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신라 말에 개성을 지나가다가 왕건의 생가를 풍수에 맞게 지어주었던 도선국사, <고려사>에 그 이야기와 훈요십조의 내용이 실려 있다. 도선국사 풍수의 핵심은 전국토를 대상으로 땅의 기운이 약한 곳에는 절을 지어 기운을 북돋우어주고, 기운이 센 곳에는 탑을 쌓아 땅의 기운을 억눌러주어 나라가 부강해지고 백성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사는 불국토를 만드는 방편이었다.
도선국사 풍수의 압권은 비보풍수이다. 자연 그대로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약한 곳은 보충하고, 빈 곳은 지형을 만들어 마을의 기운이 성성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예로부터 전국적으로 숲정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숲정이는 마을사람들이 조성한 숲으로 방풍림 또는 좌청룡이나 우백호 또는 안산이 부실하거나 없을 경우 이를 보완하거나 대신하기 위해 숲을 조성하였다.
함양읍에 최치원이 조성한 상림(上林), 영주 무실마을의 이중수(里中藪), 하회마을의 낙동강변에 류성룡의 형 류운룡이 조성한 만송정 등 그 예가 수없이 많다. 해남읍의 서림과 광양의 광양읍수는 방풍림으로 조성한 것으로 이 또한 비보풍수의 한 방편이다. 나무는 차폐통풍을 위해 요긴한 비보물이었다. 물을 다스려야 하는 곳에는 저수지를 만들고, 산이 없는 곳에는 조산으로 땅의 기운을 북돋우었다. 안동 임하면 내앞마을에는 인공으로 만든 연못이 있고 개호송 섬이 있다. 내앞마을은 물이 많은 지층이어서 습기가 많으므로 이를 완화하기 위해 마을 입구에 못을 파서 물이 빠지게 하였다. 마을입구에 안산이 없어 허하므로 마을에 기운을 돋우기 위해 김만근이 산을 만든 것[造山]이 개호송 섬이다.
대도시는 땅이 부족하므로 연못을 메워 대지로 사용해야 하므로 못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고, 개천도 복개하여 도로로 사용하고 있으며, 산은 평탄화 작업으로 택지로 개발했다. 자연이 파괴되고 매몰되는 대도시에 명당이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풍수지형으로 명당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튼튼하고 위생적이며 안정적인 주거공간을 공급하고, 교량과 터널로 도로를 건설하여 교통을 편리하게 하고, 학교를 세워 교육의 혜택을 늘리고, 병원을 지어 질병의 고통을 없애주고, 양판점을 늘려 식료품과 상품의 획득을 용이하게 만들어주고, 다양한 일자리를 공급하여 사람들이 각자 자기적성에 맞는 직업으로 안정된 경제생활을 하게 하는 것이 바로 분업을 통한 대도시의 비보풍수시스템이다. 현대의 빌딩은 공간이 폐쇄적인인데, 가습기, 제습기, 환풍기, 에어콘, 난방기, 냉장고, 상하수도, 산소발생기 등등의 가전제품이 자연지형을 대신하여 쾌적한 공간을 만들고 있다. 시스템이 자연지형을 대신하여 명당(?)을 만드는 곳이 대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