, <신라인의 마음으로 삼국유사를 읽는다> 등을 썼고, 틱낫한의 <엄마>를 번역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 계간 <불교평론> 편집위원장, 계간 <문학과 경계> 주간, 한양대 한국학연구소 소장, 정의평화불교연대 상임대표를 역임했다. 한국기호학회 회장과 한국언어문화학회 회장을 지냈고, 한국시가학회 회장을 재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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