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사망자 증가 이유는 빈곤…기억·추모 금지 말아야”
“무연고 사망자 증가 이유는 빈곤…기억·추모 금지 말아야”
  • 서현욱 기자
  • 승인 2021.10.15 16: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계종사회노동위·빈곤철폐의날 조직위 15일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집서
“존엄한 마무리 대책 마련·무연고사 만들지 않도록 ‘장사법’ 개정 촉구”
15일 오전 11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지몽 스님)와 돈의동주민협동회, 동자동사랑방 , 빈곤사회연대, 사랑방마을주민협의회, 양동쪽방주민회, 홈리스행동 관계자 등 50여명이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집’ 앞에서 ‘제5회 2021년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위령제’를 봉행했다.



경기도 파주 용미리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100구역. 간판도 알림판도 없는 단층의 작은 건물이 있다. 문은 디지털 도어락으로 굳게 잠겼다. 건물 옆에는 간이 화장실이 소변기가 개방된 채 자리했다. 이곳은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에도 잘 검색되지 않는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하는 장사시설인 용미리 추모공원으로 들어가는 도로변에서 약 50미터 오르다 보면 우측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집’으로 불린다. 이 안에는 2000여명으로 추정되는 무연고 사망자의 유골이 모셔져 있다. 여느 납골시설과 다르다. 마치 도서관 서고와 비슷한 시설에 유골함을 안치했다. 손잡이를 돌려야 유골함이 보이고 진열대와 진열대 사이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지나다닐 공간이 나온다. ‘추모의 집’이지만 추모 시설이 없어 추모하거나 기억할 사람들의 발걸음을 차단한다.

15일 오전 11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지몽 스님)와 돈의동주민협동회, 동자동사랑방 , 빈곤사회연대, 사랑방마을주민협의회, 양동쪽방주민회, 홈리스행동 관계자 등 50여명이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집’ 앞에 모였다. ‘제5회 2021년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위령제’를 모시기 위해서다. 이날 위령제는 10.17빈곤철폐의날 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이 주관했다. 합동위령제는 빈곤과 사회적 고림 속에서 삶을 마감한 무연고사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이 같은 죽음을 예방하기 위한 의지를 다지는 자리로 마련됐다. 2017년부터 매년 열고 있다. 올해로 다섯 번째 위령제다.

추모의 집은 이날 굳게 잠겼다. 코로나19 감염병 예방과 시설정비를 위해 개방하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곳은 매년 단 한 차례 문을 연다. 추모제가 있을 때다. 무연고 사망자라지만, 함께 알고 지낸 쪽방촌 거주자나, 같이 노숙을 하던 이들이 존재한다. 이곳에 모셔진 벗이자 같은 처지의 망자를 추모할 수 없다. 몸 서리치는 빈곤에 이들은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 집에 모셔진 무연고 사망자들이 겪은 일들이 남의 일 같지 않다.



경기도 파주 용미리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100구역.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 집. 간판도 알림판도 없고, 1년에 한 차례만 문을 연다. 추모시설도 없는 곳이다. 추모의 집 내부는 도서관 서고 시설에 책이 꽂혀 있듯, 무연고 사망자들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다.



3052명.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난해 시신을 인수할 사람이 없었던 '무연고 사망자' 숫자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숨진 무연고 사망자는 총 3052명으로 집계됐다. 3년 전인 지난 2017년(2008명)보다 1.5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2017년엔 1008명, 2018년엔 2447명이 무연고 사망자다. 올 8월 기준으로도 이미 2천 명 가까운 무연고 사망자(1951명)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가족 등 연고자가 있지만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사례가 해마다 늘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는 통상 △연고 없음 △연고 모름 △연고자가 있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 등 3가지로 분류한다.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의 '10명 중 7명'(70.9%·2165명) 이상은 연고자가 시신 인계를 거부한 경우였다. 올해 8월 기준 발생 사례도 70.8%(1382명)나 해당된다.

무연고 사망자의 시신 처리와 장례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에 따라 각 지자체가 지원토록 돼있다. 전국적으로 이들의 장례를 지원하기 위한 조례를 둔 지방자치단체도 현저히 적은 데다 지역별 편차가 수십 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무연고 사망자나 장례를 치를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에게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공영장례' 관련 조례를 둔 광역자치단체는 17곳 중 7곳(41%)에 불과했다. 기초자치단체 역시 228곳 중 49곳에 그쳐 전국 지자체 245곳 가운데 56곳(22.8%)만이 기반을 마련하고 있었다.

공영장례란 무연고자나 빈곤층 사망자가 별도의 장례절차 없이 안치실에서 화장장으로 직행하는 직장(直葬) 방식이 아니라 온전한 장례식을 치를 수 있도록 공공이 직접 시간과 공간을 보장하는 제도다.

실제 공영장례가 실시되고 있는 지자체별로 투입하는 재정 편차도 컸다. 올 8월 기준 관련 조례를 둔 56곳, 따로 조례가 없는 18곳 등 총 74곳의 지자체가 치른 공영장례는 2195건으로 집계됐다. 1인당 평균 공영장례 지원 단가는 최저 4만 원(광주광역시 남구)에서 최고 200만 원(경기도 부천시)으로 50배 이상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영장례에 대한 지자체별 최저액와 최고액의 차이도 2017년 28배, 2021년 8월 50배에 이르는 등 지자체별 지원 차이가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령제에서 절을 올리는 쪽방촌 주민.



1017빈곤철폐의날조직위원회와, 조계종 사회노동위 등 7개 단체와 연대체 관계자들은 위령제와 함께 “무연고 사망자의 존엄한 마무리를 위한 대책과 무연고사를 만들지 않는 사회를 만들 것”을 요구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지몽 스님과 시경·동신·혜문·서원·유엄 스님이 무연고사망자를 위한 기도의식을 봉행했다.

지몽 스님은 “무연고자 사망의 가장 큰 현실적 원인은 경제적 빈곤”이라며 “가난하다는 이유로 살아서, 죽어서도 불평등 차별받는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고 했다.

스님은 “공영장례 조례가 있는 지자체는 절반도 안 되고, 사망 후 연고자 인수 의사를 확인하고 장례를 치르는 데 최대 1년까지 걸리는 실정이어서 무연고자의 시신은 차가운 안치실에 방치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스님은 “보건복지부는 무연고 사망자와 장례를 치를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 분들이 마지막 가시는 길에 최소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앞장서서 체계적인 세심한 공영장례 지침을 마련해 전국적 제도화해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또 가난으로 치료받지 못하고 고통 받다 돌아가시는 분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는 하루 빨리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무연고 사망자 위패를 들고 추모의집을 도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 지몽 스님과 위령제 참석자들.



지몽 스님은 “무연고자 추모의 집 앞에는 소박하게 꽃 한 송이 올릴 자리조차 없다.”며 “사회적 애도와 추모 공간이 마련되길 발원한다.”고 했다.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과 참석자들은 서원 스님의 염불과 요령 소리, 그리고 동신 스님의 목탁 소리에 맞춰 무연고 사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염불이 진행되는 동안 참석자들이 한 명씩 ‘무연고 사망자’라고 적힌 위폐가 모셔진 제단 앞에 엎드려 절하고, 울며 그들을 기억했다. 염불 후 지몽 스님이 무연고 사망자 위퍠를 들고 추모의집을 한 바퀴 돌고 위패를 태우는 것으로 기도의식을 회향했다.



요령을 흔들며 염불하는 서원 스님과 목탁을 치는 동신 스님(오른쪽부터)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주관한 기도법회 후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의 사회로 무연고 사망자들을 위한 추모문화제가 이어졌다.

서울 동자동 쪽방 주민인 정대철 씨는(사랑방마을주민협의회 사업이사)는 불편한 몸을 이끌며 지난해 생을 마감한 동자동 쪽방촌 주민 유영기 씨(사랑방마을주민협의회 이사장)의 죽음을 애도했다.

정 씨는 “유영기 이사장은 다른 사람이 아프면 병원에 동행했지만 본인이 아픈 것은 내색하지 않았고 혼자 아픔을 견디다가 죽어가면서도, 코로나19로 병문안도 못하는 사이 쓸쓸히 돌아가셨다.”고 했다.

이어 정 씨는 “올해 돌아가신 한정민 님은 ‘욕실이 잇는 집에서 살고 싶다’고 했었다. 사랑방마을 주민협동회 사무실을 정리 정돈하고 청소하고 주민들에게 열심히 인사했던 그분은 인사병원에도 가지 않고 어느 날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전해 들었다.”고 했다.



추모사를 하는 서울 동자동 쪽방 주민인 정대철 씨(사랑방마을주민협의회 사업이사).



그는 “우리 동네는 아픈 분들이 많아 주민들이 자주 돌아가신다. 누군가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게시판에 붙이면 마음 아프고 남의 일 같지 않아 가슴도 철렁 내려앉는다.”고 했다.

양동쪽방 주민 홍관수 씨(양동 쪽방주민회 장례위원)는 “양동쪽방 주민회를 만들고 장례위원회를 만들었다.”며 “많은 주민들이 쪽방이나 병원에서 돌아가시는 데 대부분 연고자가 없어 주민들이 무연고 공영장례에 라도 참석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만 양동 쪽방촌서 살다가 돌아가신 분들이 파악된 분들만 15명”이라며 “가족이 시신을 인수한 경우는 한 차례분이고, 나머지 분들은 모두 서울시 무연고 공영장례로 모셔 주민회가 참여해 상주 역할도 하고 관도 이운하고 산골도 하면서 장례를 치렀다.”고 했다.

또 “올해 제가 참석한 공영장례만 열 번이 넘는다. 안타깝지만 마지막 가시는 길 외롭지 않도록 주민회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돌아가신 분들에게 정성으로 술 한잔 올리고 마지막 길 배웅하는 것 뿐”이라고 했다.



추모사를 하는 양동쪽방 주민 홍관수 씨(양동 쪽방주민회 장례위원).



그러면서 “유족의 인수 거부로 봉안되지 못하고 산골된 주민들도 많다”며 한 분한 분의 이름을 부르며 추모했다.

요지 씨(아랫마을 홈리스야학 학생회장)도 잔을 올리고 세상을 달리한 무연고 사망자들을 추모했다.

그는 10년 전 경기도 광주에서 노숙할 때, 노숙인의 명의를 도용하는 일당이 잠자리와 일자리를 구해준다는 말에 속아 살았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당시 명의도용 일당에게 속아 살 때 자신과 마찬가지로 속고 사는 한 노숙인에게 명의도용 등 사실을 설명하자 낙담한 아저씨가 밥도 굶고 술로 연명하다가 홀로 사망했다.



추모사를 하는 요지 씨(아랫마을 홈리스야학 학생회장).



요지 씨는 “명의도용 얘기만 하지 않았어도 그 아저씨가 죽지 않고 더 살았을 것 같아 후회했다.”며 “아저씨의 죽음이 저를 일당들에게 풀려나게 한 것 같아 더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당시 가족이 아니면 장례를 치를 수 없었다. 장례비용도 비싸서 무연고 사망자로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지난해 서울시는 가족이 아니더라도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지침이 생겼다고 들었다. 이런 제도가 전국적으로 마련되면, 무연고 사망자가 줄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허미라 씨(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조합원)는 “같이 어울리던 이웃이 잠든 곳, 위로를 받고 힘을 키우기 위해 왔다. 여러분들처럼 이곳에 계신 분들은 가난으로 차별로 연고를 끊어내고 단절을 응원하는 듯한 사회에서 저희는 무연고라는 뱃지를 가졌지만 우리는 서로가 연고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모였다.”고 했다.



연대사를 하는 허미라 씨(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조합원).



이어 “없는 사람처럼 기억하지 않으려고 하니 기억하는 사람처럼 모였다. 우리가 연고라고 말하기 위해 곁에 있기 위해, 우리의 삶은 우리의 것이기에 모였다. 우리 어머니 병실에도 장례식에도 쪽방 주민들이 와 주셨다. 저는 죄인 같았다. 그러나 우리는 이웃이고 연고자이다. 함께하고 있다. 잠든 이웃과 우리가 이웃이 되어 고맙고 곁을 품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살아가겠다.”고 했다.

“무연고 사망자 양산하는 빈곤을 철폐하자”

조계종 사회노동위 부위원장 혜문 스님과 사랑방마을 주민협동회 김정호 이사장은 결의문을 통해 이 같이 원했다.

혜문 스님은 “우리의 추모는 쓸쓸했을 고인들의 마지막 순간을 애도하는 데 그칠 수 없다. 홀로 떠나는 마무리를 예고하는 가난한 삶이 바뀌지 않는 한 추모는 어떠한 변화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라며 “증가하는 무연고 사망자의 문제는 관계가 아닌 연고자로 하여 장례조차 포기하게 하는 명백한 빈곤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스님은 “기억과 추모를 가로막는 장사행정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무연고자의 유골은 산골 후 집단 매장되어 누군가의 애도를 위한 상징적 장소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무연고 추모의 집에 봉안된 이들을 추모할 수 없으며, 서울시는 이곳을 상시 폐쇄하여 시민의 추모를 가로 막고 있다. 기억과 무초를 금지할 권한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고 했다.



결의문을 낭독하는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 혜문 스님과 김정호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이사장.



김정호 이사장도 “17개 광역시도 중 공영 장례 조체를 갖춘 곳은 절반을 갓 넘는 9개 시도에 불과하다.”며 “보건위생상의 과제로 다룰 뿐 적정 수준의 장례를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징계방계혈족 중심으로 연고자 규정으로 사회적 유대가 깊은 사람이 장례를 치르거나 생전의 고인 뜻대로 장례를 치르는 것도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족 대신 장례를 치르거나 내뜻대로 장례를 통해 존엄한 마무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늘어나는 무연고 사망자의 숫자는 깊어 가는 빈곤을 처참하게 드러내는 증표로, 무연고 사망자의 실체인 빈곤을 철폐하자.”고 했다.

이날 위령제와 추모문화제는 결의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회향했다.
 



위패를 소전하는 지몽 스님.





위령제 참석자들.











사회를 보는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15일 오전 11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지몽 스님)와 돈의동주민협동회, 동자동사랑방 , 빈곤사회연대, 사랑방마을주민협의회, 양동쪽방주민회, 홈리스행동 관계자 등 50여명이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집’ 앞에서 ‘제5회 2021년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위령제’를 봉행했다.

경기도 파주 용미리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100구역. 간판도 알림판도 없는 단층의 작은 건물이 있다. 문은 디지털 도어락으로 굳게 잠겼다. 건물 옆에는 간이 화장실이 소변기가 개방된 채 자리했다. 이곳은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에도 잘 검색되지 않는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하는 장사시설인 용미리 추모공원으로 들어가는 도로변에서 약 50미터 오르다 보면 우측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집’으로 불린다. 이 안에는 2000여명으로 추정되는 무연고 사망자의 유골이 모셔져 있다. 여느 납골시설과 다르다. 마치 도서관 서고와 비슷한 시설에 유골함을 안치했다. 손잡이를 돌려야 유골함이 보이고 진열대와 진열대 사이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지나다닐 공간이 나온다. ‘추모의 집’이지만 추모 시설이 없어 추모하거나 기억할 사람들의 발걸음을 차단한다.

15일 오전 11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지몽 스님)와 돈의동주민협동회, 동자동사랑방 , 빈곤사회연대, 사랑방마을주민협의회, 양동쪽방주민회, 홈리스행동 관계자 등 50여명이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집’ 앞에 모였다. ‘제5회 2021년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위령제’를 모시기 위해서다. 이날 위령제는 10.17빈곤철폐의날 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이 주관했다. 합동위령제는 빈곤과 사회적 고림 속에서 삶을 마감한 무연고사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이 같은 죽음을 예방하기 위한 의지를 다지는 자리로 마련됐다. 2017년부터 매년 열고 있다. 올해로 다섯 번째 위령제다.

추모의 집은 이날 굳게 잠겼다. 코로나19 감염병 예방과 시설정비를 위해 개방하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곳은 매년 단 한 차례 문을 연다. 추모제가 있을 때다. 무연고 사망자라지만, 함께 알고 지낸 쪽방촌 거주자나, 같이 노숙을 하던 이들이 존재한다. 이곳에 모셔진 벗이자 같은 처지의 망자를 추모할 수 없다. 몸 서리치는 빈곤에 이들은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 집에 모셔진 무연고 사망자들이 겪은 일들이 남의 일 같지 않다.

경기도 파주 용미리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100구역.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 집. 간판도 알림판도 없고, 1년에 한 차례만 문을 연다. 추모시설도 없는 곳이다.
경기도 파주 용미리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100구역.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 집. 간판도 알림판도 없고, 1년에 한 차례만 문을 연다. 추모시설도 없는 곳이다. 추모의 집 내부는 도서관 서고 시설에 책이 꽂혀 있듯, 무연고 사망자들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다.

3052명.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난해 시신을 인수할 사람이 없었던 '무연고 사망자' 숫자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숨진 무연고 사망자는 총 3052명으로 집계됐다. 3년 전인 지난 2017년(2008명)보다 1.5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2017년엔 1008명, 2018년엔 2447명이 무연고 사망자다. 올 8월 기준으로도 이미 2천 명 가까운 무연고 사망자(1951명)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가족 등 연고자가 있지만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사례가 해마다 늘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는 통상 △연고 없음 △연고 모름 △연고자가 있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 등 3가지로 분류한다.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의 '10명 중 7명'(70.9%·2165명) 이상은 연고자가 시신 인계를 거부한 경우였다. 올해 8월 기준 발생 사례도 70.8%(1382명)나 해당된다.

무연고 사망자의 시신 처리와 장례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에 따라 각 지자체가 지원토록 돼있다. 전국적으로 이들의 장례를 지원하기 위한 조례를 둔 지방자치단체도 현저히 적은 데다 지역별 편차가 수십 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무연고 사망자나 장례를 치를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에게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공영장례' 관련 조례를 둔 광역자치단체는 17곳 중 7곳(41%)에 불과했다. 기초자치단체 역시 228곳 중 49곳에 그쳐 전국 지자체 245곳 가운데 56곳(22.8%)만이 기반을 마련하고 있었다.

공영장례란 무연고자나 빈곤층 사망자가 별도의 장례절차 없이 안치실에서 화장장으로 직행하는 직장(直葬) 방식이 아니라 온전한 장례식을 치를 수 있도록 공공이 직접 시간과 공간을 보장하는 제도다.

실제 공영장례가 실시되고 있는 지자체별로 투입하는 재정 편차도 컸다. 올 8월 기준 관련 조례를 둔 56곳, 따로 조례가 없는 18곳 등 총 74곳의 지자체가 치른 공영장례는 2195건으로 집계됐다. 1인당 평균 공영장례 지원 단가는 최저 4만 원(광주광역시 남구)에서 최고 200만 원(경기도 부천시)으로 50배 이상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영장례에 대한 지자체별 최저액와 최고액의 차이도 2017년 28배, 2021년 8월 50배에 이르는 등 지자체별 지원 차이가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령제에서 절을 올리는 쪽방촌 주민.
위령제에서 절을 올리는 쪽방촌 주민.

1017빈곤철폐의날조직위원회와, 조계종 사회노동위 등 7개 단체와 연대체 관계자들은 위령제와 함께 “무연고 사망자의 존엄한 마무리를 위한 대책과 무연고사를 만들지 않는 사회를 만들 것”을 요구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지몽 스님과 시경·동신·혜문·서원·유엄 스님이 무연고사망자를 위한 기도의식을 봉행했다.

지몽 스님은 “무연고자 사망의 가장 큰 현실적 원인은 경제적 빈곤”이라며 “가난하다는 이유로 살아서, 죽어서도 불평등 차별받는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고 했다.

스님은 “공영장례 조례가 있는 지자체는 절반도 안 되고, 사망 후 연고자 인수 의사를 확인하고 장례를 치르는 데 최대 1년까지 걸리는 실정이어서 무연고자의 시신은 차가운 안치실에 방치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스님은 “보건복지부는 무연고 사망자와 장례를 치를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 분들이 마지막 가시는 길에 최소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앞장서서 체계적인 세심한 공영장례 지침을 마련해 전국적 제도화해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또 가난으로 치료받지 못하고 고통 받다 돌아가시는 분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는 하루 빨리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무연고 사망자 위패를 들고 추모의집을 도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 지몽 스님과 위령제 참석자들.
무연고 사망자 위패를 들고 추모의집을 도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 지몽 스님과 위령제 참석자들.

지몽 스님은 “무연고자 추모의 집 앞에는 소박하게 꽃 한 송이 올릴 자리조차 없다.”며 “사회적 애도와 추모 공간이 마련되길 발원한다.”고 했다.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과 참석자들은 서원 스님의 염불과 요령 소리, 그리고 동신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