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34. 첫 눈처럼
[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34. 첫 눈처럼
  • 전재민 시인
  • 승인 2021.11.01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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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오는 날 만난 첫사랑처럼
첫 눈에 반해 콩깍지 씌어지고
오랫동안 콩깍지가 벗어지지 않길 바랐다
 

오래 만나서
깊이 만나서
실망 하나 둘 늘고
가슴 설레 쿵쾅대던 방앗간 발동기 소리 같은 심장조차
꺼져가는 잔불 같은 미동조차 하지 않은 날에도
실망보단 희망으로
아픔보단 기쁨이 있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

손잡고 걷는 뒷모습이
이뻐 보이는 노년처럼.
 

#작가의 변
어제는 밴쿠버에서도 오로라를 찍었다면서 난리가 났다. 물론 캐나다는 위도가 높아서 에드몬튼이나 캘거리처럼 위쪽에 위치한 도시들은 오로라(노던 라이트)를 자주 접하게 된다. 유콘주의 화이트호스는 노던 라이트를 관광하기 위해 일본인들이 정말 많이도 모여 들었던 적이 있었다. 일본사람들이 특히 노던라이트를 좋아한다. 그래서 밴쿠버까지 비행기를 타고 와서 그레이헌드 버슬르 타고 프린스조지까지 와서 버스를 갈아타고, 다시 그만큼의 거리를 버스를 타고 그랜페리를 지나 화이트 호스까지 가서 3박4일 짧은 기간 동안 숙박을 하면서 오로라관광을 한다고 했다. 오래전에 프린스조지에서 비즈니스할 때 그레이헌드 버스 대합실에 기다리던 많은 일본인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물론 돈이 많은 사람들이야 비행기를 타고 와서 비행기를 타고 유콘주의 화이트 호스까지 가서 오로라관광을 하는 관광코스는 늘 인기 있는 관광코스이기도 하다.
첫 눈처럼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도 없다. 첫 눈이 오면 강아지도 팔짝팔짝 뛰어 다니면서 좋아 하듯이 안 그래도 사랑에 눈이 멀고 가슴이 멀어 버린 젊은 날엔 첫 눈이 오는 날은 설레는 데이트 날이기도 했다. 첫 눈이 오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서 캐롤이 흘러나오는 거리를 걷다가 크리스마스 영화를 보고 맛 집이라고 불리는 카페에서 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창밖에 내리는 첫 눈을 바라보는 것은 모두의 로망이었다.
그리고 함께 손을 잡고 눈이 오는 거리를 걷고 사진을 찍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첫 키스정도까지 진도도 나가면 더욱 좋고 말이다. 요즘 소위 말하는 인스턴트 사랑처럼 일회용 사랑이 아닌 정말 마음에 그리운 이를 품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런 꽃 같던 사랑을 하던 젊은이도 세월 앞에 사랑도 식고 세상에 찌들다 보면 나긋나긋하던 목소리는 쇳소리를 내면서 강한 억양의 톤만 남게 된다.
우리의 삶은 꿈을 먹고 산다. 희망을 먹고 산다. 미래엔 지금보다 나을 것이라는 기대를 쌓으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그 꿈과 희망, 미래가 하나 둘 무너지기 시작하고 나아질 날보다 나빠질 날이 더 많아지면 살아가야 할 이유를 잃게 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은 꿈과 희망을 잃고 어둠을 헤매고 일개미처럼 살아간다.
지금이 이렇게 힘들지만 다음 생엔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거야 아니면 성불하여 다시 삶을 살지 않는다면 더 좋고. 어두운 산에서 플래시 라이트를 의지하고 앞으로 나가다 손전등이 갑자기 나가게 되면 한치 앞도보지 못하게 된다. 당연히 사람들은 얼음이 된다. 마음까지 얼어 버려 어디로 가야할지 발을 떼어 움직이기조차 두려워진다. 그러다 어둠이 익숙해지면 조금씩 물체가 보이기 시작한다. 나무가 보이고 바위가 보이고….
우리가 익숙해 진 것들은 살면서 꼭 필요한 것도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습관 같은 것도 있다. 최근 내게 시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2019년 10월 뇌경색, 2020년은 치료하느라, 그리고 코로나19로 그렇게 보냈다. 그리고 2021년 10월 말 난 직장을 잃고 호수 바닥에 발이 닿은 것 같은 기분이다. 물론 이것이 바닥이 아닐 수도 있다.
폭력은 물리적 행사로 하는 폭력, 언어폭력이 있고, 상황적 폭력이 있다. 웃으면서 상황을 최악으로 만들고 나는 너의 베스트 프랜드라고 말하거나 우리 종교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종교라고 말하거나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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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민(Terry)
캐나다 BC주 밴쿠버에 살고 있는 ‘셰프’이자, 시인(詩人)이다. 경희대학교에서 전통조리를 공부했다. 1987년 군 전역 후 조리학원을 다니면서 한식과 중식도 경험했다. 캐나다에서는 주로 양식을 조리한다. 법명은 현봉(玄鋒).
전재민은 ‘숨 쉬고 살기 위해 시를 쓴다’고 말한다. ‘나 살자고 한 시 쓰기’이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고, 감동하는 독자가 있어 ‘타인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음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밥만으로 살 수 없고, 숨 만 쉬고 살 수 없는 게 사람이라고 전재민은 말한다. 그는 시를 어렵게 쓰지 않는다. 사람들과 교감하기 위해서다. 종교인이 직업이지만, 직업인이 되면 안 되듯, 문학을 직업으로 여길 수 없는 시대라는 전 시인은 먹고 살기 위해 시를 쓰지 않는다. 때로는 거미가 거미줄 치듯 시가 쉽게 나오기도 하고, 숨이 막히도록 쓰지 못할 때도 있다. 시가 나오지 않으면 그저 기다린다. 공감하고 소통하는 사회를 꿈꾸며 오늘도 시를 쓴다.
2017년 1월 (사)문학사랑으로 등단했다. 2017년 문학사랑 신인 작품상(아스팔트 위에서 외 4편)과 충청예술 초대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문학사랑 회원이자 캐나다 한국문인협회 이사, 밴쿠버 중앙일보 명예기자이다. 시집 <밴쿠버 연가>(오늘문학사 2018년 3월)를 냈고, 계간 문학사랑 봄호(2017년)에 시 ‘아는 만큼’ 외 4편을 게재했다.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밴쿠버 중앙일보에 <전재민의 밴쿠버 사는 이야기>를 연재했고, 밴쿠버 교육신문에 ‘시인이 보는 세상’을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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