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법 판결에도 특별재심으로 징계…호법부도 청구권
국가법 판결에도 특별재심으로 징계…호법부도 청구권
  • 서현욱 기자
  • 승인 2021.11.10 2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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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조계종 중앙종회 222회 정기회…호계원법 개정안 가결
‘선고 받은 종도의 이익’ 아닌 종단 사정기관 이익이 우선?
알사부재리 위배, 정치적 징계 무죄 확정돼도 특별재심
조계종 중앙종회 제222회 정기회 본회의.
조계종 중앙종회 제222회 정기회 본회의.

국가 사법기관의 확정 판결에도 조계종 호법부가 특별재심을 청구하도록 한 호계원법 개정안이 입법기구인 중앙종회를 통과해 논란이 예상된다. 국가 사법기관이 무죄 판결을 하더라도 종단 호계원의 여러 징계 사유 중 중 무죄 판결에 해당하지 않는 사유를 찾아내 다시 징계하고, 하나의 사건이 무죄가 확정되더라도 사건의 여러 양형이유 중에서 기소와 징계 이유를 핀셋으로 콕 집어 내 듯 찾아 심판하겠다는 것이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10일 열린 제222회 정기회 본회의에서 ‘국가 사법기관의 판결에 따라 (종단 사법기관의) 징계의 집행이 제한 받는 경우, 특별재심을 통해 징계에 대한 심판을 신속히 다시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를 담은 호계원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중앙종회는 호계원법 제54조 특별재심의 청구 사유에 “원 결정이 국가 사법기관의 판결에 의하여 집행이 제한 받는 경우”를 신설했다. 아울러 호계원법 제54조에서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제56조 심판절차의 준용에서 “재심호계원이 당사자의 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 특별재심 개시를 결정하여야 한다”는 기존 법을 “재심호계원은 호법부나 당사자의 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 특별재심 개시를 결정하여야 한다”로 개정했다. 이에 따라 특별재심 청구권한이 ‘호계원 징계 결정으로 피해를 받은 종도’ 외에도 경찰과 검찰의 기능을 수행하는 총무원 호법부에도 특별재심 청구권한을 부여했다.

이 법안을 제안한 종헌개정및종법제개정특위 위원장 호산 스님은 “출가자는 각가법 보다 종법을 우선해야 하며, 종법 우선이 종도의 마땅한 의무”라고 말한다. 또 “국가 사법기관에서 무죄판결을 받더라도 여러 징계 사유 중 한 두 가지는 징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국가 사법기관이 무죄로 판단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사유로 특별재심을 하도록 하는 것이어서 무죄 판결 부분과 상관이 없다.종법 무력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법 개정은 일반 법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사부재리 원칙은 일단 처리된 사건은 다시 다루지 않는다는 법의 일반원칙이다. 조계종 호계원법 역시 일사부재리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형사소송법’상으로는 어떤 사건에 대하여 유죄 또는 무죄의 실체적 판결 또는 면소(免訴)의 판결이 확정되었을 경우, 판결의 구속력의 효과로서 동일사건에 대해 두 번 다시 공소의 제기를 허용하지 않는 원칙이 일사부재리이다. 우리나라 ‘헌법’도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해 이 원칙을 명문화하고 있다.

다만 형사소송법에서 재심은 “유죄의 확정 판결에 중대한 사실오인이 있는 경우 ‘판결을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시정하는 비상구제절차이다. 이 경우 재심사유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 또 재심 청구권자는 검사 또는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여야 한다. 사회법에서도 단일 범죄가 아닌 여러 범죄 사실 중 일부만 경합할 경우 재심 개시 결정과 재심법원의 심판범위가 문제가 된다.

중앙종회가 가결한 특별재심 청구자격과 청구 사유는 일반 법 상식과는 거리가 있다. 일반적으로 법원 판결로 무죄가 확정된 경우 ‘판결을 받은 자의 이익’을 구할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기존 호계원법이 특별재심 청구의 근본적 사유를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라고 규정했던 부분까지 없애면서 국가 사법기관의 판결에 의해 종단 호계원의 징계 결정이 무효화하거나 징계 형량이 제한 받을 경우 특별재심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판결을 받은 자의 이익‘이 존재하지 않는 데도 특별재심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징계 기소권을 가진 호법부에 특별재심 청구권을 부여한 것은 피의자와 기소권자의 형평성을 고려했다고 하더라도 ‘판결을 받은 자의 이익’ 보다는 무죄 판결로 종도 개인에 비해 권한이 강하고, 기소권에 상처를 입은 사정기관에 특별한 권리를 부여한 것이 종도를 위한 법인지 의구심을 들게 한다.

재심이나 특별재심은 징계의 실효적 상황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무죄가 확정될 경우 징계의 실효성은 상실하게 돼 재심 사유가 사라지는 상황을 맞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특별재심을 위해 핀셋으로 집어내듯 징계 사유를 잡아내 양형을 다시 정하고 기소하고 이를 심판하는 절차를 만드는 것은 상식 밖이란 것이다. 또 특별재심을 위해 조사하는 부분이 양형을 위한 필요한 범위에서 이루어진다고 해도 이 부분이 모두 심판의 범위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세부적인 종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조계종단의 현실에서는 이번 호계원법 개정은 법 상식을 거스르는 것이라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

더욱이 종단 정치적 상황에서 징계가 이루어진 경우, 이를 국가 사법기관에서 무죄가 확정 판결되는 경우가 왕왕있었던 현실도 지적된다. 종단 사법기관의 조사와 징계가 정치적 목적이 됐을 경우, 종단의 징계로 불이익을 본 사람이 기댈 곳은 국가 사법기관 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가 사법기관의 판결로 무죄가 확정된 사안을 다시 종법을 기반으로 특별재심을 호법부가 청구하고, 호계원이 다시 징계를 하는 절차를 만드는 것은 국가법 체계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지적도 있다.

국가 사법기관은 종단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한다. 다만 개인에 대한 부당한 권리 제한이나 절차상의 하자, 인권 침해 및 훼손,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 출판 집회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하는 위헌적 사유에는 종교인이라고 하더라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소속된 집단에서 권리를 지키거나 회복하도록 하는 판례가 확립되어 있고, 이는 매우 상식적인 것이다. 종도 기본권 보호에 인색해 보이는 종단에서 국가법에 기대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여러 사례에서 ‘종단 명예 실추’ 등을 사유로 종도의 기본권을 제한한 징계가 국가 사법기관에서 무죄 판결이 결정돼도, 같은 사안에서 유사한 내용을 새로운 징계 사유로 삼아 핀셋 특별재심을 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종단 징계가 국가 사법기관에서 무죄 판결이 나면 결국 호법부의 기소와 호계원의징계가 무리가 있었다는 반증이 되기도 한다. 국가 사법기관의 판결 중 무죄 이유가 되지 않는 부분이 무조건 유죄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항변이 이유가 있다고 해서 전체 사건의 판단이 유죄가 되지 않는다. 

특별재심 사유와 호법부에 특별재심 권한을 부여한 것은 ‘종법 우선주의’를 내세운 것이지만, 일반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종도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어떠한 징계가 이루어지더라도 결국 국가 사법기관의 판단을 통해 또 다시 무죄가 판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고 받은 자의 이익 보다는 종단 질서 유지를 내세운 종권 유지 상황에서 종도를 심판하려 하면 결국 또 다른 문제만 낳게 된다는 것이다.

중앙종회 일부에서 종단 사법기관의 판결에 하자가 있을 경우 최종적으로 하자 발생 이유를 치유하기 위해서 특별재심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국가 사법기관이 종단 사정기관의 심판 문제를 판단하더라도 종단 내부 특별재심으로 국가 법원이 무죄로 판단하지 않은 부분을 찾아내 징계하겠다는 취지이다. 결국 징계를 다시 받은 종도는 초심과 재심호계원의 두 번의 심판 결정과 국가 사법기관의 3심, 그리고 다시 종단 사법기관의 특별재심까지 수년 동안 고통을 반복해 겪어야 하고 결국은 특별재심으로 인한 징계 형량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특별재심마저 불복해 다시 국가 사법기관을 찾는 경우에 배제할 수 없다. 한 중앙종회의원이 이 법 개정안을 ‘이중처벌법’이라고 지적한 이유이다.

다만 이 법 개정 이전의 사건에 대해서는 개정 법안이 적용되지 않는다. 모든 법률은 행위 시의 법률을 적용하고, 사후입법으로 소급해서 적용할 수 없다는 원칙 즉 법률의 불소급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만약 불소급 원칙까지 깨고 이전의 사건을 다시 조사해 징계하려할 경우 종도들은 종단 사정기관과 사법제도를 더욱 불신할 수 밖에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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